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뉴질랜드도 영국도 ‘담배 퇴출’

김태훈 논설위원 2023. 9. 24.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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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17세기 조선 실학자 이익이 ‘성호사설’에서 지적한 흡연의 폐해는 오늘 기준으로 봐도 정확하다. ‘안으로 정신을, 밖으로 눈과 귀를 해친다. 머리카락이 세고 얼굴이 창백해진다. 이가 빠지며 살이 깎이고 노쇠해진다’ 등 10대 해악을 꼽았다. ‘냄새가 독해 신명과 통할 수 없고, 재물을 축내며, 종일 담배 구하기에 급급해 잠시도 쉬지 못한다’고도 했다. 사회생활과 재산 형성에 문제를 일으키고 니코틴 중독에 빠진다는 뜻이다.

▶흡연의 해악은 더 이상 논란 여지가 없다. 다만 일부에서 ‘세금 많이 내는 애국자’ 논리로 흡연을 합리화한다. 4500원짜리 담배 한 갑에 세금이 3300원을 넘고, 2021년 기준 연 3조5500억원이 담배 소비세로 걷힌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흡연이 세수 이상의 비용을 발생시킨다고 반박한다. 세계보건기구는 흡연에 따른 전 세계 사망자가 2030년엔 800만명에 이르고, 질병 치료와 화재 등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 1조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각국 정부가 걷는 담배 관련 세금은 2013~14년 기준 2690억달러에 불과해 수지 타산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연 캠페인을 넘는 더욱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그래서 힘을 얻는다. 뉴질랜드가 먼저 칼을 빼 들었다. 2027년에 성인이 되는 2009년 1월 1일 출생자부터 담배 판매를 영구 금지하는 법안을 작년 말 통과시켰다. 위반하면 우리 돈 1억원이 넘는 벌금을 맞는다. 영국도 같은 내용의 법안 도입을 검토하고 나섰다. 성공하면 두 나라는 30년 뒤 환갑 넘은 노인 일부만 담배를 피우는 사실상 담배 청정국이 된다.

▶금연법이 미국 금주법(禁酒法) 전철을 밟으리라는 비관론도 있다. 1919년 미국이 도입한 금주법은 밀주 제조 성행, 밀주업자와 단속 공무원의 뇌물 결탁 같은 부작용 때문에 폐지됐다. 금연법도 담배 암시장만 키운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이는 두 나라의 금연법이 금연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담배는 일단 중독되면 끊기가 매우 어렵다. 필자도 담배를 끊을 때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시작도 하지 말걸” 하는 후회를 몇 번이나 했다. 두 나라 법은 이런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기존 흡연자 금연보다는 청소년들이 흡연으로 들어서는 길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흡연율은 15.9%로 OECD 평균(16%)과 비슷하다. 뉴질랜드는 8%로 우리의 절반 수준인데도 장기적이지만 확실한 금연의 길을 가겠다고 천명했다. 우리도 이 방식을 적극적으로 검토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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