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연계 산업 기사 강점…경제 현안 깊이있게 다뤄주길
환경이슈 환경단체 위주 소개
기업들 입장도 충분히 반영했으면
국가재정 이슈 깊이있는 보도 바라
중저소득층 관점 ‘돈이야기’ 신선
주식·부동산 동향 적극 다룰 필요
PR·광고특집면 꼭 필요한지 고민을
한겨레 콘텐츠 가운데 가장 다양한 기대와 요구가 제시되는 분야가 경제 기사다. 경제 현안을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 달라, 재테크·부동산 정보가 부족하다, 재벌 감시 등 경제민주화에 앞장서 달라…. 어찌 보면 독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가 가장 어려운 영역이 경제 보도일지 모른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8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11기 열린편집위원회 다섯번째 회의에서는 한겨레의 경제 보도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이날 회의에는 제정임 시민편집인 겸 열린편집위원장(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장), 김우경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 피아르(PR) 담당 부사장, 방준성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심창식 <한겨레:온> 편집위원, 이예진 경상국립대 학생(전 경대신문 편집장), 이준형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이 참석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은 다른 일정이 있어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했다. 한겨레에서는 이종규 저널리즘책무실장, 이주현 뉴스룸국 뉴스총괄, 김경락 경제산업부장이 참석했다.
제정임 오늘 회의에서는 한겨레의 경제 보도를 집중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방준성 경제 기사를 읽다 보니 ‘만약 내가 경제 전문가라면 한겨레 경제 지면 전체를 참 편하게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겨레 경제면을 보면, 국가 차원의 경제를 다룬 기사들이 크게 실리고, 같은 지면의 아래쪽에 생활과 관련된 기사들이 실리던데, 그렇게 하면 일반 독자들이 위쪽 기사 제목만 딱 보고 ‘어려운 기사네’ 하고 면을 넘겨 버릴 것 같다. 국가 경제를 다룬 기사와 민생·생활 관련 기사를 분리해 놓으면, 일반 독자들이 ‘여기는 생활에 도움이 되는 기사니까 한번 읽어봐야지’ 하고 생각할 것 같다.
심창식 한겨레 창간 초기에는 경제 쪽이 좀 약했는데 지금은 많이 보완이 된 것 같다. 최근에는 경기 동향을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쓴 기사들이 눈에 띄었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국가 재정 관련 이슈도 깊이 있게 잘 다뤄줬으면 한다. 오피니언면에 ‘윤 정부 건전재정 이해하기’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는데, 아주 알기 쉽게 잘 썼더라. 그런 지적을 취재로 좀 뒷받침해서 국가 재정 위기의 원인을 드러내면 어떨까 싶다. 국제사회의 ‘기후공시’ 의무화 등으로 대기업의 기후위기 대응이 중요해졌는데, 포스코 탄소중립 담당 상무 인터뷰와 ‘수소 생태계’ 기사는 이런 점에서 유익했다. 기후위기 관련 대기업의 동향이 보도되고 시민들이 관심을 갖게 되면 기업들도 자극을 받게 될 것이다. 오늘자(18일치)에 ‘돈 이야기’ 기사가 실렸던데 좋은 시도다. 진보 보수를 떠나 모든 국민이 주식과 부동산 시장 동향에 관심을 갖고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김우경 저희 회사 신입 사원들한테 한겨레 경제 기사 총평을 좀 해달라고 했다. 경제면이 타사에 비해 적어 한겨레만 보는 독자들이 충분한 정보를 접하기 어려울 것 같고, 기사들도 노동이나 인권, 환경 이슈와 관련된 게 많아서 거시경제나 주요 기업들의 트렌드를 살피고자 하는 독자들에게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고 하더라. 이제 내 얘기를 하자면, 지난해 기업인 간담회에서 한 회사 임원이 한겨레에 대해 ‘올바르지만 불편한 친구 같다’고 했는데, 그 말이 한겨레의 역할과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한겨레가 재벌의 부정을 고발하고 노동자 편에 서서 노동환경을 개선하려는 보도를 함으로써 변화에 많은 기여를 해온 건 사실이다. 그런데 기업들도 이제 외부의 감시 덕에 많이 성숙해진 만큼, 한겨레도 달라진 상황에 맞게 더 높은 수준의 감시 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인력을 더 배치해서 기자들이 자기가 맡은 분야를 충분히 이해하고 깊이 있는 기사를 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리고 에너지 전환 등 환경 이슈에선 지나치게 환경단체 위주로 보도가 되는 것 같다. 기업들의 입장도 반영이 됐으면 한다.
이예진 이번에 경제면을 살펴보면서, 배경 지식이 많지 않은 독자 입장에서는 기자가 어떻게 설명을 해주느냐에 따라 이해도가 좌우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 용어를 좀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고, 경제 기사에 언급되는 각종 수치가 어떤 의미를 갖는 건지 경제를 모르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좀더 세심하게 배려해줬으면 좋겠다. 경제 현안을 짚어주는 칼럼이나 해설 기사가 좀 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수소 생태계’ 기사처럼, 한겨레가 잘하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산업과 연결시켜서 보도하는 것이 한겨레 경제면의 강점이 될 것 같다.
이준형 경제 기사는 기업·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제목을 자극적으로 달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하는데, 한겨레는 그런 면에서 칭찬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광고가 언론사의 주요 수익기반인 만큼 경제면이 기업의 민원 창구가 될 위험성이 있는데, 시민단체 모니터링 자료를 보면 기업 보도자료를 그대로 싣는 비율이 한겨레가 가장 낮더라. 이 부분도 칭찬할 만하다. 다른 위원들도 지적하셨지만,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서 용어 설명은 좀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사마다 차이가 있던데, 경제부 안에서 ‘이 정도 수준의 단어는 무조건 설명을 한다’ 이런 식으로 합의된 규칙을 마련하면 어떨까 싶다. 끝으로 경제 현안에 대해 독자들이 ‘이런저런 주장이 있는데, 한겨레의 입장과 해석은 이거구나’ 이렇게 이해할 수 있도록 깊이 있게 다뤄줬으면 좋겠다.
