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가짜뉴스' 규제, 정말 필요할까
프랑스 허위정보 규제 제재 사례 미미해, 선진국 도입 사례 거의 없어
이미 학계·입법조사처·언론재단·방통위 등 '규제 신중' 판단
공직선거법상 게시글 삭제·미디어 심의제도 등 기존 규제 과도해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정부여당이 허위정보(가짜뉴스) 규제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취임 이후 방통위는 허위정보를 유포한 매체에 '원스트라이크 아웃' 조치를 하는 방안을 입법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통신심의 대상을 확대해 사상 처음으로 인터넷신문의 허위정보 심의를 공식화하고 관련 법규 개정에 나서겠다고 했다.
여당도 힘을 싣고 있다. 장제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19일 방통위의 규제안에 “입법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가짜뉴스 대응 방안을 확실하게 마련하겠다”며 야당의 협력을 촉구했다.

국가가 허위정보를 판단해 사업자에 삭제 의무를 부과하거나 제재하는 방식의 규제 논의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전부터 제기됐다. 현재 추진하는 방식의 규제는 오남용 가능성이 크고 선진국 유사 사례도 많지 않다. 이미 한국엔 유사한 규제가 있는 등 표현물 규제가 과도하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외사례 아전인수 해석… 선진국 도입 사례 적고 논란 커
국회에선 여야 불문하고 허위정보 규제 입법을 위해 프랑스와 독일 사례를 '선진국 규제 사례'로 제시한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프랑스조차 '정보조작대처법'을 만들었다”며 규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프랑스의 '정보조작대처법'은 선거 전 3개월 간 허위 의심 정보 삭제 요청에 판사가 48시간 이내에 판단해 유포중지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해당 규제가 프랑스에 도입된 건 사실이지만 제재 사례는 미미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5월 발간한 미디어정책 리포트에 따르면 2019년 유럽 선거 당시 프랑스 정보조작처벌법 제재 사례는 1건에 불과했다. 토프 카스타네르 내무부 장관이 트위터에 노동절 시위 도중 피티에 살페트리에르 병원이 공격 받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는데, 이 내용이 허위라며 공산당 소속 국회의원 2명이 신고했다. 당시 법원은 과장은 있지만 허위는 아니라고 판단해 기각했다. 이 신고는 법의 비효율성을 증명하기 위한 취지였다. 리포트는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정보조작대처법은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때 민주당은 독일이 2018년 도입한 '네트워크 집행법'을 언급하며 허위정보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독일 법은 허위정보 규제라기보단 '불법 표현물' 규제에 가깝다. 허위정보에 해당하는 명예훼손 모욕과 비방뿐 아니라 '반헌법적인 프로파간다' '반헌법적인 조직의 상징물 유포' '인종혐오' 등 게시물 신고시 삭제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대상은 이용자 200만 명 이상 플랫폼으로 사실상 구글과 페이스북을 타깃으로 한 규제다. 언론 보도는 규제 대상이 아니다.

독일과 프랑스 모두 허위정보 규제 도입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외의 선진국의 허위정보 규제 사례는 찾기 힘들다. 대신 권위주의 국가에서 규제가 도입돼 논란이 불거진 사례는 많다. 싱가포르는 2019년 10월 허위조작법을 도입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외국입법 동향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도입 이후 한 달 간 적용된 4건 모두 야당 및 반정부 인사의 소셜미디어 게시글이었다.
2021년 2월 이코노미스트가 국제언론인협회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2020년 3월부터 10월까지 17개국에서 허위정보를 처벌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러시아, 헝가리, 볼리비아, 루마니아,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 베트남, 필리핀, 태국, 캄보디아 등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는) 이집트와 같은 국가에게 허위정보의 유포를 제한한다는 구실로 정부에 대한 비판을 단속했다”고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블라디미르 푸틴, 두테르테 등 독재자들의 이름을 언급하며 “이들이 주도하고 있고, 니카라과의 다니엘 오르테와 같은 다른 권위주의 지도자들이 따라오고 있다”며 우려했다.
