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中 업체와 북미 공급 LFP 양극재 사업 협력… “중국 업체 美 우회 진출 괜찮을까”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2023. 9. 24.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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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리튬인산철 배터리 시장 진출
LFP 전기차, 가격 저렴해 최근 수요 증가
중국 화유그룹과 배터리 소재 포괄적 업무협약
모로코에 전기차 50만대분 LFP 양극재 공장 건설
美 IRA ‘해외우려기업’ 설정 변수 전망
“해외우려기업 정해지면 합작 지분 조정해 해소”
인도네시아에서는 니켈 제련·전구체 공장 협력 추진
LG화학은 지난 22일 중국 화유그룹과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공급망에 대한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협약에 따라 LG화학과 화유그룹은 함께 북미 시장에 공급할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생산을 추진한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이 그동안 취급하지 않았던 LFP 배터리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세부적으로 모로코에 LFP 양극재 공장과 리튬 컨버전플랜트(CP)를 건설하고 인도네시아에 니켈 제련 공장과 전구체 공장 설립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모로코 양극재 공장은 연산 5만 톤 규모로 짓는다. LG화학과 화유그룹 산하 유산(Youshan)의 합작공장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오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한다. LFP 양극재는 주로 보급형 또는 저가 전기차에 주로 탑재된 배터리 소재다. 삼원계(NCM) 양극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지만 가격 경쟁력이 높아 최근 소비자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LFP 양극재 5만 톤은 약 350km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약 50만대(배터리 용량 50kWh 기준)에 필요한 양극재를 만들 수 있는 규모라고 한다.

모로코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으로 LFP 양극재 핵심 원재료인 인광석 매장량이 전 세계 1위다. 인광석 매장량이 약 500억 톤으로 전 세계 매장량의 73%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곳에서 생산한 양극재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요건을 충족한다고 LG화학 측은 강조했다. IRA 세부규정에 따르면 배터리 등의 핵심광물은 중국 등 수입처와 관계없이 미국이나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가공하면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핵심광물을 중국에서 전량 조달했다고 하더라도 부가가치 기준(50%)을 충족하면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중국 기업과 협력해 북미 시장에 공급하는 양극재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미국 IRA는 중국과 연결된 공급망 재편에 중점을 둔 법안이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배터리 시장 진출이 막힌 중국 업체들이 IRA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한국 배터리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한국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 현지 업체인 테슬라와 포드가 중국 배터리 업체 CATL과 기술 지원 방식으로 북미에 배터리 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도 IRA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분야에서 중국 업체와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향후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몰린다. IRA의 경우 올해 초 세부규정이 발표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규제가 강화되고 새로운 규정이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 입장에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아직 발표되지 않은 IRA 관련 ‘해외우려기업(FEOC, Foreign Entity of Concern)’ 규정이 변수로 남아있다. 미국 시장 우회 진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규정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LG화학 관계자는 “화유그룹과는 협력을 통해 우호적인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다”며 “추후 IRA 해외우려집단 규정에 따라 지분 비율을 조정하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업체와는 고려아연(계열사 켐코)과 협력해 전구체 생산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물량이 많지 않고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도 화유그룹과 협력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LG화학은 모로코 합작공장 설립을 바탕으로 LFP 양극재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고 밝혔다. 향후 LFP에 망간을 더해 용량과 출력을 개선한 LMFP 양극재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양극재 공장 합작과 함께 화유그룹 산하 화유코발트와는 모로코에서 리튬 컨버전플랜트 사업을 추진한다. 컨버전플랜트는 리튬 정광(리튬 광석을 가공해 농축한 고순도 광물)에서 양극재 생산에 필요한 수산화리튬과 탄산리튬을 추출하는 시설이다. 오는 2025년까지 연산 5만2000톤 규모 리튬 양산 체제를 갖춘다는 복안이다. 모로코 리튬 CB에서 생산된 리튬은 모로코 LFP 공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LG화학과 화유코발트는 IRA 충족을 전제로 인도네시아에서 니켈 제련과 전구체를 아우르는 양극재 수직계열화에도 협력한다. 인도네시아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 매장량과 생산량이 전 세계 1위인 국가다. 니켈 매장량만 2100만 톤으로 전 세계의 22% 비중을 차지하고 생산량은 연 76만 톤으로 전 세계의 31% 수준이다. 다만 아직 미국 IRA 요건을 충족하는 국가로 정해지지는 않은 상태다.

인도네시아 정부 역시 풍부한 니켈 매장량을 활용해 배터리 제조업과 전기차 산업 육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LG화학과 화유코발트는 이에 맞춰 연산 5만 톤 규모 전구체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전구체 생산을 위해 니켈 광석에서 니켈 중간재(MHP)를 추출하는 제련 공장 설립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모로코 양극재 공장을 글로벌 거점으로 삼아 새롭게 떠오르는 LFP 양극재 시장에 대응하겠다”며 “원재료에서 전구체, 양극재까지 이어지는 소재 수직 계열화 체계를 공고히 해 세계 최고 종합 배터리 소재 회사로 기반을 다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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