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더 자두의 ‘김밥’
한국산 냉동 김밥이 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는 뉴스다. 또 뉴욕시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김밥 소개 영상도 화제다. 새 학기를 맞은 초등학교 교실에서 한인 2세 여학생이 귀엽고 깜찍한 표정으로 점심 도시락으로 싸 온 김밥을 소개하는 영상이 수십만 명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우리에게 김밥은 너무 흔해서 평가절하된 음식이다. 한때는 소풍 가는 날에만 먹을 수 있는 별미였지만, 치열하게 살아온 한국인들에게는 싸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다. 단무지·당근·시금치가 들어간 야채김밥부터, 뱃사람들이 파도와 싸우며 먹던 충무김밥, 혼밥으로 때우는 직장인들에게 사랑받던 삼각김밥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고명에 따라 김치 김밥, 참치 김밥, 쇠고기 김밥, 치즈 김밥 등으로 다변화했다.
김밥을 소재로 만든 노래로 큰 사랑을 받았던 혼성 그룹이 있었다. 빈대떡(빈대떡 신사), 신당동 떡볶이(허리케인 박), 고등어(어머니와 고등어) 등 음식을 소재로 한 노래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흔하디흔한 김밥이라는 제목으로 인기를 얻은 것은 처음이었다.
“잘 말아줘/ 잘 눌러줘/ 밥알이 김에 달라붙는 것처럼/ 너에게 붙어 있을래./ 날 안아줘/ 날 안아줘/ 옆구리 터져 버린 저 김밥처럼/ 내 가슴 터질 때까지.”
‘더 자두’(사진)는 자두(김덕은)와 강두(송용식)로 구성된 2인조 혼성 그룹으로 2003년 이 노래를 발표했을 때 대중음악의 금기에 도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발랄한 리듬과 멜로디, 가벼운 춤까지 곁들인 댄스풍 곡으로 1990년대 히트 메이커였던 최준영이 만들었다. 남녀의 애틋한 사랑을 김밥에 비유한 노랫말이 인상적이다.
미국에서 팔리는 김밥(Kimbap)의 가격은 3.99달러(약 5400원)라고 한다. 김밥 한 줄에 1000원이었던 시절이 그립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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