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작가 저작물 권리 박탈…카카오엔터·공정위 ‘한 판’ 붙는다
웹소설 작가 ‘2차 저작권’ 박탈
공모전 당선작가들 28명 피해
공모전 관련 공정위 첫 제재
카카오엔터, 법정 다툼 예고
2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카카오엔터는 웹소설 공모전 당선작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독점하는 불공정 계약을 체결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은 원저작물을 각색·변형해 웹툰, 드라마, 영화 등 2차 콘텐츠로 제작·이용할 권리를 말한다. 웹소설은 웹툰과 달리 텍스트 중심 콘텐츠이기 때문에 2차적 저작물로 확장될 가능성이 더 큰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구성림 공정위 지식산업감시과장은 브리핑에서 “카카오엔터는 ‘수상작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은 카카오페이지에 있다’는 조건을 설정하고 공모전에 당선된 28명의 작가들과 광범위한 형태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이 카카오엔터에 독점적으로 부여되도록 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구 과장은 “카카오엔터가 일방적으로 설정한 거래조건으로 인해 작가들은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며 “카카오엔터 외 다른 거래 상대방을 선택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카카오엔터는 2018~2020년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공모전 등 5개 공모전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일부 공모전 요강에서 수상작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이 카카오페이지에 있다는 조건이 담겼다.
공모전 응모작가들은 이 같은 내용이 적힌 안내문에 서명하거나 날인해 제출해야 했다.
공정위는 카카오엔터의 행위가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포괄적으로 양도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저작권법령 취지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정상적인 거래관행에서도 벗어난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한 공모전에서는 해외 현지화 작품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에 대해 다른 사업자보다 우선 협상할 수 있는 권리를 설정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작가와 카카오엔터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제3자와 협상할 경우 ‘작가는 카카오엔터에 제시한 것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3자에게 제시하지 못한다’는 거래조건을 설정한 대목이 문제가 됐다.
공정위는 카카오엔터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공모전 당선작가들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했다고 본 것이다.
구 과장은 “(당선작가들은) 카카오엔터를 통해서만 2차적 저작물을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카카오엔터가 이를 제작하지 않는 경우에도 작가들이 2차적 저작물을 직접 제작하거나 제3자가 제작하도록 할 수 없었다”며 “28개 당선작에 총 210개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부여받았는데 이 중 카카오엔터가 제작한 2차적 저작물은 (11개 당선작에 대한) 16개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로 신인·무명작가들의 등용문인 공모전에서 대형 플랫폼 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권리를 제한한 행위를 제재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콘텐츠 시장에서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했다는 이유에서다.
구 과장은 과징금 산정 기준과 관련해 “이 사건은 플랫폼이 일방적으로 거래조건을 설정해 작가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규범적 불이익이 본질”이라며 “이런 경우에는 금전적 침해가 아니라 권리 침해가 본질이기 때문에 침해의 정도를 산정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 정액으로 부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과징금 산정은 법이 허용하는 한도 안에서 가장 엄중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구 과장은 “(28명의 경우) 2018~2019년에 있었던 조금 옛날에 체결된 계약”이라며 “그 계약을 저희가 수정하라고 하는 것 자체는 사실 법리적으로 조금 한계가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계약을 체결하지 말라는 취지의 시정명령이 나가게 된 점 양해 바란다”고 말했다.
카카오엔터는 과징금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작가들의 2차 저작물 작성권을 부당하게 양도받은 사례가 없다는 것이 카카오엔터의 공식 입장이다.
카카오엔터는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이 부분을 충분히 소명했는데도 제재 조치 판단을 내린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을 표한다”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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