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잡는다며 총동원
방심위 이어 정부 유관기관까지
언론 자유 압박·이중 규제할 우려
시점상 가짜와 진실 판별 쉽잖아
“정부에 불리한 보도 언제든 통제”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언론중재위원회 등 언론 유관 정부 기관들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가짜뉴스와의 전쟁’에 발을 담그는 양상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가짜뉴스 피해 신고·상담센터 운영을 시작한 데 이어 보수단체가 연 가짜뉴스 시상식을 후원했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언론중재위원회에 가짜뉴스 규제 협력을 요청했다. 정부가 가짜뉴스 규제에 나설 경우, 정파성에 따라 ‘가짜뉴스 몰이’를 하며 언론의 자유를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언론사를 향한 중복 규제가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현재 한국언론진흥재단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접속자가 모두 볼 수 있도록 ‘가짜뉴스 피해 신고·상담센터’를 안내하는 배너 공지가 뜬다. 센터는 서울 중구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원 사옥의 한 사무실에 마련돼 있다.
언론사·언론인 교육, 연수, 연구 기관인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 5월부터 센터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센터에서는 허위 뉴스 피해에 대한 민형사상 권익구제 법률 절차를 안내하고, 위탁 운영 중인 법무법인을 허위 뉴스 피해자들에게 소개해 상담받도록 돕고 있다. ‘가짜뉴스 피해 구제 사례집’ 및 ‘대응 매뉴얼’도 발간할 계획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달 31일 보수단체인 자유언론국민연합이 처음 개최한 ‘2023 상반기 10대 가짜뉴스 시상식·기념토론회’ 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 시상식에는 김장겸 전 MBC 사장과 김우석 방심위원 등 보수진영 인사들이 참석했다. 시상식에선 윤석열 대통령 청담동 술자리 의혹, 후쿠시마 오염수 안전 관련 의혹, 바이든-날리면 보도 등 정치 관련 기사가 가짜뉴스로 선정됐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지난 21일 이석형 언론중재위원장을 만나 가짜뉴스 근절 협력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짜뉴스의 명확한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홈페이지에는 ‘가짜뉴스 개념’과 관련해 “가짜뉴스와 관련해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나, 본 기관에서는 피해자 구제에 초점을 맞춰 온·오프라인으로 유포되는 가짜뉴스와 허위·조작 정보, 유언비어, 오보 등에 대한 피해, 신고 접수 및 상담을 진행한다”고 적혀 있다.
김유진 방심위원은 지난 19일 방송소위에서 가짜뉴스 원스톱 신속 심의제 도입에 대해 “가짜뉴스를 규정하지 않고 대응하겠다고 하면, (정부 측에) 불리한 보도를 통제하기 위해 졸속으로 마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며 반대하기도 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24일 통화에서 “어느 시점에, 어떤 사실이 가짜냐, 사실이냐를 가리기는 매우 어렵다”며 “국가가 나서서 진실 여부를 재단하면 권력을 사용해서 반정부적 표현에 대해 언제든 제한을 가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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