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영]시험감독 ‘꿀 알바’ 직원 가족에게 몰아준 산업인력공단
▷공단이 위탁 관리하는 국가 자격시험은 변리사 세무사 공인중개사 시험 등 500개가 넘는다. 시험감독은 규정상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 취준생이나 경단녀 같은 근로취약계층이 맡는다. 그러나 감사원이 최근 발표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1월∼2022년 8월 공단 직원 가족 373명이 시험감독을 맡아 40억 원 넘는 수당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역은 시험감독 173명 중 49%가 직원의 배우자였다. A부장 배우자는 422회 시험감독으로 1억107만 원, B국장 배우자는 7200만 원을 받았다. 1000만 원 이상 챙긴 배우자가 100명, 심지어 중학생 아들에게 시험감독을 맡긴 경우도 있었다.
▷이런 지적은 처음이 아니었다. 2020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단이 감독 알바를 직원 가족에게 몰아주는 행태가 문제가 되자 공단은 시험감독 위촉순번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시험감독 인력 풀을 만든 뒤 추첨으로 위촉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우수그룹’으로 분류된 인력은 순번제 적용 없이 우선 위촉한다는 규정을 만드는 꼼수를 부렸다. 서울지역 우수그룹의 76%가 직원 배우자이니 사실상 특혜를 준 것이다. 연간 시험감독을 278회 하는 등 사실상 ‘상용직’ 시험감독이 된 직원 가족이 생긴 배경이다.
▷산업인력공단은 올 4월 기사·산업기사 시험에 응시한 613명의 답안지를 채점하기도 전에 파쇄하는 초유의 사고를 냈다. 고용노동부 감사에서는 2020년 이후에만 최소 7차례 답안지 누락 사고가 발생하는 등 시험 관리 전반에 총체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0년간 검정시험 관련 소송만 152건이다. 이번에 시험감독 알바 실태까지 드러나면서 연평균 450만 명이 치르는 국가 자격시험의 신뢰도는 더 추락하게 됐다.
▷감사원 감사에서는 산업인력공단 외에도 여러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과 기강 해이 실태가 확인됐다. 퇴직자가 설립한 회사와 계약하면서 인건비 71억 원을 초과 지출하고, 예상 수입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성과급 156억 원을 챙기고, 273억 원어치 일감을 몰아주는 대가로 퇴직자 71명을 재취업시켰다. 그동안 감시를 잘 받지 않은 155개 기관 중 18개 기관만 조사했는데도 확인된 비위만 162건이다. 다 털었으면 734쪽 감사보고서가 수천 쪽이 되지 않았을까.
이진영 논설위원 ecc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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