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전시도 노희영이 하면 다르다 보여줄게요"
마켓오 등 200여 브랜드 출시 주역
이젠 공공분야에 역량 쏟고 싶어
'서울도시건축' 개막식 총괄이어
충무로영화제, 반 고흐전 등 맡아
노희영이 하면 다르다 증명하고파
후배들, 진정성 갖고 노력했으면
“환갑잔치를 아주 많이 열었어요.”
마켓오·비비고 등 200여 개 브랜드를 탄생시킨 자타 공인 한국 대표 브랜드 전략가이자 까칠하지만 믿음직한 리더십으로 ‘마녀 사부’라는 별칭을 얻는 등 종횡무진 활약했던 노희영 식음연구소 대표. 그에게 최근 근황을 묻자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1963년 태어나 만 60세가 된 올해를 기념해 환갑잔치를 직접 10여 차례나 추진했다는 말이었다.
“태어난 해에서 60갑자를 돌아 다시 시작하는 게 환갑이잖아요. 말하자면 인생의 미터를 한 번 꺾고 새로운 2막을 시작하는 때죠. 그래서 사람들을 모두 불러 모아 저의 새로운 탄생을 널리 공표했어요. 지금까지 노희영과는 다른 노희영으로 살겠노라 말이죠.”
새로운 노희영은 어떤 모습일까. 노 대표는 나누는 삶을 말했다. “솔직히 지금껏 하고 싶은 일은 어느 정도 다 해본 것 같아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 자부하지만 노력한다고 모두가 원하는 걸 이루는 건 아니라는 점에서 운도 참 좋았죠. 그렇기에 새로운 노희영은 무언가를 더 이루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받은 것을 나누는 삶을 살려고 해요.”
그가 실천할 ‘나누는 삶’은 두 갈래로 나뉜다. 우선은 공익적 삶. 이익만 추구해왔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비록 돈은 좀 안 돼도’ 의미 있는 공공 행사 등에 자신의 역량을 쏟아붓고 싶다고 했다. 그런 목표 속에 새로운 노희영이 처음 내놓은 결과물이 이달 1일부터 ‘땅의 도시, 땅의 건축’을 주제로 59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한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개막식이었다. 개막식 공연부터 만찬까지 총괄한 노 대표는 환경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로서의 건축을 무용과 힙합·비보이가 어우러진 공연으로 풀어내 세련되면서도 의미 깊은 시작을 장식했다고 호평 받았다.
그는 “케이콘(KCON)이나 MAMA에도 참여한 경험이 있기에 공연 기획이 익숙하다”면서도 “공무원과 손잡고 공연을 연 건 이번이 처음이라 견해차를 좁히기가 쉽지만은 않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분들이 무난한 결과물을 기대하고 나를 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노희영식으로 밀어붙였다. 그렇게 반론을 딛고 만들어낸 무대는 “나랏일도 노희영이 하면 다르다”는 말을 기어코 끌어냈다.
또 다른 삶은 후배들을 향한다. 노 대표는 “나는 선배라고 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훌륭한 보스들을 여럿 모신 덕에 리더십에 대한 소중한 경험을 누구보다 많이 했다”며 “후배들에게 ‘하우투(how to)’를 가르쳐 줄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최선을 다해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세상에서 자기를 표현하고 자신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일은 너무 많으니 진정성을 가지고 좀 더 노력하라는 말도 해주고 싶다고 한다.
“한국에 좋은 브랜드는 수없이 많지만 ‘노희영의 비비고’처럼 개인의 이름이 붙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그래 봤자 일개 회사 직원이 이렇게 이름을 남길 수 있었던 건 모든 일은 내 책임이라는 각오로 일했기 때문이죠. 망해도 내가 끌어안겠노라 모든 걸 쏟아부었기에 성공했을 때 내 몫이 된 겁니다. 후배들에게도 자리에 연연하기보다 모든 걸 걸고 최선을 다해 무언가를 남길 수 있도록 일해보라는 조언을 해주죠.”
끝으로 하나 더, 지금껏 쌓아왔던 자신의 경험을 뭉치고 집약해 좀 더 규모 있게 선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했다. 브랜딩의 영역을 공간·공연 기획과 전시 등까지 확장하겠다는 의미다. 때마침 기회도 찾아왔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개막식 총괄에 이어 다음 행보는 10월 열리는 제12회 서울충무로영화제다. 노 대표는 최근 영화제를 주최하는 중구문화재단의 이사로 이름을 올리며 “멋지게 해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내년에는 화가 반 고흐의 대형 전시를 열 계획이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지금껏 열린 반 고흐전과 비교해 가장 많은 작품을 들여올 것”이라며 “내년은 반 고흐의 해라고 기억될 정도로 돌풍을 일으키겠다”고 자신했다.
“멋진 기획과 전시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구슬을 모두 모아 하나로 끼워 아름다운 목걸이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제가 잘해왔던 일이고 앞으로도 잘할 일이죠. 공연과 전시도 노희영이 하면 다르다는 걸 증명해 나가겠습니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사진=오승현 기자 story@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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