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명 중 7명 “판검사 사직 후 바로 정계 진출은 부적절” [심층기획-법조 미래를 묻다]

박진영 2023. 9. 24.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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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공정성·삼권분립 악영향 등 우려
“일정기간 휴지기 법제화 필요” 의견도
“법조 출신 의원 의정 잘한다” 13%뿐
21대 국회 “기능·역할 못 해” 낙제점
차기국회 과제 ‘사회 갈등 해소’ 꼽아
차세대 법조인 리더엔 ‘한동훈’ 1위

“판검사가 사직 직후 정계에 진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현재의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들도 그저 그렇다.”

내년 4월 총선에 전·현직 법조인들이 대거 출마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변호사들은 법조인의 정계 입문과 의정 활동을 대체로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21대 국회에 대해서도 사실상 낙제점을 줬다. 내년 총선 이후 출범하는 22대 국회의 최우선 과제로는 ‘사회 갈등 해소’라고 입을 모았다.
24일 세계일보와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정욱)가 실시한 ‘법조의 미래를 묻다’ 설문조사 분석 결과, 응답자 554명 중 405명(73.10%), 즉 변호사 10명 중 7명꼴로 판검사가 사직 직후 정계에 진출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나머지 134명(24.19%)은 ‘문제없다’고 답했다.
변호사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묻는 주관식 질문에 각양각색의 의견을 쏟아냈다. 그중에서도 ‘사법의 정치화’, ‘수사·재판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 ‘사법 신뢰’, ‘삼권분립’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가장 높았다. 이 때문에 판검사가 사직 후 일정 기간 정계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직업 선택 등 개인의 자유’란 의견은 소수였다.
변호사들은 21대 국회의 법조인 출신 의원들에 대해서도 썩 좋은 평가를 주지 않았다. 현재 재적 의원 298명 중 47명이 법조인 출신이다. 변호사 2명 중 한 명이 ‘그저 그렇다’(283명·51.08%)고 답했고, ‘못한다’(118명·21.30%)와 ‘매우 못한다’(80명·14.44%)가 그 뒤를 이었다. ‘잘하고 있다’(71명·12.82%)거나 ‘매우 잘하고 있다’(2명·0.36%)는 비주류였다. 변호사들은 그 이유로 ‘법률가로서의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한다’, ‘당파적이다’고 지적했다. 한 변호사는 “(‘검수완박’으로 불리는)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에 법리적으로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가득한데, 율사(법률가) 출신 의원 중 그 누구도 바로잡으려 하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다른 변호사는 “그래도 율사 출신이 (다른 의원들보다는) 법치를 바탕으로 활동한다”고 반박했다.

국회 자체도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입법부라는 제 기능과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회가 법치주의에 맞게 법령을 심의하고 제·개정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은 편이다’(193명·34.84%)란 답변이 가장 많았다. ‘그저 그렇다’(186명·33.57%), ‘전혀 그렇지 않다’(68명·12.27%)와 함께 대부분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대체로 그렇다’(106명·19.13%)와 ‘매우 그렇다’(1명·0.18%)는 소수였다.

한 변호사는 “국회의원들의 질적 수준이 너무 낮다”며 “공부하지 않고, 법이 제정됐을 때 파급효과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리당략과 포퓰리즘이 문제”라거나 “법령 제·개정 속도가 매우 더디다”는 의견도 많았다.

변호사들은 22대 국회의 최우선 과제로 ‘사회 각 분야 갈등 해소’(276명·49.82%)에 이어 ‘일하는 국회’(170명·30.69%)를 꼽았다. 그다음은 ‘불체포 등 국회의원 특권 포기 또는 축소’(38명·6.86%), ‘개헌’(33명·5.96%) 순이다. 주관식 답변으로는 ‘국민을 위한 정치’, ‘국회의원 수 감축’ 등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됐다.
변호사들은 사회 각계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전·현직 법조인 가운데 차세대 법조인 리더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지목했다.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는 법조인(법조인 출신 포함) 리더 중 누가 유망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주관식 문항(복수 응답)에 한 장관(28.41%)이 가장 많이 언급됐다. 2위는 판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17.61%)이 차지했다. 김정욱 서울변회장(9.09%)은 3위, 검사 출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5.68%)이 4위를 기록했다. 구속 기로에 선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5위(5.11%)에 머물렀다.
법조계 전반의 현안과 미래를 다각도로 짚어 본 ‘법조의 미래를 묻다’ 설문조사는 세계일보 법조팀이 기획하고,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정욱)가 실시했다. 지난 8월7일∼9월11일 한 달여간 서울변회 소속 회원들을 상대로 구글 폼을 이용한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자는 554명이다. 성별로는 남성 434명(78.34%), 여성 120명(21.66%)이다. 법조 연차별로는 △11∼20년차 169명(30.51%) △6∼10년차 154명(27.80%) △1∼5년차 134명(24.19%) △21년차 이상 97명(17.51%) 순으로, 10년차 이하 청년 변호사(288명)와 11년차 이상 중견 변호사(266명)들이 고르게 응답했다.

박진영·백준무·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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