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흑인 학생, 헤어스타일 이유로 정학 처분…“인종차별” 비판
미국 텍사스에서 한 고등학교에서 흑인 학생이 헤어스타일을 이유로 정학 처분을 받아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학생의 가족은 이에 반발해 주지사와 주 법무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텍사스주의 휴스턴 외곽 몬트 벨뷰에 있는 바버스 힐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흑인 학생 데릴 조지(17)는 지난달 31일 학교로부터 2주간의 교내 정학 처분을 받았다. 학교 측은 그의 머리가 눈썹과 귓불을 덮어 교육구가 정한 남학생 복장 규정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조지는 머리를 땋아서 늘어뜨리는 록스(locs) 헤어스타일을 했는데, 이는 머리카락이 곱슬한 흑인들이 즐겨 하는 평범한 헤어스타일이다.
조지의 어머니와 변호사는 조지가 머리카락을 머리 꼭대기 위로 꼬아 깔끔하게 묶고 있었다며, 복장 규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이를 이유로 정학 처분까지 하는 것은 인종차별이나 다름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조지 측은 이날 텍사스 남부 지방법원에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와 주 법무장관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학교의 정학 처분은 직장이나 학교 등의 공공장소에서 헤어스타일로 인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인 ‘크라운 법’(CROWN Act)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크라운 법은 2019년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돼 뉴욕, 뉴저지 등으로 확산했고, 텍사스는 이달 1일 24번째로 이 법을 시행했다. 이는 땋은 머리, 묶은 머리(locs) 및 곱슬머리 등 인종 특성에 따른 모든 헤어스타일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제정됐다. 지난해 3월 미국 하원은 이를 연방법으로 만드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상원에서 부결된 바 있다.
조지 측은 또 그레그 애벗 주지사와 켄 팩스턴 주 법무장관이 차별 및 표현의 자유 침해로부터 조지의 헌법적 권리를 보호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조지의 어머니는 아들이 정학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공황 및 불안 발작을 겪었으며, 최근 입원했다고 밝혔다. 그는 조지가 정학 처분 기간 동안 혼자 학교에서 8시간 동안 의자에 앉아 있기만 해야 했고, 점심 식사 제공도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흑인 권익단체인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는 “머리카락을 이유로 한 차별은 시스템적인 인종차별이며, 그 목적은 백인들의 우월한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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