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 700만 앞둔 프로야구, 넘쳐나는 야구장 쓰레기엔 무책임·무대책
최근 프로야구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을 찾은 직장인 A씨는 음료캔을 버리려다가 구분 없이 버려져 있는 쓰레기더미를 보고, 캔을 어디다 버려야할지 한참을 고민해야 했다. A씨는 “캔이나 금속류를 버리는 통은 재활용이 안 되는 다른 쓰레기들과 뒤섞인 채 꽉 차 있었다”며 “쓰레기 더미가 무너지지 않도록 살짝 올려놓고 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경기당 많게는 2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프로야구 경기장에서 여전히 쓰레기 분리배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회용품 역시 대량으로 배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현재 2023년 관중 수가 700만명을 넘어선 프로야구가 더 이상 쓰레기 배출에 있어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스포츠로 남아있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녹색연합은 프로야구 10개 구단의 홈구장 총 9곳을 모니터링한 결과 야구장에서 사용이 금지된 일회용 합성수지재질의 막대풍선이 아직까지도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날 밝혔다. 관람객이 배출하는 쓰레기들은 모두 혼합 배출되고 있었다.
녹색연합 조사 결과 9개 구장 모두에서 음료가 담긴 컵, 잔반이 남은 음식 용기, 캔, 페트병과 일회용 플라스틱컵, 종이 상자와 봉투 등이 모두 한꺼번에 버려지고 있었다. 음식물 쓰레기통이 적절히 배치되지 않은 탓에 야구장을 찾은 이들은 남은 음식물과 음료를 한곳에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도 확인됐다. 시민들이 분리 배출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태인 것이다.
2018년 환경부가 발표한 제5차 전국폐기물통계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스포츠시설에서 발생한 폐기물 총 6176t 중 약 35%인 2203t이 야구장에서 발생했다. 특히 이들 쓰레기는 9개 야구장에서 모두 예외없이 혼합되어 버려지고 있다. 1995년부터 시행됐으며 가정과 사무실 등에서 일상으로 자리잡은 쓰레기 분리배출에 있어 야구장은 사각지대인 셈이다.
일회용품 사용 역시 버젓이 이뤄지고 있었다. 2022년 11월24일 개정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체육시설에서의 합성수지재질 일회용 응원용품(막대풍선, 비닐방석 등)은 사용이 금지되었다. 하지만 프로야구장 9곳 가운데 막대풍선 사용 금지가 법률에 의거한 내용이라는 사실을 고지하고 있는 곳은 단 1곳 밖에 없었다. LG트윈스와 두산베어스의 홈구장인 잠실야구장과 기아타이거즈 홈 구장인 광주 챔피언스필드 입구에서는 일회용 막대풍선을 버젓이 판매하고 있었다. 체육시설에서 사용이 금지된 일회용품에 대해 해당 지역 구단들은 관람객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었고, 반입 금지를 위한 홍보와 계도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기아타이거즈와 두산베어스는 새로운 일회용 응원용품을 양산해 판매하고 있었다. 지난 3월 기아타이거즈는 종이 응원봉인 페이퍼스틱스를 출시했다. 사용 중에 찢어지는 경우가 많고, 땀이나 물, 비에 젖으면 버릴 수밖에 없어 내구성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는 상품이다. 이들 구단 외에 다른 8개 구단은 다회용 응원봉을 판매하고 있으며 덕분에 일회용 응원봉 쓰레기는 전혀 발생하고 있지 않다. 기아타이거즈와 두산베어스가 출시한 페이퍼스틱스가 플라스틱 소재만 종이로 바꾸는 방식의 ‘그린워싱’이라고 비판받는 이유다.
녹색연합은 야구장 내 일회용품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구단들이 자원재활용법에서 사용이 금지된 일회용 플라스틱 응원용품에 대해 정확히 안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직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응원용품이 야구장 내에서 사용된다는 것은 구단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녹색연합은 “일회용 플라스틱 응원용품의 반입을 막을 수 있도록 계도와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녹색연합은 또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고, 분리배출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경기 직후 관람객들이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에 분리배출이 어렵고 쓰레기가 쌓일 수밖에 없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이어 “기초적인 분리배출 체계를 갖추고, 야구장 내 전광판이나 장내방송, 구단 SNS 등을 통해 분리배출에 대한 안내와 교육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녹색연합은 “체육시설 내 식품접객업이나 휴게음식점업도 일회용품 사용 규제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며 “지난해 잠실야구장의 35개 경기에서 진행된 다회용기 시범사업 결과 경기당 5418개의 일회용기가 저감돼 폐기물이 경기당 127kg 감축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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