김종진 며칠 전에 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으로 세수 결손을 메우려 한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 기금의 활용 기준은 무엇인지, 다른 국가들은 어떻게 하는지 등의 설명이 있었으면 독자들이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 것 같다. 한국은행이 부동산발 가계빚 급증에 대해 경고했다는 기사에서, 부동산 투자에 금융 자원이 쏠리는 현상을 지적한 것은 최근 경제 현상과 맞물려 좋은 포인트였던 것 같다. 기사에 관련 그래픽이 제시된 것도 좋았다. 다른 나라들과의 비교 수치가 함께 제시되면 독자들이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제정임 칭찬부터 하겠다. 한겨레는 타사에 비해 보도자료에만 의존하지 않고 가급적 현장에서 뭔가를 끌어내려는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최근 자주 다룬 쿠팡의 경우, 플랫폼 경제의 강자로 급성장하면서 노동시장과 상거래의 판도를 바꿔놓고 있는데, 한겨레가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노동 착취와 거래처에 대한 횡포 등의 문제를 다루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공적 기여라고 생각한다. ‘돈 이야기’ 기사도 중저소득층의 실질적인 필요라는 관점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좋은 시도라고 본다. 그런 관점에서 원룸 구하기, 집안 인테리어 하기 등과 같은 기사도 나왔으면 좋겠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타사에 비하면 훨씬 적지만, 한겨레에도 광고특집면, 기업 피아르(PR) 지면이 있다. 특히 웹페이지에는 피아르 기사가 경제 기사들과 섞여서 올라오던데, 국민주로 시작해서 지금은 시민 후원을 받는 언론사로서 이게 꼭 필요한 형식의 콘텐츠인지 고민을 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광고특집의 경우, 적어도 독자들에게 그런 지면을 발행하는 이유와 기준을 투명하게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기후위기와 관련해선 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 대기업들의 책임을 더 매섭게 추궁해줬으면 한다. 또 경제부의 모든 기자들이 각자가 담당하는 영역에서 기업의 ‘그린워싱’을 감시하고, 경제부처의 잘못된 정책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김경락 여러 위원들께서 해주신 제안에 저도 대부분 공감한다. 제가 평소에 부원들하고 나누는 이야기와 거의 같다. 경제 현안의 맥락을 보여주는 기사,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사, 시민의 삶에 다가가는 기사를 써달라는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정리 이종규 저널리즘책무실장 jklee@hani.co.kr
열린편집위원들의 ‘단소리 쓴소리’
열린편집위원들은 그달 주제에 대한 논의가 끝난 뒤, 한겨레의 논조와 기사 쓰는 방식, 뉴스 서비스 등 콘텐츠 운영 전반에 대해서도 독자 눈높이에서 비판과 제언을 쏟아냈다. 회의에서 나온 위원들의 목소리를 싣는다.
▪ “윤석열 정부의 실정과 무도한 정치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정파적인 보도 지양하고 객관적인 태도 유지하는 것도 좋지만, 정권의 무도한 행태를 견제하고 제동을 걸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해줬으면 좋겠다.”(심창식 위원)
▪ “토요판에 실린 여성 홈리스 기획은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내러티브 기사였다. 전국면에 서울 기사가 좀 많은 것 같다. 지역 기사 안배에 더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 (이예진 위원)
▪ “한겨레 기사들을 보다 보면, 꼭 그럴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도, ‘성별’을 부각시키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사안의 본질에 충실하게 기사를 써야 한다.”(방준성 위원)
▪ “오피니언면에 독일 교수가 쓰는 칼럼이 있던데, 그분이 한글로 써오는 건지, 누군가가 우리말로 번역을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만약 번역한 거라면, 번역한 사람을 밝혀주는 게 좋을 것 같다.”(제정임 위원장)
▪ “지난달 ‘씻을 권리’ 기획에 이어 소방관 기획도 사회적인 이슈를 몸과 연결해서 풀어내니까 공감이 더 잘 되는 것 같다. 그런 기사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이준형 위원)
열린편집위가 뽑은 ‘이달의 좋은 기사’
열린편집위원들은 9월 <한겨레>가 생산한 콘텐츠 가운데 27건의 ‘좋은 기사’를 추천했다. 이 가운데 위원들이 가장 좋은 평가를 한 콘텐츠는 ‘소방관, 몸에 새겨진 재난’ 기획이었다.
1. ‘소방관, 몸에 새겨진 재난’ 기획
탐사1팀 김지은 박준용 기자
한줄평: “재난을 책임지는 사람들, 필수노동자 보호 시급”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길…”
2. 말해지지 않는 죽음에 대한 부고
토요판부 이문영 기자
한줄평: “이 죽음을 추모할 수 있도록 만든 끈질기고 단단한 행동이 담긴 기사”
3. ‘이윤’ 좇아가는 열차…할머니는 서울행 티켓을 뺏겼다
사회정책부 장현은 기자
한줄평: “철도 이용 지역민의 실질적 고충을 보여줌”
4. 스무살 청년 녹색병원의 꿈
토요판부 조일준 선임기자
한줄평: “한국 산재 투쟁의 역사와 함께해온 의료인의 노력을 조명하고 현재의 과제를 환기한 의미 있는 기획”
5. 접근금지·스마트워치만으론…스토킹 살인 막지 못했다
사회부 김가윤 기자
한줄평: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법과 제도의 한계를 잘 짚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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