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부실 우려는 여전[레고랜드 1년③]
건설사 자금난에 PF 보증확대·자금지원 등 검토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지난해 9월 레고랜드 사태로 부각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는 1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과 연체율 등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의 경우 부실징후가 특히 심화되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총 133조1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조5000억원 늘었다. 2020년말 92조5000억원이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2021년말 112조9000억원, 2022년말 130조3000억원, 2023년 3월말 131조6000억원 등으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연체율도 6월말 기준 2.17%를 기록하며 1분기 대비 0.16%포인트 올랐다. 다만 2021년말 0.37%→2022년말 1.19%→2023년 3월말 2.01% 등으로 뜀박질하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 자체는 다소 완화됐다.
금융당국도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 상승추세가 크게 둔화돼 금융 전반에 대한 위험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불안 심리를 달래고 있다.
그러나 연체율 증가세가 둔화된 것에는 일정 부분 착시효과가 작용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앞서 금융당국은 금융권과 'PF 대주단 협약'을 부활시켜 전국 PF사업장에 대한 채권 재조정 추진에 나섰다.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사업장에 자금 숨통을 틔워 정상화를 유도한다는 목적에서다.
이를 통해 PF대출 만기연장이나 상환유예 등의 조치가 이뤄지면서 연체율 상승세가 둔화되는 착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말 기준 총 152개 사업장에서 기한이익 부활, 신규자금지원, 이자유예, 만기연장 등의 금융지원이 진행 중이다.
이를 놓고 부동산 경기 회복을 전제로 부실을 잠시 미뤄놓은 것일 뿐이어서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되거나 더 나빠진다면 더 큰 손실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권별로 보면 2금융권의 PF 부실 우려가 심각하다. 그중에서도 증권사의 경우 다른 업권에 비해 부실 지표가 뚜렷하다.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증권사의 연체율은 6월말 17.3%로 3월말보다 1.4%포인트 증가했다. 증권사의 PF 연체율은 2021년말 3.71%에서 2022년말 10.38%로 뜀박질한 후 올해 3월말 15.9% 등으로 고공행진 중이다.
담보 처분을 통해서만 회수가 가능하거나 손실이 예상 또는 확실시되는 부실채권을 의미하는 고정이하여신이 증권사 부동산 PF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치솟고 있다. 20020년과 2021년 각각 5.5%, 5.7%에 그쳤지만 지난해말 14.8% 급격히 불어난 데 이어 올해 3월말 19.8%를 기록하고 6월말에는 21.8%까지 증가한 상황이다.
증권사의 PF 대출잔액은 6월말 기준 5조5000억원으로 다른 업권에 비해서는 작은 편이다. 하지만 증권사는 통상 PF 대출보다는 PF 채무보증 규모가 크고 6월말 기준 증권사 PF 채무보증 잔액도 22조9000억원에 달해 실제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은 28조4000억원 규모에 달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주로 시행사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유동화증권에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유동성 및 신용공여를 제공하는 등의 형태로 부동산 PF 사업장에 채무보증을 한다. 이 때문에 증권사의 부동산 PF는 대출보다 채무보증 규모가 더 큰데 분양이 되지 않거나 사업이 지연 또는 무산되면 채무보증을 선 증권사가 대신 변제해야 한다.
저축은행도 PF 대출 연체율이 우려되는 수준이다. 6월말 기준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10조원으로 1년 전인 지난해 6월말 8000억원 줄었지만 연체율은 같은 기간 1.7%에서 4.6%(5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기간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8%에서 4.6%로 뛰었다.
PF 익스포저 규모가 24조1000억원으로 증권사와 엇비슷한 캐피탈사도 6월말 연체율이 4.2%로 1분기 대비 0.3%포인트 감소했지만 고정이하여신비율은 4.1%로 3월말보다 1.1%포인트 늘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추석 전 발표를 예고한 주택공급 대책에서 PF 보증 확대를 통해 금융회사의 대출 확대를 꾀해 PF 사업장 자금경색을 해소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민간위탁운용사 5곳이 총 1조원 규모로 조성하는 PF 사업장 정상화 지원펀드 외에 5대 금융지주가 구워투수로 나서는 최대 2조원 규모의 지원펀드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PF 사업 정상화에 필요한 자금이 적재적소에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만기연장·상환유예를 넘어 부동산 PF 시장에 신규 자금공급까지 나서는 데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부동산 경기 회복이 언제 찾아올지 모를는 상황에서 PF 유동성 공급을 늘리는 것은 자칫 미래 부실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1년 전 레고랜드 사태도 결국은 부동산 시장 침체 때문이었는데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금융회사 부실만 심화될 수 있다"며 "차라리 일부 손실이 있더라도 사업성이 떨어지는 부실 사업장은 빨리 털어내고 가는 게 더 바람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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