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반도체' 김, 이제는 땅에서 키운다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2023. 9. 2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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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 김 육상양식에 성공
바다오염 피하고 연중 생산
해양수산 혁신포럼서 공개
기후·식량위기 대안 수산물
'블루푸드' 의미 재정의해야
지난 22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제3회 해양수산 과학기술 혁신포럼'에서 심길보 부경대 식품공학과 교수(왼쪽 둘째)가 발표하고 있다.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세계 시장의 70%를 장악해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검은 반도체'라는 극찬을 받은 김을 바다가 아닌 땅에서 양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육상 양식이 이루어지면 해양오염에서 안전해지고 겨울에만 양식할 수 있는 계절적 한계에서 벗어나 한국 대표 수출 식품으로서 위상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2일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과 한국해양한림원이 '기후·식량위기, 블루푸드로 해결 가능할까'를 주제로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개최한 '제3회 해양수산 과학기술 혁신포럼'에서 풀무원은 안정적인 김 생산 체계를 갖추기 위해 육상 양식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소개했다. 조상우 풀무원 기술원 부사장은 "해양오염과 수온 상승으로 김 양식 산업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며 "기존 해상 양식이 바다 수온에 의존해 11~4월까지만 수확이 가능하며 양식 자재 준비나 시설 설치·철거 등에 많은 투자와 노동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육상 양식 기술을 개발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생물반응기'라는 기계 장치를 이용하는 김 육상 양식은 엽체부터 단포자, 유엽, 성엽까지 키워 수확한다. 풀무원은 1t 크기의 생물반응기를 구축하고 김을 양식하는 데 성공했다.

육상 양식한 김은 바다 김보다 단백질 등 영양성분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 부사장은 "녹반병 등 김의 품질이나 생산량에 악영향을 주는 외부 환경이 없어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며 "납이나 카드뮴 같은 중금속 오염 정도도 육상 양식한 김이 훨씬 낮았다"고 말했다.

풀무원은 올해 내 10t 크기의 생물반응기를 설계·구축해 육상 양식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조 부사장은 "2024년까지 대량 생산기지 구축 예비실험을 거쳐 2025년부터 생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럴 경우 수출 효자 상품으로서 위상은 높아질 수 있다. 김 수출액은 2022년 8687억원으로 2010년보다 6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기후·식량위기 시대를 넘어설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블루푸드'를 재정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블루푸드는 바다에서 양식하거나 어획한 수산물로 만든 식품을 통칭해왔으나 최근 그 개념이 확대되고 있다. 심길보 부경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블루푸드는 영양학적 가치가 높고, 온실가스 배출이 육류보다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에서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실현시킬 가능성을 지닌 수산식품이란 가치를 지닌다"며 "기후변화로 인한 농산물 재배 감소에도 대응한다는 가치를 담고 있는 용어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세계적 과학 학술지 '네이처'는 블루푸드의 가치를 인정하고 관련 연구들을 조망했다. 2021년 9월 블루푸드에 관한 5편의 논문과 논평 등을 공개하며 "블루푸드가 미래 식품 체계에 크게 공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블루푸드는 생산 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축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4.5%를 차지한다. 가령 2019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소고기는 1㎏ 생산 시 평균 99.5㎏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과학자들은 같은 양의 식량을 블루푸드로 생산할 경우 10분의 1가량 온실가스 배출이 필요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정규열 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는 "생산 공정의 자동화와 규모 증대를 통해 더 환경 친화적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한국 입장에서 블루푸드는 미래 효자 산업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전 세계 해조류 시장이 2030년까지 118억달러(약 15조7707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 김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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