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통보제 시행에도 사각지대 놓인 ‘유령아동’…“보편적 출생통보제 마련돼야”
사각지대 여전…혼인 외 아동이나 외국인 아동은 빠져 있어
“영아 생명권·건강권 보호 위해 출생신고 공백 해결해야”
(시사저널=이동혁 인턴기자)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 사실을 의무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가 내년 7월 시행을 앞둔 가운데 출생신고 사각지대에 놓인 '유령 아동'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출생 미등록 아동의 경우 건강 보험과 같은 복지나 학교 진학 등에 있어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에 혼인 외 출산이나 국적에 상관없이 출생을 신고하는 '보편적 출생통보제'의 입법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출생통보제는 미등록 신생아를 줄이고 아동 권익 보호를 위해 도입됐다.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 등 출생 미신고로 인한 영아 살해·유기 사건이 잇따르면서 입법 마련의 계기가 됐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출생 미신고 아동 2123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222명의 아동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출생 등록이 되지 않은 아동들에 대한 '관리 사각지대' 우려가 커지자 국회도 움직였다. 국회는 지난 6월30일 의료기관이 출생 정보를 지방자치단체에 의무적으로 알리는 내용이 담긴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정부도 출생 등록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 시행에 필요한 전산시스템을 구축 및 시범 운영하는 등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해당 법안은 공포 후 1년 뒤인 내년 7월 시행된다.
그러나 출생통보제 도입 이후에도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미등록 이주 아동과 혼인 외 관계에서 출생한 아동의 경우 출생통보제 사각지대에 놓여 보호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 아동은 출생신고를 할 수 없거나 그 절차가 복잡해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에 놓여 있다.
특히 이들 아동의 경우 건강보험 가입조차 어려워 간단한 감기약 처방에도 5만원 넘는 비용이 발생하는 등 의료·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시민연대체인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는 지난 7월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 도입'을 위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출생신고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출생 미등록 외국인 아동, 국내에 4000여 명
혼인 외 출생 아동의 경우 민법상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은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는 생모만을 의무자로 규정한다(제46조제2항). 다만 2021년 개정된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라 '생모 소재불명', 또는 '생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 제출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생부가 가정법원 확인을 받아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생모에게 생부와 다른 법률상 배우자가 존재한다면 친생추정의 효력(민법 제844조 제1항)에 근거해 생부는 출생신고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등록 이주 아동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감사원이 최근 8년간(2015-2022) 출생 등록이 안 된 '임시신생아번호'를 조사한 결과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외국인 아동은 약 4000여명으로 추산됐다. 외국인 부모가 한국에서 출산한 경우 자국 대사관이나 영사관을 통해 본국에 출생신고를 해야 하나 부모가 난민·불법체류인 경우 출생등록을 꺼리는 경우가 있어서다. 직접 방문하지 않으면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국가도 있으며 한국에 재외공관이 없는 국가도 50개국이 넘는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출생통보제 이후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 도입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소라미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률상 추정되는 부(父)와 생부가 다를 경우 친자관계 확정을 위한 시간 소요로 출생등록이 늦춰질 수 있다"며 "출생신고 시 부(父)에 관한 인적사항 기재를 유보하고 출생신고를 우선하도록 해 출생신고 공백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갓 태어난 영아를 수개월 동안 공적 보호 제도 바깥에 둔다는 것은 아동 생명권과 건강권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면서 보편적 출생통보제 입법 필요성을 피력했다.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김진 변호사는 "출생통보제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외국인 아동은 여전히 출생신고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출생통보제가 시행되는 2024년까지 출생신고 제도 본질을 해치는 '익명출산제'가 아닌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 마련을 위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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