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뉴질랜드도 영국도 ‘담배 퇴출’
17세기 조선 실학자 이익이 ‘성호사설’에서 지적한 흡연의 폐해는 오늘 기준으로 봐도 정확하다. ‘안으로 정신을, 밖으로 눈과 귀를 해친다. 머리카락이 세고 얼굴이 창백해진다. 이가 빠지며 살이 깎이고 노쇠해진다’ 등 10대 해악을 꼽았다. ‘냄새가 독해 신명과 통할 수 없고, 재물을 축내며, 종일 담배 구하기에 급급해 잠시도 쉬지 못한다’고도 했다. 사회생활과 재산 형성에 문제를 일으키고 니코틴 중독에 빠진다는 뜻이다.
▶흡연의 해악은 더 이상 논란 여지가 없다. 다만 일부에서 ‘세금 많이 내는 애국자’ 논리로 흡연을 합리화한다. 4500원짜리 담배 한 갑에 세금이 3300원을 넘고, 2021년 기준 연 3조5500억원이 담배 소비세로 걷힌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흡연이 세수 이상의 비용을 발생시킨다고 반박한다. 세계보건기구는 흡연에 따른 전 세계 사망자가 2030년엔 800만명에 이르고, 질병 치료와 화재 등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 1조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각국 정부가 걷는 담배 관련 세금은 2013~14년 기준 2690억달러에 불과해 수지 타산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연 캠페인을 넘는 더욱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그래서 힘을 얻는다. 뉴질랜드가 먼저 칼을 빼 들었다. 2027년에 성인이 되는 2009년 1월 1일 출생자부터 담배 판매를 영구 금지하는 법안을 작년 말 통과시켰다. 위반하면 우리 돈 1억원이 넘는 벌금을 맞는다. 영국도 같은 내용의 법안 도입을 검토하고 나섰다. 성공하면 두 나라는 30년 뒤 환갑 넘은 노인 일부만 담배를 피우는 사실상 담배 청정국이 된다.
▶금연법이 미국 금주법(禁酒法) 전철을 밟으리라는 비관론도 있다. 1919년 미국이 도입한 금주법은 밀주 제조 성행, 밀주업자와 단속 공무원의 뇌물 결탁 같은 부작용 때문에 폐지됐다. 금연법도 담배 암시장만 키운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이는 두 나라의 금연법이 금연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담배는 일단 중독되면 끊기가 매우 어렵다. 필자도 담배를 끊을 때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시작도 하지 말걸” 하는 후회를 몇 번이나 했다. 두 나라 법은 이런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기존 흡연자 금연보다는 청소년들이 흡연으로 들어서는 길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흡연율은 15.9%로 OECD 평균(16%)과 비슷하다. 뉴질랜드는 8%로 우리의 절반 수준인데도 장기적이지만 확실한 금연의 길을 가겠다고 천명했다. 우리도 이 방식을 적극적으로 검토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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