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 일가족이 3곳서 주검으로 … 무슨 일 있었나

권선미 기자(arma@mk.co.kr) 2023. 9. 24. 17: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송파 일가족 사망 미스터리
2억원대 사기 피소당한 아내
송파구 친정 아파트서 추락사
사망 전날 함께 투숙한 딸은
김포 호텔서 질식사한 채 발견
남편·시모·시누이는 집에서
경찰 '극단적 선택'에 무게
정확한 사망원인 파악 착수

휴일이었던 지난 23일 서울 송파구 아파트와 빌라, 경기 김포에서 변사체 5구가 발견됐다. 알고 보니 이들은 모두 한 가족이었다.

일가족 5명이 비슷한 시점에 3곳의 다른 장소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것이다. 이 가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경찰은 일단 이들 가족이 채권·채무 관계로 얽혀 갈등한 끝에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인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사건 당일 오전 7시 29분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여성 A씨가 옥상에서 추락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이 아파트에는 A씨의 친정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경찰은 A씨의 동선을 확인하는 과정에 송파구 송파동의 한 빌라에서 A씨의 남편과 시어머니, 시누이가 사망한 것을 확인했다. 현장에선 남편과 시누이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채권·채무 문제로 가족 간 갈등이 있었다는 내용 등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남편과 시어머니, 시누이는 22일 오후에서 밤사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기 김포시의 한 호텔에선 A씨 부부의 초등학생 딸이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아직 부검 전이지만 경찰은 사망 원인을 질식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전날 딸과 함께 김포의 호텔에 투숙했다가 이날 오전 혼자 호텔을 나선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A씨가 딸을 살해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평소 가족과 지인 등 주변에 돈을 빌리기도 하고 자신에게 투자하면 수익을 내주겠다며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지난 6월에는 2억7000만여 원의 금전적 손해를 보게 했다며 3명으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파악한 바로는 A씨는 수억 원대의 빚을 진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시어머니의 집 보증금까지 뺐던 것으로 보이며 그 결과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송파동 빌라로 이사해 함께 살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최근 금전 관계로 얽힌 사정이 드러나자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했고, A씨 남편과 시가 식구 역시 같은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러나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경찰 수사에서 A씨와 A씨 남편 등 나머지 가족들이 극단적 선택을 함께하기로 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또 통신 기록 조회 결과 A씨는 남편이 이미 숨진 이후인 23일 오전까지 연락을 시도한 것으로 나왔다. 이에 따라 경찰은 A씨가 남편과 시어머니 등의 사망 사실을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A씨가 주거지와 동떨어진 경기 김포로 딸을 데리고 투숙한 것은 동반 자살을 위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딸만 숨지고 A씨는 이후 친정이 있는 잠실 아파트까지 이동해 투신했다. A씨가 먼저 자신의 집으로 가 남편 등의 사망을 확인한 후 마지막으로 친정에 갔을 가능성을 경찰은 확인 중이다.

이런 추정이 가능하다. 애초 A씨는 딸, A씨 남편은 자신의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목숨을 끊기로 약속했을 수 있다. 딸이 숨지고 난 후 마음이 흔들린 A씨가 남편에게 전화를 했고 통화가 되지 않자 집으로 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찰은 본다. 물론 현재로서는 가능성일 뿐이다.

그러나 수억원 대의 빚을 졌다고 해서 시어머니와 시누이까지 극단적 선택을 한다는 것은 잘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유서가 발견됐을 뿐 이들 모두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인지도 현재로서는 확실치 않다.

경찰은 추락사한 A씨를 제외한 4명은 25일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고, 구체적 사망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권선미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