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나와 지구 반대편서 개그맨…“웃음엔 국경이 없죠”

김형주 기자(livebythesun@mk.co.kr) 2023. 9. 24.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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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선 멕시코 스탠딩코미디언
서울대·개콘 경력 뒤로하고
현지 식당·술집서 개그
유창한 스페인어로 인기
유튜브 구독자 87만명 달해
“눈앞 관객과 실시간 호흡”
멕시코에서 코미디언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병선 씨. [김호영 기자]
“스페인어권 국가들에서 코미디를 하는 건 스탠딩코미디를 할 수 있는 무대가 이들 나라에 많기 때문입니다. 웃음을 줄 수 있다면 한국이든 멕시코든 상관 없어요.”

매일경제와 만난 개그맨 ‘코미꼬’(스페인어로 코미디언이라는 뜻) 김병선 씨(36·사진)가 한국을 떠나 멕시코에서 스페인어로 코미디를 하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KBS 공채 개그맨(28기) 출신인 김씨는 페루와 스페인을 거쳐 현재는 멕시코에 거주하며 현지 식당과 술집의 ‘오픈마이크’ 무대에서 스탠딩코미디를 연마하고 있다. 오픈마이크는 코미디언들이 스탠딩코미디를 정식 무대에 올리기 전 식당, 술집 등의 작은 무대에서 시연하는 것을 말한다. 손님들은 무료로 공연을 즐길 수 있고 코미디언들은 관객의 반응을 확인해 플롯을 점검·보완할 수 있다. 김씨는 자신의 오픈마이크 영상과 멕시코 여행·문화 콘텐츠를 유튜브 채널 ‘코미꼬’를 통해 선보이고 있다. 유창한 스페인어로 현지인들을 웃기는 인기 영상들은 조회수 수백만회를 거뜬히 넘고 채널 구독자는 87만명에 달한다.

김씨가 지구 반대편 타지에서 오픈마이크 활동을 하는 것은 코미디언 한명이 1시간 동안 무대를 채우는 스탠딩코미디를 할 기량을 쌓기 위해서다. 멕시코 등 스페인어권 국가들은 한국과 달리 스탠딩코미디의 인기가 높고 일반인들도 자유롭게 무대에 오를 만큼 오픈마이크 문화가 발달해있다. 김씨는 “스탠딩코미디는 준비해야 할 콘텐츠가 많을 뿐 아니라 발언마다 관객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느끼고 다음 행동에 반영해야 한다”며 “능숙하게 무대를 이끌기 위해 많은 연습과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4월 서울 마포구 소재 공연장 무신사개러지에서 전석을 매진시키며 생애 첫 정식 스탠딩코미디 공연을 치렀다.

토종 한국인인 김씨가 스페인어를 배운 건 서울대(체육교육07) 재학 중 군 복무 대신 지원한 한국국제협력단(KOICA) 봉사단에서 페루로 2011~2012년 파견되면서부터였다. 공립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축구를 가르치고 저녁에는 태권도장에서 봉사활동를 하며 스페인어를 익힌 김씨는 한국에 돌아온 뒤 KBS 개그맨 공채 시험에 합격하며 코미디언의 길에 들어섰다. 김씨는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이것저것 하다 보니 남미에 갔고 덜컥 개그맨이 돼버렸다”며 “개그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껴 개그콘서트 출연과 서울 대학로의 희극 극단 생활을 병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처음 스페인어로 개그를 시작한 것은 2016년 페루에서 열린 한국음식 행사에서였다. 행사를 진행하며 자신의 개그가 현지인들에게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된 김씨는 이후 스페인으로 떠나 낮에는 현지 축구 팀에서 홍보 일을 하고 저녁에는 오픈마이크 무대에 서는 생활을 시작했다. 2019년에는 스페인의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갓 탤런트 에스파냐’에서 코미디를 선보여 한국인 최초로 본선에 진출하기도 했다.

김씨의 목표는 다양한 스탠딩코미디 공연을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웃음을 주는 것이다. 김씨는 “한국인, 멕시코인, 스페인인의 문화가 모두 다르고 웃길 수 있는 공감대도 다르지만 웃음을 주면 행복해한다는 것은 같다”며 “이곳(멕시코)에서 경험을 쌓은 뒤 장차 한국에서도 스탠딩코미디를 활성화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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