[단독] 연쇄살인범들, 사형장 있는 서울구치소에 다 모였다

송원형 기자 2023. 9. 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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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명 살해’ 유영철 대구서 이감

‘연쇄 살인’으로 사형을 확정받고 대구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유영철이 한동훈 법무장관의 지시로 지난주 서울구치소로 이감된 것으로 24일 전해졌다. 서울구치소는 현재 강호순, 정두영 등 다른 ‘연쇄 살인범’ 사형수들이 수감돼 있는 곳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지난주 대구교도소에 있는 유영철과 정형구 등 2명의 사형수를 서울구치소로 이감시켰다. 이들의 호송에는 무장한 교도관들이 동원됐다고 한다.

그래픽=백형선

지난달 한동훈 법무장관은 사형 집행 시설을 갖춘 서울구치소, 부산구치소, 대구교도소, 대전교도소에 사형 집행 시설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한 장관 지시는 “사형 제도가 존속되고 있는 상황이니 시설 유지를 제대로 하라”는 것이었다.

점검 결과, 사형 집행 시설을 실질적으로 갖춘 것으로 나타난 곳은 서울구치소 정도였다고 한다. 유영철이 있던 대구교도소의 경우, 1971년에 지어져 올해 말 다른 곳으로 이전이 예정돼 있다. 이전할 대구교도소에는 사형 집행 시설을 만들 계획이 없고 현재 대구교도소의 사형 집행 시설은 상당히 낡은 상태라고 한다.

법조계에선 ‘유영철 서울구치소 이감’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법조인은 “유영철 등 역대급 흉악범들에 대한 사형 집행이 언제든 가능하다는 신호를 또다시 준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교정행정상 필요해 취한 조치”라고 했다.

한국은 1997년 12월 사형수 23명에 대해 사형 집행을 한 이후 한 번도 집행을 하지 않아 실질적인 사형제 폐지 국가로 분류된다. 현재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사형수는 59명이다. 한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지난 어떤 정부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며 “(사형 집행은) 기본적으로 주권적 결정이며 사형의 형사 정책적 기능이나 국민 법 감정, 국내외 상황을 잘 고려해 정해야 한다”고 했다.

법무부는 이달 초 한 장관의 지시로 유영철과 강호순 등의 피해자 유가족들의 실태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영철에게 살해당했던 40대 남성 노점상의 경우, 그 사건의 충격으로 둘째 동생과 막냇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셋째 동생은 정신적 트라우마로 정상 생활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피해자 유가족들이 가해자 측으로부터 보상을 제대로 받았는지 등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교롭게도 이달 24일은 유영철이 첫 살인을 저지른 지 딱 20년이 되는 날이다. 유영철은 법원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무죄로 판단한 살인 사건 1건을 제외하고 20명에 대한 살인 혐의가 인정돼 2005년 사형을 확정받았다. 유영철은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서울 시내에서 17차례에 걸쳐 노인과 부녀자 등 21명을 연쇄 살인하고 방화, 사체 유기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사체 11구를 토막 내 암매장하고 3구는 불에 태우는 등 그의 범행 방식도 엽기적이었다. 유영철은 수감 중에 성인 잡지를 반입한 것이 걸려 이를 뺏으려는 교도관을 폭행하기도 했다고 한다.

유영철과 함께 이감된 사형수 정형구는 신혼부부를 사냥용 엽총으로 살해해 사형이 확정된 흉악범이다. 정형구는 1999년 1월 강원도 삼척에서 신혼부부 차량이 먼지를 내며 자신의 차를 추월했다는 이유로 그런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정형구는 범행 이후 6개월간 도주극을 벌인 끝에 체포됐으며, 20년 넘게 복역 중이다

유영철이 옮긴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강호순은 아내와 장모 등 여성 10명을 살해한 혐의로 2009년 기소돼 그해 사형이 확정됐다. 정두영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부산과 경남 등지에서 강도 살인 등 23건의 범죄를 저질러 노인과 부녀자 9명을 살해하고 10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돼 2001년 사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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