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만이 아니다···‘가짜뉴스와의 전쟁’ 드리운 언론 유관 정부기관

윤기은 기자 2023. 9. 24.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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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진흥재단, 피해 신고센터 운영
보수단체 ‘가짜뉴스 시상식’ 후원도
지난 21일 서울 중구 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원 사무실에 가짜뉴스 피해 신고·상담 센터가 마련돼 있다. 윤기은 기자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언론중재위원회 등 언론 유관 정부 기관들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가짜뉴스와의 전쟁’에 발을 담그는 양상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가짜뉴스 피해 신고·상담센터 운영을 시작한 데 이어 보수단체가 연 가짜뉴스 시상식을 후원했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위원장은 언론중재위원회에 가짜뉴스 규제 협력을 요청했다. 정부가 가짜뉴스 규제에 나설 경우, 정파성에 따라 ‘가짜뉴스 몰이’를 하며 언론의 자유를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언론사를 향한 중복 규제가 이뤄질 수 있다 지적도 잇따른다.

현재 한국언론진흥재단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접속자가 모두 볼 수 있도록 ‘가짜뉴스 피해 신고·상담센터’를 안내하는 배너 공지가 뜬다. 센터는 서울 중구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원 사옥의 한 사무실에 마련돼 있다.

언론사·언론인 교육, 연수, 연구 기관인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 5월부터 센터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센터에선 허위 뉴스 피해에 대한 민·형사상 권익구제 법률 절차를 안내하고, 위탁 운영 중인 법무법인을 허위 뉴스 피해자들에게 소개해 상담받도록 돕고 있다. ‘가짜뉴스 피해 구제 사례집’ 및 ‘대응 매뉴얼’도 발간할 계획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달 31일 보수단체인 자유언론국민연합이 처음 개최한 ‘2023 상반기 10대 가짜뉴스 시상식·기념토론회’ 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 시상식에는 김장겸 전 MBC사장과 김우석 방심위원 등 보수진영 인사들이 참석했다. 시상식에선 윤석열 대통령 청담동 술자리 의혹, 후쿠시마 오염수 안전 관련 의혹, 바이든-날리면 보도 등 정치 관련 기사가 가짜뉴스로 선정됐다.

2023 상반기 10대 가짜뉴스 시상식 포스터. 자유언론국민연합 제공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지난 21일 이석형 언론중재위원장을 만나 가짜뉴스 근절 협력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후 방심위는 보도자료를 내고 “양 기관은 방송뉴스 분야에 대해 중재기관과 심의기관으로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며 “앞으로 인터넷 언론사 등의 ‘가짜뉴스’(허위조작뉴스)에 대해 서로 중복되지 않는 범위에서 상호 간 의견 교환 등 협력하기로 논의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류 위원장은 신문사의 온라인 기사까지 심의하겠다는 ‘가짜뉴스 근절 종합대책’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방심위 방송소위가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대화 녹취록을 인용 보도한 3개 방송사에 최고 단계 징계인 ‘과징금 부과’ 결정을 내린 지 이틀 만, ‘가짜뉴스 원스톱 신속 심의제’를 발표한 지 사흘 만이었다.

그러나 가짜뉴스의 명확한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홈페이지에는 ‘가짜뉴스 개념’과 관련해 “가짜뉴스와 관련해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나, 본 기관에서는 피해자 구제에 초점을 맞춰 온·오프라인으로 유포되는 가짜뉴스와 허위·조작정보, 유언비어, 오보 등에 대한 피해, 신고 접수 및 상담을 진행한다”고 적혀 있다.

김유진 방심위원은 지난 19일 방송소위에서 가짜뉴스 원스톱 신속 심의제 도입에 대해 “가짜뉴스란 용어는 정치권이나 시민들이 필요에 따라 쓰는 경우가 많다. 가짜뉴스를 규정하지 않고 대응하겠다고 하면, (정부 측에) 불리한 보도를 통제하기 위해 졸속 마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며 반대하기도 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24일 통화에서 “어느 시점에, 어떤 사실이 가짜냐, 사실이냐를 가리기는 매우 어렵다”며 “국가가 나서서 진실 여부를 재단하면 권력을 사용해서 반정부적 표현에 대해 언제든 제한을 가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문화체육관광부, 방통위, 방심위, 언론중재위원회 등 여러 기관이 동시다발적으로 가짜뉴스에 대응하면 ‘중복규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성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2일 성명에서 “방심위는 인터넷 언론 보도 심의 근거로 정보통신망법상 ‘정보’ 개념에는 인터넷 언론보도가 포함된다는 주장을 편다. 잘못된 해석이자 월권적 행위”라며 “정보통신망법 제5조는 ‘다른 법률에서 특별히 규정된 경우’에는 그 법률에 따를 것을 정하고 있다. 언론보도는 언론중재법에서 별도로 특별히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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