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유니폼 입는 그날까지, 손유찬-이찬영 죽마고우 스토리
[점프볼=정병민 인터넷기자] 손유찬(18, 183cm)과 이찬영(18, 194cm)은 다시 한 유니폼을 입을 수 있을까.
지난 12일부터 21일까지 전라남도 해남군에서는 제53회 추계전국남녀중고농구 연맹전이 열렸다. 남고부는 이유진, 이관우, 김승우를 중심으로 한 용산고가 우승을 차지했다.
최우수 선수의 영광도 당연히 우승 팀인 이유진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개인 기록상 부문은 결승과 4강에서 탈락한 죽마고우 두 친구가 싹쓸이하며 반전을 일으켰다. 바로 송도고의 이찬영과 홍대부고 손유찬이 그 주인공이다.
모든 선수가 코트 위에선 학년, 나이 따질 것 없다고 말한다. 당연히 승리를 위해서 팁 오프와 동시에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으르렁대지만, 그것도 딱 40분 동안이다.
종료 버저가 울리면 서로의 유니폼은 달라도, 포옹하고 격려해 주며 언제 그랬냐는 듯, 어깨까지 선뜻 내줄 수 있는 베스트 프렌드로 돌아온다.
특히 중학교 때부터 진한 우정을 유지해오고 있는 손유찬과 이찬영이 그렇다.
올해 2023년, 18살로 동갑인 두 선수는 현재 소속팀 송도고와 홍대부고의 주축 선수로 팀을 이끌고 있다. 손유찬은 추계연맹전에서 평균 18.8점 7.6리바운드 7.3어시스트, 이찬영은 평균 29.8점 13.4리바운드 3.2스틸을 기록했다.
서로 포지션은 가드와 포워드로 다르다. 플레이 스타일, 성격도 정반대다. 그러나 두 선수는 이러한 부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전천후 활약을 펼치며 팀에 꼭 맞는 퍼즐로 성장했다.
대회 종료 후 만난 손유찬은 “결승까지 갔는데 우승 문턱에서 좌절해 너무 아쉽다. 전반까지 앞섰던 순간만 생각해도 이길 것 같았다. 용산고 수비가 진짜 코트를 꽉 채울 정도로 너무 탄탄했다. 그래도 어시스트상을 받아 만족한다”며 마무리 소감을 전했다.
이찬영은 “대회 시작 전, 목표가 4강이었다. 비록 (손)유찬이의 홍대부고에 패하며 결승까진 못 갔지만, 목표를 이뤘기에 괜찮다.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고, 얻은 대회이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손유찬은 대회 기간 동안 총 51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어시스트상을 수상했다. 이찬영 역시도 4강까지 149점, 67리바운드를 적립하며 득점상과 리바운드상, 감투상을 차지했다. 수비상만 제외하면 개인기록상은 두 절친이 다 가져간 셈이다.
이찬영은 “득점상은 내심 기대했던 부분이다(웃음). 근데 리바운드상은 전혀 생각도 못 했다”고 하자 옆에 있던 손유찬도 “나도 어시스트상은 예상했다”며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 누구보다 친한 두 선수의 인연은 14살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주, 평원중에 진학 중이던 손유찬의 곁에 상주중에서 이찬영이 자연스레 전학해온 것. 상주에서 농구를 하고 있던 이찬영은 부모님의 영향으로 인해 원주로 이사를 왔다.
떡잎부터 남달랐던 두 선수는 평원중의 찬-찬 듀오로 이름을 휘날리며 팀 좋은 성적에 이바지했다. 하지만 암담한 현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전에 존재했던 대성고 농구부가 폐지되면서 원주에선 더 이상 두 선수가 한솥밥을 먹을 수 없었다.
그렇게 이찬영은 인천의 송도고로 최초 스카우트됐다. 연계 중학교인 송도중에서 모든 선수를 수급해왔던 송도고였기에 이찬영은 스스로 자부심, 특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찬영은 “지금도 그렇지만 코치님께서 많이 믿어주신다. 자유로운 분위기도 너무 좋다. 처음엔 나도 자부심이 있었는데, 다 옛날 얘기다(웃음)”고 말했다.
인천으로 떠난 이찬영과 서울의 홍대부고로 향한 손유찬. 원주에 엘리트 농구부가 없는 현실이 두 선수의 사이를 갈라놓게 만들었다. 현재 원주에서는 농구부 창단에 보이지 않게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상황이 쉽지만은 않다.
이번 대회, ‘우승자’ 삼선중에 패한 평원중 선수들도 곧 다들 뿔뿔이 흩어져야 한다. 손유찬과 이찬영도 이러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손유찬은 “아마 지금 평원중 선수들도 같이 진학 못 하는 선수들이 많을 것이다. 심리적인 안정감도 무시할 수 없다”라 했고, 이찬영은 “중학교 때부터 같이 손발을 맞춰서 올라가면 케미스트리, 분위기가 더 좋아진다.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좋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텐데 아쉽다”고 의견을 덧붙였다.
호성적과 함께 만족스러운 후반기를 보낸 두 선수는 이제 3학년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1년 뒤면, 대학 진학 원서를 작성해야 한다. 서로 포지션이 다르기에 같은 유니폼을 입는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
손유찬과 이찬영도 머릿속으로 다시 한 팀에서 뛰는 모습을 그리며 흡족해했다.
손유찬은 “만약 상황이 된다면 같이 뛰고 싶다. 워낙 잘 맞으니까(웃음)”라고 말하자 이찬영도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와서 그런지 시너지 효과도 잘 발휘될 것 같다”고 답했다.
출중한 실력을 갖춘 두 선수지만, 여전히 청소년 국가 대표팀에는 선발된 적이 없다. 기회가 왔었기도 했지만,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았다. 절치부심한 두 선수는 이제 동시에 U18 대표팀 선발을 꿈꾸고 있다.
이찬영은 “열심히 해서 같이 대표팀에 승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유찬은 “나도 꼭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원주에서 농구 선수의 꿈을 키워온 손유찬에게 최근 진행된 드래프트에 관해 밸런스 게임류의 질문을 던졌다.
“신인 드래프트 1순위와 2순위, 본인이라면 어떠한 자리를 택하겠는가?”
손유찬은 1초의 고민도 없이 나는 2순위로 뽑혀 신인상을 차지하겠다고 당당히 말했다.
동포지션에서는 이제 자신감 넘친다는 두 선수. 확신도 있었지만, 겸손도 잊지 않았다. 여전히 대회를 통해 본인의 부족했던 점을 깨달았다고 한다. 빼어난 실력만큼이나 끈끈한 우정을 과시한 두 선수는 서로를 향해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내며 인터뷰를 마쳤다.
#사진_배승열 기자, 정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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