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람 담으려 18개 국립공원 누빈 기자의 다큐멘터리

윤유경 기자 2023. 9. 24. 19:2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진재운 KNN 기자가 감독한 다큐멘터리 영화 '무경계'
지정 55주년 맞은 한반도 국립공원의 자연과 사람 담아내
"성찰 없이 맞이한 기후위기" 알리기 위해 '환경영화제'도 만들어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잠깐 멈추고 심호흡을 해봐라. 달려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돌아봐라. 잠깐 쉬는 그 틈 사이에 자연이 훅 다가올 건데, 훅 다가온 자연을 보여주겠다. 한시간 반 동안 잠시 멈추면, 그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진재운 KNN 기자)

진재운 KNN 기자가 직접 감독한 다큐멘터리 영화 <무경계>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무경계>는 올해로 지정 55주년을 맞은 한반도 국립공원의 산과 바다, 그리고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낸 영화다. 국립공원에서 물질을 하며 평생을 살아온 해녀, 산에서 약초를 캐며 사는 사람들, 섬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온 90대 할머니 등 '사람'의 삶을 국립공원 자연의 역사와 엮어냈다.

▲ 영화 '무경계' 시사회 포스터. 사진=진재운 기자 제공.

많지 않은 내레이션 중 대부분은 국립공원에서 사는 사람들이 해준 말들로 채웠다. 진 기자는 지난 20일 미디어오늘에 “자연과 나와의 관념적인 이야기라기보단,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 그 자체를 담았다. 바쁘게 살아갈 필요가 없다는 걸 알려주는 이야기 한마디 한마디를 담았는데, 그 말들이 마치 한 편의 시를 듣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진 기자는 흔하게 본 것 같지만, 절대 볼 수 없던 자연의 장면들을 찍어냈다. 특히, 구름의 움직임을 담기 위해 전국 18개의 국립공원을 찾았고, 설악산 5번, 소백산 4번을 올랐다. “안개 낀 하늘 때문에 촬영을 번번이 실패했다. 마지막으로 도전해보자고 한 날도 안개가 꼈는데, 드론을 날려보니 우리가 서 있는 지점으로 불과 2m 위에 맑은 하늘이 있었다. 그렇게 한 시간 기다렸더니 하늘이 열렸다. 그때 하늘에서 파도가 치는 장면을 담아냈다.”

<무경계>라는 제목도 그렇게 지어졌다. “보고있으면 단순히 구름, 안개가 아니다. 구름의 움직임, 안개의 움직임을 보면 세상엔 경계가 없는 걸 느낄 수 있다.”

▲영화 '무경계' 스틸컷. 사진=진재운 기자 제공.

<무경계>는 진 기자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촬영하며 자연의 사계절을 모두 담아낸 TV다큐멘터리 3부작 <한반도의 보석 국립공원>을 합쳐 만든 영화다. 한반도의 자연과 가치를 해외에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내린 선택이었다. 올해 7월 영화작업이 끝나자마자 해외 영화제에 출품하기 시작했다.

▲ 영화 '무경계' 스틸컷. 사진=진재운 기자 제공.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무경계>는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수상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9개국 11개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거나 후보가 된 상태다. <무경계>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5회 브란덴버그 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홍콩국제영화제, 두바이국제영화제, 인도 타고르국제영화제 등에서도 다큐멘터리상, 감독상, 촬영상 등을 수상했다. 프랑스몽블랑국제영화제, 미국 세도나 국제영화제 등에서도 경쟁부문 후보에 올랐다. 세계 최대 언론인클럽인 국제방송협회(AIB)가 주관하는 '2023 AIBs Natural History' 부문에선 최종 후보로 올랐다.

“성찰 없이 맞이한 기후위기” 알리기 위해 '환경영화제' 만든 기자

<무경계>는 진재운 기자의 네 번째 영화이자 서른 한 번째 다큐멘터리다. 모두 자연을 주제로 했다. 진 기자는 지난해 기후위기를 정면으로 마주한 환경영화제 '하나뿐인 지구영화제'를 만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고, 올해도 제2회 영화제가 열렸다.

“지금도 가을 장마에, 가을 폭염이다. 사람의 욕심은 탐욕으로 변해서 지구 매커니즘을 완전히 파괴시켰다. 사람들은 당장 사는데 지장이 없으니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지구 환경은 심각할 정도로 변하고 있다. 누군간 이 사실을 계속 알려야하는데, 그 역할을 나라도 하자는 생각에서 영상을 만들고 있다. 영화제를 만든 이유도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이야기해보기 위해서다. 우리는 성찰없이 멀리 와버렸다. 이 사실을 살아있는 자연환경을 보여주면서도, 파괴된 환경을 보여주면서도 이야기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 소재를 계속 찾아가고 있다.”

▲ 진재운 KNN 기자. 사진=본인 제공.

지난달 31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진행된 <무경계> 시사회에서 관객들은 “자연과 인간이 서로 공존하고 함께할 때 모두가 아름다운 세상에 살 수 있다는 울림이었다”고 평가했다. “인간이 과학기술로 자연을 함부로 착취해 옴으로써 오늘의 환경위기가 초래된 것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작품”, “자연의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자연의 미세한 아름다움을 극적으로 표현한 한 편의 시적 다큐멘터리”, “긴 시간, 오랜 고생 끝에 얻어진 영상이 스크린에 펼쳐졌던 아름다운 시간”이라는 관람평도 뒤를 이었다. 영화 <무경계>는 오는 11월 중순 전국에 개봉될 예정이다.

[미디어오늘 바로가기][미디어오늘 페이스북]
미디어오늘을 지지·격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