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서 비명계 ‘축출’…민주당 ‘완전한 친명 체제’ 가속
고민정 최고위원도 거취 고민 중…지도부 사실상 ‘친명 일색’
체포동의안 가결표 의원 징계 가능성 거론…당 물갈이 작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뒤 민주당 지도부 내 비이재명(비명)계가 연이어 자리를 내려놓았다. ‘자발’이 아닌 ‘축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비명계 송갑석 최고위원 사의는 수리하고, 친명계 조정식 사무총장 사의는 반려했다. 체포동의안 가결 당일 비명계 박광온 원내대표가 사퇴했고, 5일 만에 새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친명계는 체포동의안 가결을 명분으로 지도부 내 비명계를 ‘제거’하고, 완전한 친명 체제로의 재구축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24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송 최고위원의 최고위원직 사의를 하루 만에 수리했다. 강선우 대변인은 전날 “송 최고위원은 어제(22일) 이 대표에게 지명직 최고위원직의 사의를 표명했다. 이 대표는 고심 후에 오늘 사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지난 21일 조 사무총장을 포함한 정무직 당직자들은 사의를 표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수용하지 않았고, 조 사무총장은 당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최고위원은 의결권을 행사하는 자리지만 사무총장은 집행을 해야 하는 실무 자리”라며 “여러 현안이 있으니 그런 걸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최고위원은 탕평 인사였던 자신의 최고위원직이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명계인 고민정 최고위원도 사퇴 여부를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고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최고위에서 “당원의 지지로 탄생한 최고위원이 당원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는 건 이미 신임을 잃은 것이라 생각한다”며 “당원들의 판단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비명계 원내대표단은 5일 만에 대체된다. 당 최고위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직후 박 원내대표가 사퇴하자 일사천리로 원내대표 선출 일정을 추진했다. 차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을 추진했고, 후보 등록 기한은 이날까지, 선출일은 26일로 정했다. 후보를 등록하고 단 하루의 선거 운동 기간이 주어진 셈이다. 이 대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 당일 원내대표 선거를 한다. 영장실질심사 결과는 당일 밤늦게나 다음날 나온다. 차기 원내대표 선출을 이 대표 구속 여부가 나오기 전에 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후보군에도 비명계는 사라졌다. 최고위, 원내대표단, 사무총장단이 모두 친명계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을 밟고 있는 셈이다.
친명계는 주말 내내 이 대표 체제가 건재함을 강조하며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에 대한 징계 가능성을 거론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비명계 송갑석, 최고위원 사퇴… 민주당 지도부 줄사퇴 신호탄 되나’란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꿈 깨시라! 이재명 당대표 사퇴는 없다. 정청래 최고위원 사퇴도 없다. 다른 최고위원도 그렇다. 됐습니까?”라고 적었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진교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캠프 개소식에 참석해 “(이날) 12시20분 (기준) 탈당 5697명, 입당 2만7774명”이라며 “문재인 전 당대표 시절, 대표를 흔들고 분당선언을 하고 당을 뛰쳐나갈 때 온라인 권리당원 10만명이 문재인을 지키자며 민주당에 입당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들이 더 많이 가입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이날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에 대해) 명백한 해당 행위”라며 “징계를 논의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 측근 의원은 “제 생각은 제명이 적임”이라고 말했다.
박순봉·탁지영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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