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美 금리에 대한 몇 가지 오해

노영우 전문기자(rhoyw@mk.co.kr) 2023. 9. 2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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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역사는 똑같지는 않더라도 비슷하게 반복된다.

과거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금리와 관련해 몇 가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제로금리 정책을 펴면서 형성된 기대다.

그런데 1950년대 미국 주도의 세계 경제질서가 형성된 후부터 지금까지 금융시장을 살펴보면 미국은 '저금리 국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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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역사는 똑같지는 않더라도 비슷하게 반복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과거를 곧잘 잊어버린다. 선택적 기억에 의존해 기대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요즘 미국 금리가 그렇다. 올 초 '미국 금리가 하반기에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을 휩쓸었다. 상반기가 지날 때쯤엔 '연말 금리인하론'이 득세했다. 3분기가 지난 현재는 '2024년 하반기 인하론'이 대세다. '미국 금리는 조만간 내릴 것'이라는 막연한 전망이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사라지는 현상이 1년 넘게 반복되고 있다. 이쯤 되면 시야를 조금 넓혀 볼 필요가 있다. 과거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금리와 관련해 몇 가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먼저 '금리는 낮아야 정상(normal)'이라는 생각이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제로금리 정책을 펴면서 형성된 기대다. 그런데 1950년대 미국 주도의 세계 경제질서가 형성된 후부터 지금까지 금융시장을 살펴보면 미국은 '저금리 국가'가 아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950년대 초반 연 2%대에서 움직이다 1980년대에는 연 15%까지 올랐다. 1990년대 평균 금리도 연 6.7%다. 1953년부터 2023년 8월까지 70년간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 평균치는 연 5.57%로 계산된다. 최근 미국 시장에서 이 금리가 연 4.5%를 넘어서면서 '채권시장의 대학살'이라는 말까지 나왔지만 현재 금리는 과거 평균보다 1%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이다.

물가와 금리 간의 관계도 비슷하다. 미국 연준은 '물가와 고용'이라는 두 가지 책무를 천명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2% 물가'를 역설하면서 통화 정책의 중심으로 물가가 강조된다.

하지만 연준은 앞에서는 물가를 말해도 뒤로는 고용을 챙긴다. 굳이 우선순위를 택하자면 고용이 먼저다. 미국인들에게 인플레이션이 경제시스템 안정의 문제라면 고용은 생존을 좌우한다. 수많은 미국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하는 순간부터 집과 자동차를 비롯해 많은 것들을 직업을 담보로 한 신용으로 구입한다. 실업은 단순히 직장을 잃는 문제를 넘어 그동안 익숙해진 생활과의 이별을 뜻한다. 1920년대 대공황 때 통화량을 줄여 경제를 나락의 길로 내몰았던 기억은 아직도 연준의 트라우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하루아침에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이상 낮춰 대규모 실업을 막은 것도 이런 트라우마 때문이다. 거꾸로 본다면 현재처럼 돈이 많이 풀린 가운데 고용 환경이 호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를 내릴 이유가 없다.

다음은 달러의 움직임이다. 미국은 기축통화인 달러를 통해 전 세계 경제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미국 파워를 유지하기 위해 달러 가치가 어느 정도 유지돼야 한다. '강달러' 역시 미국이 고금리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여러 상황들은 미국이 고금리를 유지하는 기간이 길어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한 가지 변수는 있다. 연준이 미국 정치에 생각보다 취약하다는 점이다. 파월 의장은 2019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력에 굴복해 금리를 내린 경험도 있다. 내년 미국 대선이 예정돼 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유력 후보로 등장했다. 정치 환경 변화가 미국 통화정책의 급변동성을 가져올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노영우 (국제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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