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이재명의 민주당'? 李의 불안요소는…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 및 그 직후 이뤄진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을 계기로 다시 '이재명의 민주당'을 전면에 내세우는 모양새다. 당 지도부에서는 비명계 인사들이 줄줄이 사퇴하며 친명 색채가 한층 강화됐다. 차기 원내대표 선거도 친명계 일색만으로 치러진다. 그러나 현재 이 대표와 친명계 앞에는 이 대표의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이라는 근본적 불안요소가 놓여 있다.
주말새 민주당에서 일어난 일들…'반란표' 역풍, 이재명 친위체제로?
민주당은 24일 오후 공지를 통해, 오는 26일 치러지는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우원식(4선)·김민석·남인순·홍익표 의원(이상 3선) 등 4명의 후보가 등록을 마쳤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정파색이 진하고 옅고의 차이는 있으나 네 후보 모두 친명계 혹은 범친명계로 분류되는 이들이다. 즉 누가 당선되더라도 '친명 원내대표'의 탄생이 예고된 셈이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비명계인 박광온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밤 의원총회에서 사퇴함에 따라 치러지게 된 것이다. 박 전 원내대표의 사퇴 사유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을 막지 못했다'는 것, 다시 말해 당내 '반란표' 단속을 못 했다는 것이다. 의원총회 당시 박 전 원내대표 면전에서 친명계 의원들이 연판장을 들이밀며 사퇴를 요구했다는 전언도 들렸다.
박 전 원내대표에 이어, 역시 비명계인 송갑석 최고위원은 22일 이 대표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이 이튿날 전했다. 강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표는 고심 후에 오늘(23일) 사의를 수용했다"고 한다.
앞서 22일 오전 열린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는 "자기 당 대표를 팔아먹은 적과의 동침", "비열한 배신행위"(이상 정청래), "동지 등에 칼을 꽂았다"(박찬대), "내부의 적"(서은숙) 등 친명계 최고위원들로부터 험악한 발언이 줄이어 터져나왔다.
박 원내대표와 송 최고위원의 사퇴로, 당 지도부에 남은 유일한 비명계 인사는 친문계 고민정 최고위원 혼자뿐이다. 그나마 고 최고위원도 22일 최고위 당시 "저는 부결표를 던졌지만 제가 말한들 믿겠나"라며 "당원이 사퇴하라면 하고 남으라면 남겠다"고 거취에 미련이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고 최고위원은 24일 지도부가 총출동한 강서구청장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도 불참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의료진의 권고를 받아들여 토요일인 지난 23일 전격 단식 중단을 선언했다.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에 대해 강성 지지층이 분노를 쏟아내고, 이를 등에 업은 친명계 정치인들이 원내외를 가리지 않고 △가결표 '해당행위' 규정 및 규탄·비난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내 단결 강조 등의 메시지를 쏟아내는 가운데였다. (☞관련 기사 : 이재명, 24일 만에 결국 '빈 손' 단식 중단)
특히 이 대표는 박광온 원내대표 사퇴와 동시에 이뤄진 조정식 사무총장 이하 정무직 당직자들의 사의 표명에 대해 "사의(수리)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정상적으로 근무하라"(지난 21일 밤 사의표명 직후)라고 한 이후 별도 지시를 하지 않아, 조 사무총장 등의 당직은 24일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송갑석 최고위원의 사의를 "고심 끝에 수용"한 것이나, 박광온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 총사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과는 대조된다.
조 사무총장은 이런 가운데 전날 SNS에 "이 대표가 24일간의 단식투쟁을 끝내고 새로이 전열을 정비한다.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라며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 강력한 민주당으로 거듭나겠다. 이 대표와 함께 민생을 지키고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글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내년 총선까지 '이재명 체제'가 유지될 것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본회의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무려 29표의 반란표가 대거 쏟아져 나온 것이 친명계와 그 지지층의 결집·반발로 이어지면서 오히려 '이재명 체제'가 일시적으로나마 더 강고해진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이재명·친명계의 불안요소…영장심사 결과, 어떻게 나올까?
문제는 친명계와 이 대표 앞에 잠복해 있는 불안요소다. 다름아닌 이 대표의 26일 영장실질심사, 즉 구속 전 피의자 심문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구속영장이 기각된다면 이 대표와 친명계는 일단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 초·중순까지 현재의 당내 주도권을 그대로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로 인한 그동안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내고, 정기국회 기간 동안 당을 이끌며 내년 총선전략을 수립할 한 번의 기회를 더 갖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구속영장이 인용돼 이 대표가 구속될 경우, 구심점이 사라진 친명계의 당내 주도력이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친명계 일각에서는 '옥중 공천'이라는 말까지 나오지만, 수감된 상태에서 총선을 앞둔 시점의 당 대표 역할을 정상적으로 해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체포동의안 가결 직후 당 비명계 내 여러 그룹에서 '일단 영장실질심사 결과까지 보자'는 반응이 공통적으로 나온 것은 이들 모두가 이같은 전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이 대표가 구속될 경우에도 대표 부재시 원내대표가 직무를 대행하도록 한 당헌당규에 따라, 26일 새로 선출되는 원내대표가 당 대표 대행으로서 친명 주도 체제를 끌어가려 할 수도 있다.
원내대표 선거 시점도 이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오는 26일 오전 10시에 이 대표의 영장심사가 개시되고, 같은날 오후 2시 아직 영장심사 결과가 나오기는 전에 원내대표 선거가 치러지는 것은 이 대표에 대한 방어 논리가 가장 강력하게 작동하는 시점에, 그리고 혹시나 이 대표가 구속되는 사태를 맞기 전에 '친명계 원내대표'를 선출하겠다는 포석이 깔린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설사 이 대표가 구속되더라도 당 대표 직무대행 자리를 비명계에 넘기지 않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에 대해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할 경우, 이같은 포석들은 모두 무의해질 수 있다. 일단 이 대표가 사라지고 난 후 '반란표' 29명을 핵으로, 관망·동조세를 보인 이들을 측면 지원세력으로 삼은 비명계의 반격이 여론의 지지·명분을 얻을 경우, 현재의 '이재명 체제'는 붕괴하고 지도체제와 총선 전략을 모두 백지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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