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일가족 5명 사망... ‘40대 주부 수억대 빚’ 내역 추적

사망한 아내 2억대 사기 혐의로 피소
3명 숨진 빌라 앞엔 장기체납 고지서
일가족 중 일부는 기초수급 상담 받아

'송파 일가족 사망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다음날인 23일 남편과 시어머니, 시누이가 숨진 채 발견된 송파구의 주거지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됐다. 이 빌라 앞에선 연체 채무금 추심을 알리는 고지서와 장기 체납으로 도시가스가 중단 될 예정이라는 안내문도 함께 발견됐다./구아모 기자.

서울 송파와 경기 김포시에서 일가족 5명이 사망한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은 가족 간 돈거래 내역 등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채권·채무 관계로 얽혀 갈등한 끝에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24일 서울 송파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송파구 잠실동의 아파트에서 추락한 상태로 발견된 40대 여성 오모씨는 생전 주변에 투자 사업 등을 권유하고 수억 원대의 빚을 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오씨의 지인 3명은 송파경찰서에 ‘2억 7000만원대 금전적 피해를 보았다’며 오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오씨가 실제로 돈을 빌리거나 투자한 이들 가운데 숨진 가족들이 포함되어 있는지 등 구체적 거래 내역을 들여다보고 있다.

오씨의 남편과 시어머니, 시누이가 숨진 채 발견된 송파동의 빌라에서는 가족들 간에 ‘채권과 채무 문제로 가족 간 갈등이 있었다’는 취지의 유서 두 장이 발견됐다.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 빌라에선 카드 사용료 미납으로 인해 연체 채무금 추심을 알리는 고지서와 1년 이상 장기 체납으로 도시가스가 중단 될 예정이라는 안내문도 함께 발견됐다.

‘일가족 사망 사건’이 발생하기 전 이 중 일부는 이 빌라로 전입하는 과정에서 송파구청에 기초생활보장급여를 받는 게 가능한지 복지과에 상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구청 관계자는 “상담을 받을 당시에 소득이나 재산 수준이 대상자 조건이 부합하지는 않는다고 안내하자, 따로 기초생활보장급여 신청을 하지 않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오씨는 전날 오전 7시 29분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아파트에서 추락한 채 발견됐다. 오씨의 생전 동선을 추적하던 경찰은 이 과정에서 남편과 시어머니·시누이, 초등학생 딸의 시신도 발견했다.

오씨의 초등학생 자녀는 경기 김포시의 한 숙박시설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22일 오후 모녀가 함께 이 숙박시설에 함께 입장했다가 이튿날인 23일 오씨 홀로 퇴실했다. 경찰은 오씨가 딸을 살해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경찰은 추락한 채로 발견된 오씨를 제외한 일가족 4명에 대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