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표정’ ‘김일성 배지 착용’…5년만에 국제 스포츠무대 나온 북한

박은하 기자 2023. 9. 2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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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 7번째 입장…김일성 배지 착용
상대팀, 북 전력 파악에 어려움도
반도핑 제재 위반 ‘인공기 게양’ 논란
23일 오후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북한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막이 오르면서 5년 만에 국제 주요 스포츠행사에 복귀한 북한 선수단의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북한은 23일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년 항저우 아시안 게임 개회식에서 출전국가 45개국 중 캄보디아에 이어 7번째로 입장했다. 남자 사격 박명원, 여자 권투 방철미가 기수로 나섰다. 북한 선수단은 남녀 각각 파란색 바지, 치마에 흰색 재킷을 유니폼으로 착용하고, 재킷에는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얼굴 사진 배지와 인공기 배지를 달았다. 선수단은 관중들이 환호하자 밝은 표정으로 손에 쥔 인공기를 들어 올리며 화답했다.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북한은 18개 종목에 191명의 선수단을 등록했으며 185명을 파견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168명),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150명)보다 선수단 규모가 늘었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에 따르면 선수단 가운데 5명은 ‘재일동포’이다. 북한은 역도와 레슬링, 사격, 권투 등에서 메달을 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로 젊은 여성들로 구성된 응원단도 등장했다. 지난 21일 열린 남자 축구 F조 예선 키르기스스탄과의 경기에서는 응원단 30여명이 등장해 흰색 티셔츠와 모자를 맞춰 입고 일사불란한 응원을 보여줬다.

북한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국제 대회에서 종적을 감췄다 이번 대회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5년 만에 국제 주요 스포츠대회에 복귀했다. 북한은 2021년으로 연기된 2020년 도쿄 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불참했다. 북한의 이번 대규모 선수 파견은 국제적으로 고립돼 있지 않은 ‘정상국가’란 점을 강조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지를 반영한 행보로 보인다.

간만에 국제무대에 나온 북한 선수를 상대한 해외 선수들은 전력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전했다. 22일 여자 탁구 조별 예선에서 북한에 3-2로 패한 대만의 청이칭은 “북한 선수들과 경기하는 게 어려웠다. 그들이 어떻게 경기할지 몰랐다”고 교도통신에 밝혔다.

북한은 아시안게임에 고위급 대표를 파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공식매체의 고위급 파견 관련 보도는 김일국 체육상을 단장으로 하는 올림픽위원회(NOC) 대표단이 지난 19일 평양에서 출발했다고 이튿날 보도한 것이 마지막이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리룡남 당시 내각 부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했다.

이에 대해서는 북·러 정상회담 전후로 다소 미지근해진 북·중관계를 반영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이 아시안게임 기간 정치적 논란이 번지는 것을 원치 않아 북한의 고위급 파견을 원치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북한이 폐막식에 맞춰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항저우 곳곳에 게양된 인공기는 논란이 되고 있다. 세계도핑방지기구(WADA)는 북한 반도핑기구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예선 등에서 국제 기준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2021년 올림픽·패럴림픽을 제외한 국제대회에서 북한 국기 게양을 금지했다. 제재를 해제하려면 외부 감시단이 방문 시찰 뒤 시정조치를 거쳐야 하는데 북한의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이 절차를 밟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WADA는 북한 인공기 게양과 관련해 아시안게임 주최 측에 공식적인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기준을 따르면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이 사용하는 인공기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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