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사, 모두 수술실 CCTV 의무화 불만…왜?

강민성 2023. 9. 2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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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수술실 내 폐쇄회로(CC) TV 설치·운영이 25일부터 의무화되는 가운데 환자들과 의사들이 모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개정 의료법과 시행규칙의 주요 내용을 보면, 전신마취 등으로 환자가 상황을 인지·기억하지 못하거나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하는 의료기관의 개설자는 수술실 내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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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성형외과병원 수술실에서 환자가 누워있는 가운데 의료진이 생일파티를 하거나 장난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인터넷상에 유포됐다. <사진: 연합뉴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오른쪽)과 윤동섭 대한병원협회 회장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수술실 CCTV 설치 의무 법제화 헌법소원 청구서를 제출하기 전 청구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의료기관 수술실 내 폐쇄회로(CC) TV 설치·운영이 25일부터 의무화되는 가운데 환자들과 의사들이 모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바뀐 제도에 따라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하는 병원은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고 환자나 보호자 요청 시 수술 장면을 촬영해야 한다. 촬영한 영상은 30일 이상 보관해야 한다.

2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수술실 내 불법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2021년 9월 24일 개정된 '의료법'이 25일 시행된다. 개정안은 지난 2016년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 수술을 받던 중 과다출혈 등으로 사망한 고(故) 권대희 씨의 사고 당시 전모가 당시 수술실에 설치돼 있던 CCTV 영상을 통해 드러난 것을 계기로 탄력을 받아 2년 전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 의료법과 시행규칙의 주요 내용을 보면, 전신마취 등으로 환자가 상황을 인지·기억하지 못하거나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하는 의료기관의 개설자는 수술실 내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 의료기관은 촬영한 영상을 30일 이상 보관하고, 영상 삭제 주기는 내부 관리계획으로 정해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 단, 영상 보관 중 열람·제공 요청이 있을 땐 30일이 지나더라도 이에 대한 결정이 이뤄질 때까지 삭제해선 안 된다.

이와 관련해 의료계는 개인정보 유출, 직업수행의 자유 등 기본권 침해가 우려된다며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로 의사의 진료 행위가 위축돼 최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환자의 민감한 정보가 녹화돼 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고, 해킹으로 수술 환자의 신체 모습 등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술실 CCTV 의무 설치로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붕괴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지난 5일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개정 의료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와 반대로 환자들은 영상 유출이 우려된다는 목소리와 함께 CCTV 영상 보관 기간이 30일로 짧아 의료사고 진실을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환자가 사망한 경우 환자나 보호자가 의료 행위의 전문성으로 인해 의료사고 여부를 판단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데, 장례 기간까지 감안하면 30일의 CCTV 영상 보관 기간은 짧다"면서 "촬영일로부터 보관 기간을 90일 이상, 적어도 60일 이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내 의료기관 중 수술실을 갖추고 있는 곳은 2분기 기준 총 8777곳(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이다. 이 중 수술실 CCTV 의무 설치 대상은 의료법에 따라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의 수술실(국소마취 수술실·치료실 등 제외)'로 성형외과와 정형외과, 척추·화상 전문병원 등이 해당된다.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처음이다. 해당 법이 시행되면 전신마취 수술을 받는 환자는 병원에 CCTV 촬영을 요구할 수 있다.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는 병원은 벌금 500만원을 내야 한다.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의료현장에서 처음 도입되는 제도로, 시행 초기에 환자도 의료진도 제도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시행 과정에서 현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시행에 만전을 기하고, 환자와 의료진 간 신뢰를 형성해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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