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의 NBA다이브] 세르비아 출신 천재 지도자? 랩터스의 새 수장은 누구인가
#첫 날
“멋진 라커룸이네요”
“여기가 감독실이라고요? 쿨(cool)”
토론토 랩터스 새 감독으로 출근한 첫 날. 다르코 라야코비치(세르비아) 신임 감독이 구단 관계자로부터 구단 시설을 안내받으면서 건넨 말이다. 위풍당당한 걸음걸이와 함께, 그는 당찬 손짓으로 악수를 전했다.
하지만 이내, 그는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첫 기자회견 10분 전. “겉으로는 괜찮은 척 하고 있지만, 속은 뒤집어질 것 같다!” 첫 기자회견을 앞둔 그는 손가락을 미친듯이 힘들면서 본인 속이 그렇다고 했다.
“미디어가 많이 왔네…” 긴장된 속내를 건넨 그는 메이플리프스퀘어에서 열린 부임 기자회견서 공식적으로 토론토 랩터스 10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Who is 다르코 라야코비치
토론토 랩터스는 지난 6월, 다르코 라야코비치 감독을 구단 10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전임 감독 닉 널스는 구단 창단 첫 우승을 안긴 자. 여기에 올해의 감독까지 거머쥔 과거가 있다. 최근 성적 부진이 잇따르며 물러나게 되었다. 토론토는 그를 대체할 인물로 감독 경험이 전무한 세르비아 무명 코치를 선임했다.
그는 케니 앳킨슨 브루클린 전 감독, 찰스 리 보스턴 코치와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처음으로 NBA 감독직에 올랐다.
라야코비치 감독은 1979년생으로, 1996년부터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베테랑 지도자다. 커리어 초반에는 해외 리그를 떠돌다가 2014년부터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코치로 합류했다. 이후 피닉스, 멤피스의 코치를 맡았고 2023년부터 토론토 랩터스의 감독으로 지내게 되었다.
선수 시절 전혀 인상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덧 30년 이상 지도자 경험을 축적했고, 전 세계, 모든 수준의 농구를 경험해본 자라는 점이 인상깊게 다가온다.
니콜라 요키치(덴버)는 “그를 사랑하다. 그는 훌륭한 지도자고 오래 이 분야에 있었다. 충분히 감독직에 오를 자격이 있는 자”라고 평했을 정도로 인상적인 지도력을 보여준다. 요키치를 비롯, NBA 선수들 사이에서 상당히 평이 좋은 지도자다. 과연 그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는 무엇인가.
#정체성=육성
스티브 커 골든스테이트 감독은 공격 농구 트랜드를 새롭게 만들었고, 탐 티보듀 뉴욕 감독은 한때 수비 농구의 대명사와도 같은 자였다. 이처럼 감독들은 저마다 특장점이 있는 분야가 하나는 있다.
라야코비치 신임 감독은 ‘육성’ 전문가라고 본인을 소개한다.
부임 기자회견서 그는 “저는 선수 발전 프로그램을 이끄는 코치였다. 선수들이 발전하는 것을 보는 것은 나의 열정을 가장 많이 자극하는 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오클라호마시티 썬더, 피닉스 선즈, 멤피스 그리즐리스 등 서부 컨퍼런스 강호들에 몸담았었다.
가장 최근까지 멤피스 수석코치였다. 멤피스 선수단은 육성이 잘 된 젊은 선수들의 집합소와도 같다. 그는 데스먼드 베인의 예시를 들며 “멤피스 선수들을 예로 들자면 한 명 한 명 매우 캐릭터가 강했다. 그럼에도 본인들의 역할을 첫 날부터 확실하게 얘기하고 수용하게 되었다. 데스먼드 베인과 처음 만난 날, 그는 3&D가 되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3&D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알려줬다. 리그가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에 1차원적인 선수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알려줬다”며 일화를 소개했다.
이어 “그런 솔직한 대화를 처음부터 나눴다. 베인 입장에서는 썩 유쾌하지 않았겠지만 나는 선수들이 큰 그림을 보기를 원한다. 2~3년 후를 보는 안목을 길러주려고 한다. 재런 잭슨 주니어에게 포스트업, 마무리를 지도한 이유다. 이미 수비적으로는 완벽했다. 그런 지도 덕분에 올스타 선수가 될 수 있었다”고 했다.
이같은 배경을 이해하면, 토론토가 라야코비치 감독을 선임한 이유에 대해 확실하게 알게 된다.
토론토는 우승 이후 8번 시드 내외를 오가며 애매하게 그지없는 성적을 내고 있었다. 플레이오프권에 오르고 번번히 조기탈락 아픔을 맛봤다. 현재 로스터로는 우승을 도전하기에 무리라는 판단. 결국 전면적인 리빌딩을 위해 육성에 특화된 감독을 선임한 것이다.
그가 리빌딩을 이끌 것은 확실하다. 구단들마다 지향하는 리빌딩 방향은 다르다. 전면적인 탱킹? 혹은 승리 속 육성? 그가 추구하게 될 방향은 무엇인가.
그는 “선수 육성은 두 가지 요소가 가장 크게 작용한다. 선수에게 제시되는 비전. 그리고 선수가 겸손한 것. 이것들이 전부다. NBA 선수들은 아마추어 시절 늘 최고의 선수였다. 하지만 NBA에 오면 더이상 최고가 아니다. 자신감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겸손함을 가져야하는 이유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더 노력해야한다”라며 “우리는 승리를 추구할 것이다. 지속적으로 승리하기 위한 노력을 투입할 것”이라고 차기 시즌 방향성을 소개했다.
결국 라야코비치 감독은 스카티 반즈, 파스칼 시아캄, 신인 그레고리 딕 등과 함께 승리를 노리며, 그 속에서 육성의 방향성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특이한 이력
라야코비치 감독은 상당히 특이한 이력을 여럿 갖고 있다.
첫째. 16살부터 지도자 생활을 했다. 현재 나이가 많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지도자 경력이 30년 이상 쌓였다.
둘째. 세르비아 출신 감독이다. 거물 니콜라 요키치의 조국으로, 세르비아 출신 두 번째 NBA 감독이다. 첫 번째는 이고르 코코스코프 전 피닉스 감독으로 1년만에 동행이 멈췄다. 그가 세르비아 출신 감독으로 성공을 거둘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마사이 유지리 토론토 사장은 감독을 보는 눈이 탁월한 편이다. 드웨인 케이시, 닉 널스 모두 성공적으로 팀에 안착했다. 다르코 라야코비치 선임은 다소 의외라는 평가가 있지만, 앞선 두 감독도 모두 의외의 선임들이었다. 과연 라야코비치 신임 감독이 NBA에 성공적으로 안착할지 궁금해진다. 신인 그레고리 딕은 "지금껏 본 적도 없는 훈련 방식을 접하고 있다. 매우 만족스러워"라고 평했다는 후문이다. 기대되는 지도자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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