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동맹국 서운하게 말라”…70년 한미동맹, 위기 때마다 지원군 있었다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2023. 9. 2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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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P]
외교 베테랑이 본 한미동맹 70년
안호영 前주미대사 인터뷰
“주한미군 철수 계획 등 위기때마다
美정부 관료·의회, 韓에 신의 보여줘
한국 놀라운 발전, 한미동맹 덕분”
안호영 전 주미대사. [매경DB]
“한미동맹은 ‘70 years old’가 아니라 ‘70 years young’이다.”

안호영 전 주미대사는 내달 1일로 70주년을 맞는 한미동맹을 이 같은 한 마디로 요약했다. 안 전 대사는 세계 외교의 ‘총성 없는 전쟁터’인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미관계를 진두지휘했던 외교의 야전사령관이었다. 그는 24일 매일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변화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70년 간 지속됐던 도전이 한미동맹을 더욱 젊고 강한 동맹으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안 전 대사는 “한미동맹이 이렇게 강한 것은 도전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한미가 도전을 잘 극복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1970년대의 데탕트(긴장완화) 시기와 냉전의 종언은 물론 최근 신냉전 시기에 이르기까지 도전 속에서 성장·발전한 한미동맹이 6·25전쟁 이후 한국 발전의 든든한 기반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1970년대 리처드 닉슨 미국 행정부의 주한미군 감축 조치는 양국 간 엄청난 갈등을 낳았지만, 결과적으로 한국군의 현대화와 방위산업 육성을 통해 자주국방의 기틀을 닦는 계기가 됐다고 예를 들었다.

이날 안 전 대사는 한미 양국의 국내 정치도 한미동맹의 도전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미동맹이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양측 인사들이 용기 있게 나서 동맹을 지켜내기도 했다.

지미 카터 미국 행정부의 주한 미 지상군 철수계획에 반대했다가 군복을 벗은 존 싱글러브 미 육군 예비역 소장. [매경DB]
미국에서는 지미 카터 행정부가 1977년에 주한 미 지상군 철수 계획을 발표하자 정부 관료들은 물론 의회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반대 목소리가 들끓었다. 당시 주한미군 참모장이었던 존 싱글러브 장군은 카터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가 군복을 벗기도 했다.
“신뢰 없는 동맹은 불가능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에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에서 한국측에 비상식적인 요구를 했을 때에도 조야에서는 “핵심 동맹국을 서운하게 하지 말라”는 항의가 이어졌다.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몇 달러를 위해 동맹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한국에서도 역대 정권에서 이른바 ‘중국 경사론’이 불거지거나 동맹 경시 조짐이 있을 때에는, 여론의 비난을 감수한 인사들이 제 목소리를 냈다.

안 전 대사는 한미동맹의 다음 70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단언했다. 그는 “역대 주한미군사령관들과 대화를 하면 반드시 나오는 이야기는 ‘신뢰가 없는 동맹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고 소개했다.

인터뷰에서 안 전 대사는 “산업화, 민주화 등 여러 측면에서 세계 어디에 내놔도 자랑스러운 70년이었다”며 한미동맹이 이뤄낸 성과를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한미동맹을 통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주의 등 올바른 제도와 가치를 선택했고, 이로 인해 한국인들의 근면성과 창의성이 국가발전에 제대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미, 가치 기반한 실용적 관계 지향해야”
그는 윤석열 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가치외교’ 노선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특히 “가치에 기초하지 않은 실용은 있을 수 없고 실용이 동반되지 않은 가치도 의미가 없다”면서 가치를 공유하지 못하는 국가와의 협력은 한계가 분명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펼쳤다.

한편, 안 전 대사는 인터뷰를 통해 안정적인 한미동맹을 위해서는 한일관계 역시 세심하게 관리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웃을 바꿀 수 없다면 가뜩이나 뒤늦게 내놓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주요 파트너이자 한미일 협력구도의 중요한 한 축인 일본과의 관계가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한일 양국 모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한일 간 역사 문제 등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해야겠지만 그 문제가 안보, 경제 등 중요한 한일 간 전략적 협력을 약화시켜선 안 된다”면서 “양국 모두 갈등과 협력 요소 사이에 방화벽을 세워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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