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크름반도 맹폭…러 흑해함대 본부도 때렸다
우크라이나가 연일 러시아가 강제 점령한 크름반도를 맹폭하고 있다. 외신들은 러시아의 곡물협정 파기로 막힌 흑해 항로를 뚫고, 교착 상태에 빠진 동부 전선에서의 부진을 씻기 위한 의도적인 도발이라고 분석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크름반도 최대 도시 세바스토폴의 미하일 라즈보자예프 시장은 23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또다시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며 “러시아군이 요격한 미사일 파편이 세바스토폴 부두 인근에 떨어져 공습 경계경보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의 크름반도 공격은 지난 20일 세바스토폴 인근 흑해함대 사령부 공격을 시작으로 나흘째 이어졌다. 21일엔 크름반도 서부 사키 공군기지에 다수의 드론을 투입했고, 전날엔 다시 흑해함대 본부에 12차례 미사일 폭격을 가했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장은 미국의소리(VOA)와 인터뷰하면서 “미사일 공격 결과 최소 9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특히 크름반도를 포함해 남동부 전선에서 러시아군을 지휘하는 알렉산드르 로만추크 대령이 중태에 빠졌고, 올레그 체코프 중장은 의식이 없다고 밝혔다. 이외에 러시아군 대공미사일 시스템 4대와 포병부대도 타격을 받았다.
크름반도는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지역으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줄곧 크름반도 탈환을 이번 전쟁 최대 목표로 천명해왔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6월부터 크름반도에 대한 공격을 강화했는데, 뉴욕타임스(NYT)는 나흘간의 집중 타격과 관련해 “확실히 공격 속도가 빨라졌다”고 평가했다.
외신들은 우선 러시아의 일방적인 곡물협정 탈퇴 뒤 약해진 흑해 장악력을 키우기 위한 행보라고 분석했다. NYT는 “러시아군은 곡물협정을 파기하며 항구에 접근하는 모든 선박을 잠재적인 군사 위협으로 간주한다고 경고했다”면서 “흑해 일부를 확보해 곡물 수출 통로를 확보하겠다는 키이우(우크라이나 수도)의 노력”이라고 해석했다.
크름반도 타격을 통해 답보 상태에 빠진 다른 전선의 사기를 끌어 올리는 차원이라는 시각도 있다. CNN은 “러시아 흑해함대에 대한 미사일 공격은 비록 최전선에서 반격이 더디지만,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러시아군에 심각한 손해를 입힐 수 있다는 신호를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략적 목적뿐만 아니라 상당한 상징적 가치를 지닌 공격”이라고 덧붙였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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