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은 몇초인가, 그림동화 속 질문 특별해"
1857년 독일어판 완역
"책은 늙지 않아요. 그러나 나는 늘 늙습니다. 나이가 들면서도 늘 발견할 게 있는 것, 그게 책이에요."
전영애 서울대 독문과 명예교수는 최근 독일 그림(Grimm) 형제의 '그림 동화' 완역판 출간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림 동화'는 1800년대 약 200편 민담을 수집해 담아낸 책이다.
최근 '그림 동화' 1857년판이 1·2권짜리 1700쪽이 넘는 책으로 민음사에서 출간됐다. 이날 간담회엔 전 교수와 김남희 경북대 교수, 그리고 두 학자에게 '그림 동화' 번역을 처음 제안한 알프레트 메세를리 스위스 취리히대 교수가 함께했다.
'그림 동화'는 문학사적으로, 또 언어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획득한다. 전 교수는 "그전까지 유럽 고전주의 교양의 바탕은 그리스 로마의 고답한 정신에 기인했다. 그림 형제는 소홀히 취급됐던 것을 문학에 담아냈다"며 "옆에 있던 하녀, 뒷집 아주머니가 들려준 이야기가 문학적 가치를 부여받았다"고 설명했다.
메세를리 교수는 "그림 형제가 1800년대에 책에 담긴 동화를 들을 때에는 지금과 같은 기술적 요건이 없어 녹음하지도, 속기하지도 못했다. 키워드를 적어놓고 그 이야기를 다시 정리하는 역할을 그림 형제가 담당한 건데, 이 과정에서 하나의 '장르'로서 동화가 탄생했다"고 평가했다.
'그림 형제'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이지만, 어른에게도 풍부한 사유를 제공한다. 김 교수는 '그림 동화' 속 인상 깊은 이야기로 152번 '양치기 소년'을 꼽았다. 우리가 잘 아는 '양치기 소년'과는 다른 이야기다. 현명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한 양치기 소년을 시험하기 위해 왕은 3개의 질문을 던진다. '전 세계 바다의 물방울은 총 몇 개인가, 하늘에 별은 몇 개나 있는가, 그리고 영원은 몇 초인가.' 소년의 대답은 탁월하여 왕은 소년을 왕궁으로 들인다. 김 교수는 "영원의 크기를 묻는 건 아이들을 위한 동화만은 아닌, 어른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주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그림 동화'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선악 판단이 개입되어 있지 않은 점도 특징이다. 전 교수는 이를 '원형적 아름다움'이라고 표현하면서 "포장을 하지 않고 원형적으로 전달해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둔 이야기의 총체"라고 강조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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