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플라스틱에 새 생명을…'도시유전' 화학적 재활용 기술
폐플라스틱 재활용하는 화학적 기술들
2050년 시장 규모 600조…기업들 관심
우리 주변에서 흔히 사용되는 소재 중 하나가 바로 '플라스틱'이죠. 그만큼 버려지는 플라스틱의 양도 많습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오는 2040년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폐플라스틱 양은 총 1억톤에 이를 전망입니다. 이 때문에 넘쳐나는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한창인데요. 오늘은 대부분의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에 대해 알아볼게요.
화학적 재활용, '모든 폐플라스틱에 새 생명을'
폐플라스틱 재활용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물리적 재활용과 화학적 재활용이죠. 물리적 재활용은 간단합니다. 오염이 덜 된 폐플라스틱을 선별해 잘게 쪼갠 다음 다시 플라스틱으로 재활용하는 기술입니다. 공정이 단순한만큼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이 최대 장점입니다. 다만 오염도가 심한 플라스틱은 재활용할 수 없고, 색깔이 비슷한 플라스틱끼리 분류해야만 하죠.
반면 화학적 재활용은 오염도나 색상과 상관없이 폐플라스틱 대부분을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플라스틱을 녹여 석유화학 원료를 생산하거나 다시 플라스틱으로 제조하기 때문에 '도시유전'으로도 불립니다. 용해 과정에서 정제가 가능해 폐플라스틱의 첨가제나 색상, 오염물질을 분리할 수 있어서죠. 화학적 재활용엔 △해중합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 추출 △열분해·후처리 등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우선 해중합 기술부터 살펴볼까요. 해중합은 유색 페트(PET)병이나 폴리에스터 섬유 등 플라스틱 분자를 화학적으로 분해하는 기술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화학 분해를 통해 플라스틱을 원료 단계로 되돌린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통해 생산된 단량체 혹은 올리고머 등은 순도를 높이기 위한 정제 과정을 거친 뒤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다시 탄생합니다.
해중합은 플라스틱 중에서도 PET나 폴리아마이드(PA), 폴리우레탄(PU)만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PP나 폴리에틸렌(PE) 등은 해중합이 불가능하다고 하는데요. 해중합에서 재활용할 수 없는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 위한 기술이 바로 고순도 PP 추출과 열분해 기술입니다.
고순도 PP 추출은 플라스틱을 일정한 용매에 녹여 높은 온도와 압력을 가한 뒤 순수한 PP만 뽑아내는 기술입니다. 투입 원료는 생활용품이나 가전제품, 포장재 등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플라스틱 물질이죠. 하지만 유기용매 가격이 비싸고 정제 과정에서 폐기물이 만들어진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열분해 기술은 기존 폐비닐 등을 300℃ 이상의 고온으로 분해해 재활용 원유를 제조하는 기술입니다. 플라스틱을 고온으로 가열하면 탄화수소로 분해되는데요. 분해 과정에서 가스나 기름 등이 생산됩니다. 열분해유는 플라스틱을 열분해해서 얻는 기름인데요. 열분해유를 석유나 천연가스처럼 사용하거나 석유화학제품 원료인 나프타를 추출할 수도 있습니다.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BASF)'는 열분해 방식을 사용하면 플라스틱을 소각할 때보다 최대 61.5%의 탄소절감 효과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에서도 열분해 재활용을 장려하고 있는데요. 환경부는 오는 2026년까지 폐플라스틱의 열분해 재활용 비중을 10%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기존 목표였던 2030년보다 4년 앞당겼죠.
폐플라스틱이 돈이 된다?
폐플라스틱의 양가 급격히 증가하자 전 세계 곳곳에서 플라스틱 재활용을 장려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플라스틱 포장재에 재활용 소재를 30% 이상 쓰도록 법제화했습니다. 미국에선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에서 재생 원료를 2030년까지 50% 이상 쓰도록 규정했습니다.
관련 시장 성장성도 높습니다. 시장조사업체 맥킨지는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 규모가 오는 2050년 60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국내 업체들도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SK이노베이션입니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지오센트릭은 오는 10월 세계 최대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인 울산 ARC(Advanced Recycling Cluster)를 착공할 예정입니다.
SK지오센트릭은 울산 ARC를 통해 매년 폐플라스닉 32만톤을 재활용할 계획입니다. 이는 500ml 생수병 약 213억개에 해당하는 양이죠. 울산 ARC가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현존하는 다른 폐플라스틱 재활용 공장과는 달리 대규모 화학적 재활용 공정을 도입했기 때문입니다.
SK지오센트릭에 따르면 울산 ARC엔 PET해중합, 고순도 PP추출, 열분해 공정이 모두 들어설 예정인데요. PET 해중합은 연 9.8만톤, 고순도 PP 추출 공정과 열분해 공정은 각각 연 7만6000톤과 15만톤의 폐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 주변에 넘쳐나는 플라스틱. 플라스틱 쓰레기는 각종 환경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처리 과정이 중요합니다. 화학적 재활용은 버려진 플라스틱을 다시 새 플라스틱으로 재탄생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는 기술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기술 상용화가 이뤄져 우리 주변의 플라스틱이 새 생명을 얻길 기대해봅니다.
[테크따라잡기]는 한 주간 산업계 뉴스 속에 숨어 있는 기술을 쉽게 풀어드리는 비즈워치 산업팀의 주말 뉴스 코너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 빠르게 잡아 드리겠습니다. [편집자]
김민성 (mnsu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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