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내일 시행인데…의사·환자 모두가 불만 왜?
내일(25일)부터 전신·수면마취로 의식이 없는 환자를 수술하는 의료기관은 수술실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 운영해야 한다. 대리 수술이나 수술실 내 성폭력 등 불법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제도 시행을 코앞에 두고도 의료계와 환자 단체가 각기 다른 이유로 반발하고 있어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의료계가 헌법소원까지 제기한 상황이라 제도 안착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헌법소원 청구를 앞두고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CCTV 촬영은 의사 고유의 수술 술기나 노하우를 노출시키고, 불가피하게 환자의 신체를 접촉하는 것임에도 성범죄로 오인하게 만들 수 있다"며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함으로써 의사와 환자와의 신뢰 관계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함께 자리한 윤동섭 병협회장 역시 "환자들도 밝히고 싶지 않은 자신의 건강과 신체에 관한 정보가 녹화돼 인격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침해가 발생할 수 있고 해킹 범죄로 수술받는 모습 등 민감한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필수 의료 과목에 대한 각종 지원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에 수술실 CCTV 의무 설치는 오히려 필수 의료 붕괴를 더욱 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술을 책임지는 의사 등 병원 측에 환자나 보호자가 촬영을 '요청'해야 하는 점도 입법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치료상 불이익을 입지 않을까 불안해 환자 입장에서 쉽게 촬영을 요구하기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촬영한 영상을 이용하는 것도 제약이 많다는 게 환자 단체의 주장이다. 한국백혈병환우회, 암시민연대 등 8개 단체가 소속된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혹시라도 "의료사고로 환자가 사망한 경우 장례를 치르는 기간을 고려해야 하고, 이를 판단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반영해야 하지만 영상정보 보관기간을 30일로 짧게 정한 것 역시 환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다"고 비판했다.
다만, 환자 단체는 일단 수술실 CCTV 설치 자체는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수년간의 사회적 논의 끝에 신설된 조항인 만큼, 우선 시행한 뒤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식을 따라야 한다고 본다. 오히려 지난 2년간 협의체를 통해 시행규칙을 포함해 수술실 CCTV 운영방안을 마련해 온 의협, 병협이 이제 와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은 '비상식적'이라는 게 환자단체의 시각이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협·병협의 '위헌 소송'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2015년 어린이집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한 영유아보호법도 원장, 보육교사 등이 나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지만 2년 뒤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이 난 바 있다. 안전사고나 아동학대 적발 등 입법 목적이 정당하고 열람이 제한적이라 직업수행의 자유나 사생활 보호 등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한 의료계 인사는 "법률가라면 수술실 CCTV 헌법소원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을 잘 알 것"이라며 "정부와 시행방안을 상의하며 법안에 정당성을 부여해오다 이제야 헌법 소원을 제기하는 건 정치적 계산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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