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100조···'國富기술' 줄줄 샜다[경제안보 흔드는 산업스파이]

이현호 기자 2023. 9. 24. 17:4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삼성전자 자회사 S사에서 퇴직한 A 씨는 퇴직한 뒤 공범들과 함께 반도체 장비 제조 업체를 설립해 3년간 운영했다.

회사 사정이 힘들다는 명분으로 동료였던 B 직원에게 접근해 S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초임계 반도체 세정 장비의 핵심 도면을 빼냈다.

A 씨가 유출한 기술은 S사와 일본 업체 두 곳만 보유한 '국가 핵심 기술'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본지 '국정원 기술유출 분석자료' 입수···552건 탈취당해
2003년 이후 年 5조 이상씩 유출
국가핵심기술 비중 35%로 급증
[서울경제]

삼성전자 자회사 S사에서 퇴직한 A 씨는 퇴직한 뒤 공범들과 함께 반도체 장비 제조 업체를 설립해 3년간 운영했다. 회사 사정이 힘들다는 명분으로 동료였던 B 직원에게 접근해 S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초임계 반도체 세정 장비의 핵심 도면을 빼냈다. 공범인 브로커 C 씨와 짜고 합작법인 설립을 빙자해 중국 반도체 업체에 도면을 넘겼다. A 씨가 유출한 기술은 S사와 일본 업체 두 곳만 보유한 ‘국가 핵심 기술’이다. 그는 4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현재 구속 수감된 상태로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은 다년간 연구개발해 얻은 국가 핵심 기술을 탈취한 범죄로 가볍게 처벌한다면 해외로의 기술 유출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아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질책했다.★관련 시리즈 3면

24일 서울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NISC)’가 2003년 10월 출범한 후 적발한 ‘산업기술 해외 유출 사건’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20년간 탈취된 첨단 기술은 모두 552건이었다. 피해 규모는 100조 원이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국부(國富)를 창출할 국가 경쟁력의 핵심 노하우가 매년 평균 5조 원 이상씩 해외로 줄줄 샌 것이다. 지난해 기준 물가 변동을 제외한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이다. 근래에는 산업스파이들의 기술 탈취 분야가 반도체 등을 넘어 한층 넓어지고 수법이 날로 조직화되고 있어 국가 미래 먹거리 산업을 통째로 해외 경쟁 기업 등에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산업스파이들의 주요 먹잇감은 국가 핵심 기술이다. 2003년을 기점으로 5년 단위로 나눠 살펴보면 산업기술 해외 유출 적발 건수 대비 국가 핵심 기술 비중은 2003~2007년 2.52%에 불과했지만 2018~2022년 35.49%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올해 9월까지도 27.3%에 달한다. 유출된 기술 분야는 전기전자 163건, 기계 81건, 정보통신 77건, 디스플레이 47건, 반도체 35건 등의 순으로 많았다. 피해자 중 67%(적발 건수)가 중소기업이었다. 이는 대기업이 자사의 보안 체계뿐 아니라 협력 중소기업체들의 보안 허점을 함께 보완해야 스파이들의 우회 침투를 막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진단했다.

유출되는 국가는 반도체와 2차전지 등 첨단산업의 시장점유율을 놓고 글로벌 경쟁을 벌이는 중국이 1위였다. 전체 유출 건수의 70%가 넘었다. 기술 유출자는 퇴직자가 가장 많았다. 유출 방법은 USB 및 외장 하드를 통해 기술을 빼가는 방식이 가장 많이 활용됐다.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 관계자는 “한 번의 기술 유출은 수조 원대 피해까지 입힐 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에도 치명타를 입힌다”며 “기술 유출 범죄의 양형 기준을 높이고 미국처럼 기술 유출을 간첩 행위에 포함시켜 강력한 처벌을 통한 기술 유출 예방 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강도림 기자 dorimi@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