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기술 70%가 中으로···조선·車 이어 반도체·2차전지 '타깃' [경제안보 흔드는 산업스파이]
<상> '기술간첩'에 핵심산업 무너질 판
유출건수 줄었지만 핵심기술 눈독
추정 피해액 5년간 27조로 증가
반도체 기술유출은 4배나 늘어
연구원·임원 출신 퇴직자가 주도
"간첩죄 이상으로 강력 처벌해야" 상>
사례1. 1998년 국가정보원은 S전자 전·현직 연구원이 대만의 산업스파이에 포섭돼 상용화 단계에 있던 64MB D램 3세대 반도체 회로도를 빼돌렸다는 첩보를 접수하고 방첩 부서 수사 인력을 총동원했다. 당시에는 생소한 사건이었지만 국가정보원은 앞선 기술이던 디지털포렌식(삭제된 정보 복구)을 동원해 관련 연구원들의 e메일을 추적, 이들을 일망타진했다.
사례2. 2008년 중국 해운 회사 발주로 건조 중인 컨테이너 선박의 선급 검사를 위해 파견된 중국인 선급 검사관의 간첩 행위가 국정원에 신고됐다. 즉시 수사관을 보내 검사 명목으로 받아낸 국가 핵심 기술인 드릴십·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설계 자료를 중국 본사로 유출한 사실을 적발했다.
사레3. 2018년 S사의 협력 업체 대표이사 A 씨는 경영난에 빠진 상황에서 산업스파이가 내민 손을 잡았다. 휴대폰 모서리를 곡면 형태로 구현하는 최첨단 기술인 ‘3D 라미네이션’ 관련 설비 사양서 및 패널 도면 등을 중국 업체에 넘겼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 위장 회사를 동원했지만 국정원에 걸려 검거됐다.
이 가운데 1998년의 사례는 ‘산업스파이’에 따른 기술의 해외 유출에 대한 심각성을 국내 시민들에게 처음으로 알린 사건이었다. 국정원은 이후에도 20여 년간 산업 기밀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대한민국 산업기술의 해외 유출 건수는 2008~2012년 190건(적발 기준)으로 정점에 달했다가 국정원과 기업 등의 노력으로 급격히 줄었다. 그 결과 2018~2022년에는 93건, 올해 1~7월은 11건 수준으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 추정액은 도리어 증가세다. 이는 유출 건수가 줄었음에도 스파이들이 점점 더 산업적 가치가 높은 핵심 기술을 중심으로 빼돌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는 빠져나가는 기술 하나하나가 산업 판도를 좌우할 수 있는 전략적 지식재산권(IP)임을 의미한다. 이 같은 중대한 기술을 빼돌리는 것은 개별 기업을 넘어 경제를 뒤흔드는 반국가 행위다. 우리나라도 중대한 기술 유출 행위에 간첩죄 적용을 추진해왔다. 다만 선진국들처럼 단순 간첩죄 적용을 넘어 간첩죄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처벌해야 선제적 예방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 대기업 S전자의 첨단 반도체 기술 유출에 현직 연구원까지 가담해 중국으로 넘겼다는 소식은 우리 사회에 굉장한 충격을 안겼다. 그만큼 기술 패권이 심화하면서 국가 핵심 기술은 각국 산업스파이들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의 대표적인 반도체 전문가가 자신이 몸담던 S전자 반도체 공장을 통째로 복제한 공장을 세우려고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되면서 다시 한 번 산업계는 물론 국가 차원의 미흡한 보호망에 경종을 울렸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선임연구위원은 “첨단 기술 유출은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 차원에도 커다란 피해를 입힌다”며 “특히 국가 차원에서 국가 핵심 기술 유출을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해 우리의 주력 산업에 대한 외국의 기술 추격 저지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여 년간 국정원이 적발한 기술 유출 건수는 총 552건이다. 특히 국가 핵심 기술 유출의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 산업기밀보호센터가 작성한 ‘2003~2023년 산업기술 해외유출 적발 통계’를 5년 단위로 세분화해 보면 2003~2007년 2.52%(3건), 2008~2012년 8.95%(17건), 2013~2017년 14.39%(20건), 2018~2022년 35.49%(33건)로 급증하고 있다. 올해 7월까지 국가 핵심 기술 유출 적발 비율도 27.3%(3건)를 차지하고 있다.
핵심 기술 유출의 피해 산업을 분야별로 보면 조선업 분야의 기술 유출 건수가 24건으로 1위였다. 이어 디스플레이(13건), 반도체(9건), 자동차(8건), 2차전지·정보통신(6건), 전기전자(5건), 기계(2건), 기타(3건) 등의 순이었다.
주목할 점은 기술 패권에 대한 흐름의 변화처럼 산업스파이들의 기술 유출 대상도 바뀌었다는 점이다. 초반에는 자동차·조선 등 기간산업 분야에 집중됐다면 현재 주요 타깃은 최근 각광 받는 반도체·디스플레이·2차 전지 등 첨단산업 분야로 변경됐다. 2018~2023년 7월까지 국정원이 적발한 104건의 기술 유출 사건도 이전에 비해 뚜렷이 크게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 분야가 늘었다. 2013~2017년 적발한 139건 중 32건으로 23%를 차지했지만 2018~2023년 7월까지 적발한 104건 중 60건으로 58%를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 관련 기술 유출은 5년 전보다 4배가량 대폭 증가했다.
국내 기술이 가장 많이 유출된 국가는 중국으로 전체의 70%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에 기술을 팔아 넘기는 유출자는 연구원과 기술직 임원 출신의 퇴직자가 가장 많았다.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국가 경제와 안보적으로 중요해 지정한 기술들에 대한 위협 수준이 높아졌다는 의미로 강력한 보호망과 엄한 처벌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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