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민주당의 선택적 '국민의 뜻'
과반 의석을 가진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이 당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후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사실 이재명 대표가 작년 당대표 경선에 출마했을 때부터 안팎으로 예견된 사태였다.
그런데 눈감고 귀 막고 1년 넘게 살더니 이제 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진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
야당 출입기자로서 표결 전 사실상 부결을 호소했던 이 대표의 모습도 실망이 컸지만 진짜 한심스러운 건 표결 이후 현재까지 민주당 모습이다. 당 지도부가 가결 투표를 해당 행위로 규정하면서 가결파에 배신, 협잡, 암적 존재 등 표현을 써가며 비난에 앞장서고, 가결파를 색출해야 한다는 말까지 아무렇지 않게 나온다.
친명(친이재명)계는 29명의 가결파를 향해 "나머지 138명의 민주당을 이겨먹으니 부결한 의원들이 우습냐"고 했다. 비명(비이재명)계인 박광온 전 원내대표는 가결 사태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원내 지도부도 총사퇴를 선언했다. 역시 비명계인 송갑석 의원도 최고위원직을 내놨다.
당대표에 대한 사안이긴 하지만 국회의원 295명이 국회 절차에 따라 표결하고 결정된 사안에 이런 공격이 과연 온당한가. 만약 29명이 아니라 27명이 반란표를 던져 의결 정족수에 미치지 못해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지나갔을 민주당이다. 특히 찬성표를 던진 나머지 120명의 국회의원들을 부정하고 29명의 배신자가 협잡해 당대표를 팔아먹었다는 논리는 너무나 비이성적이다.
지금 민주당은 자신들이 극렬히 비난했던 정부·여당 모습과 판박이다. 민주당은 양곡법과 간호법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민주주의 파괴라고 비판했다. 거부권 행사에 '국민을 거부한 것' '국민과 맞서는 길을 택한 것'이라고 했던 게 민주당이다.
국회 절차대로 국민의 뜻에 의해 통과된 법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거부하는 것을 두고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던 민주당이다.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게 순서에 맞지 않나. 이 역시 국민의 뜻이다.
[전경운 정치부 je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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