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사전 뜻풀이가 바뀌어야 할 말 ‘곶감’
세상은 빠르게 변하지만 국어사전의 내용은 시간이 오래 지나서야 수정·보완된다. 그러다 보니 국어사전의 뜻풀이와 현실의 쓰임이 다른 말이 많이 생긴다.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온 이 무렵에 흔히 볼 수 있는 ‘곶감’이 대표적 사례다. 현재 <표준국어대사전>을 비롯해 모든 국어사전은 곶감의 뜻을 “껍질을 벗기고 꼬챙이에 꿰어서 말린 감”으로 풀이해 놓고 있다. 그러나 지금 시중에서 팔리는 곶감을 보면 꼬챙이에 꿴 것이 없다.
곶감의 ‘곶’은 ‘꽂다’의 옛말인 ‘곶다’의 어근이다. 즉 원래는 꼬챙이에 여러 개를 꽂아 말린 것이 곶감이다. “애써 모아 둔 재산을 조금씩 헐어 써 없앰”을 이르는 속담 ‘곶감 뽑아 먹듯 한다’가 그래서 생겼다. 그러나 꼬챙이에 꿰어 놓은 곶감은 보기에도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냉장고 등에 보관하기도 수월치 않다. 이 때문에 요즘의 곶감은 하나씩 예쁘게 만들고, 말리는 정도도 다양하게 해서 상품성을 높인다.
따라서 이제 곶감의 뜻풀이가 바뀌어야 한다. “껍질을 벗기고 통째로 말린 감” 정도면 충분하다. 이때 ‘통째로’를 넣어야 하는 것은 “감 껍질을 깎은 후 3~5쪽으로 잘라 말린 것”을 뜻하는 말로 ‘감말랭이’가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감말랭이’는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없지만, 일부 국어사전에는 올라 있다.
추석을 맞아 성묘를 갔을 때 어르신들이 “할아버지 산소의 떼가 참 곱다” 등으로 말씀하시는 ‘떼’ 역시 국어사전의 뜻풀이가 바뀌어야 할 말이다. 현재 국어사전들은 하나같이 떼를 “흙이 붙어 있는 상태로 뿌리째 떠낸 잔디”라고 풀이해 놓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부분 떼를 ‘잔디’의 동의어로 쓴다. 특히 떼를 ‘뿌리째 떠낸 잔디’로 국한할 경우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실린 ‘떼를 뜨다’는 비논리적 표현이 되고 만다. 잔디를 떠낸 것이 떼이고, 그 떼를 다시 뜰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떼를 뜨다’는 ‘떼로 뜨다’라고 해야 바른 표현이 되는데, 이렇게 쓰는 사람은 없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국어사전은 옛것 그대로면 언중만 불편해진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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