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도 난민 출신인데 이민 축소 주장…네덜란드 여성 총리 후보
"연정 위해 극우와도 손 잡을 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튀르키예 쿠르드계 난민 가정 출신으로 네덜란드 정계에서 활약하며 이 나라의 사상 첫 여성 총리 자리를 넘보는 정치인이 주목받고 있다.
그 자신도 보트를 타고 유럽으로 온 난민이지만, 현재 난민을 과하게 수용하는 현 정부의 정책이 잘못됐다고 주장하고 반(反)이민 극우 성향 정당과의 연정 구성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딜란 예실괴즈-제게리우스(46)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네덜란드 집권 자유민주당(VVD)의 예실괴즈-제게리우스 대표는 이날 로테르담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오는 11월 열릴 총선 캠페인에 시동을 걸었다.
이 자리에서 예실괴즈-제게리우스 대표는 "부모님으로부터 자유를 소중히 하고 다른 사람의 자유가 위협받으면 그들을 보호하라고 배웠다"며 "그러나 서로에 대한 이해가 줄고 정치는 점점 더 불신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13년간 중도우파 성향의 자유민주당을 이끌며 당 대표 겸 총리를 맡아 온 마르크 뤼터는 지난 7월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지난달에는 당 대표 자리를 법무장관인 예실괴즈-제게리우스에게 물려줬다.
뤼터 총리의 은퇴 선언은 다름 아닌 이민 문제를 둘러싼 내분 끝에 연립정부가 붕괴했기 때문이다.
그는 네덜란드에 이미 들어온 전쟁 난민이 어린 자녀를 데려오려 할 경우 입국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자는 구상을 내놓은 이후 연정에 참여한 진보 성향 D66은 물론 보수 기독교연합당(CU) 등으로부터도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11월 조기총선으로 탄생할 새 연정이 뤼터 연정보다 더 오른쪽으로 옮겨 갈지, 왼쪽으로 돌아설지는 예측 불가인 상태지만, 일단 뤼터 총리로부터 당권을 물려받은 예실괴즈-제게리우스 대표가 방향타를 잡고 있다.
네덜란드 일간 더 폴크스크란트의 라울 뒤 프레 정치 에디터는 "그는 이민 배경을 가진 여성으로서 자수성가한 점을 내세우고 있다"며 "어릴 적 네덜란드로 도피해 기회를 붙잡고 총리실로 향하는 중이다. 인생 스토리가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예실괴즈-제게리우스 대표는 법무장관이 되기 전에 이미 대중적 인지도를 한껏 높였다.
시의원으로 일하기 시작한 이후 2017년 하원의원이 되기까지 TV 출연만 45차례에 달할 정도로 자신을 적극 어필했다. 대중적 인기를 끌 만한 태도로 '토크쇼의 연인'이라고도 불린다.
한 기자는 "그는 시의원일 때 하원의원들이 기를 쓰고 출연하고 싶어 하는 모든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초대됐다"고 말했다.
2016년 출연한 한 토크쇼에서 그는 자신이 8세 때 쿠르드계 부모가 튀르키예에서 탈출한 사연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의 부모는 네덜란드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
그의 부모는 할머니의 루이비통 가방에 넣을 수 있는 것만 담은 채로 보트에 몸을 싣고 튀르키예 보드룸을 출발해 그리스 섬에 닿았고, 이후 암스테르담 남동쪽 아메르스포르트에 정착했다고 했다.
네덜란드 사회당에 들어가며 정치에 입문했고 노동당도 거친 그는 자유민주당으로 들어오면서 좀더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거리 내 폭력 금지 캠페인에 맹렬히 나서 '하이힐을 신은 핏불(맹견)'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지난해에는 이란 여성에 대한 지지의 뜻으로 TV 생중계를 통해 머리카락을 잘라내기도 했다.
지난해 1월부터 법무장관을 지내면서는 극우 정치인이나 음모론자들을 비판하고 범유럽 반(反)범죄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러면서도 연정이 이민 문제를 둘러싼 내분으로 붕괴할 때는 "이 나라가 난민이 더 많은 나라였다면 나는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라며 난민 가족 재결합을 제한하는 구상을 지지했다.
최근 블룸버그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도 "현재 네덜란드의 망명 정책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경제적 이민자'가 아니라 '진짜 난민'을 우선시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우파 성향의 대중지 더 텔레흐라프와 한 인터뷰에서는 자신은 뤼터 총리와 달리 극우 반이민 성향의 헤이르트 빌더르스가 이끄는 자유당(PVV)과의 연정 구성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전술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레오니 더 용어 흐로닝언대 정치학 조교수는 "많은 연구 결과를 보면 중도우파가 극우와 경쟁하면 유권자들은 복사판보다는 원조를 택하곤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핑크 정장과 하이힐 차림으로 연설에 나선 그는 사상 첫 여성 총리가 될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잘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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