해외사례 연구 시사점 “신중해야”
해외 규제 논의는 한국에 '신중론이 필요하다'는 시사점을 남겼다. 언론재단 리포트는 “(규제를 논의한 유럽의) 모든 국가에서 개별법 제정과정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한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규제의 실익과 근본적 가치의 위협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검토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2020년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제20대 국회의 허위조작정보 관련 입법 현황 및 쟁점> 보고서는 “법률 규제에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최소한의 규제”를 언급하며 “해외의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대응사례는 주로 선거 및 민주적 의견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해외발 정보와 테러 등 국가 위협 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국내에 적용할 때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19년 <허위조작정보(소위 '가짜뉴스') 규제에 대한 헌법적 문제점에 관한 연구> 논문을 통해 “세계적으로 입법례를 살펴보면 현대 민주주의국가에서 단순히 허위사실의 유포를 그 자체만으로 처벌하는 민주국가의 사례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지성우 교수는 규제에 관해 “단순히 표현행위가 '가짜'라는 이유로 이를 외부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게 한다면 이는 표현의 자유의 위축을 야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며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는 국가에 의하여 1차적으로 재단되어서도 안 된다. 가짜뉴스의 퇴출문제는 (비록 신속한 해결은 되지 못할지라도) 집단지성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바탕으로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과 사상과 의견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져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때 방통위는 허위정보 대응을 위해 해외사례 연구 등 2년 간 논의를 거쳐 규제에 신중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2020년 3월 방통위는 전문가 논의 결과를 담은 '허위조작정보 문제해결을 위한 제언'을 채택했다. 방통위는 “언론중재법에 의한 언론사의 기사, 패러디, 풍자, 정치적 견해 등은 제외”한다고 밝혔다. 기본원칙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려는 노력 필요 △단순한 해결책 지양 △공개적인 의견수렴 절차 필요 등을 담았다.
사각지대? 오히려 한국은 표현물 규제 과도해
규제 논의를 주도하는 쪽에선 한국은 오히려 표현물 규제가 과도하다는 사실은 주목하지 않는다. 한국은 △인터넷 불법·유해정보 통신심의 △사실상 행정기구의 방송심의 △선거 기간 신문, 방송, 인터넷신문 심의 △공직선거법상 후보자에 대한 허위사실유포·비방 금지 및 게시물 삭제 조치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및 명예훼손 형사처벌 △당사자 권리침해 신고만 있으면 허위 여부 검증 없이 차단하는 임시조치 제도 등이 있다.
특히 통신심의가 소셜미디어 규제 역할을 해오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불법정보뿐 아니라 기준이 모호한 유해정보까지 심의해 사업자에 삭제나 차단을 요청한다. 표면적으로는 강제성 없는 '시정요구' 조치를 내리지만 국내 사업자들은 강제적 규제로 해석하고 있고 해외 주요 사업자들도 협조하는 추세다. '사회질서 혼란'과 '명예훼손' 관련 조항을 적용해 사실상 허위정보 심의도 하고 있다.
통신심의를 통해 정부에 비판적 음모론과 허위정보에 대응했다. 박근혜 정부 때 세월호 참사(378건), 메르스(11건), 북한 목함지뢰 도발 및 과거 연평도 포격도발 관련(69건), 사드배치(12건) 등을 다룬 게시물에 시정요구를 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후 3년 간 코로나19 허위정보 및 음모론 200건에 시정요구를 했다.
공직선거법상 게시글 삭제 조치는 프랑스 규제보다 강하게 작용한다. 허위사실유포뿐 아니라 비방 게시물과 댓글까지 삭제하고, 해외사업자들도 적극 협조한다. 게시물 삭제는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 때는 1726건에 그쳤으나 2022년 20대 대선 때는 8만6639건으로 급증했다. 20대 총선 때 삭제된 게시글 가운데는 “'우리엄마가 나경원이야'(라고 나경원 의원의 딸이 면접 중 발언한 것) 말고도 관련된 의혹은 더 있다”는 취지의 MLB파크 게시글을 포함한 나경원 의원 자녀의 부정입학 의혹을 언급한 글 다수가 포함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프랑스 규제의 경우 사법부가 정보의 허위성을 판단하는 반면 한국에선 선거관리위원회나 정부여당 추천 위원이 다수인 방통심의위가 판단한다는 점에서 독립성과 전문성 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 21일 논평을 통해 “우리나라는 허위정보유통을 처벌하는 표현규제를 지나칠 정도로 많이 갖추고 있다”며 “국제표준에 어긋나는 과잉규제로 인해 해외사업자에 대한 규제적용이 어려워지고 규제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규제는 해외에서도 특이사항으로 주목했다. 미국 국무부의 '2021년 국가별 인권보고서'는 “(한국은) 법률상으로 언론 자유를 보장하지만 명예훼손법과 국가보안법에 따라 정부는 표현을 제한할 수 있다”며 “정부는 선거법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거짓이라고 판단하는 표현을 제한할 수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명예훼손죄에 대해 “정부와 공인은 명예훼손을 광범위하게 정의하고 범죄화하는 명예훼손 관련 법을 통해 공개 토론을 제한하고 사적 및 언론 표현을 위협 또는 검열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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