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전 강화하는 수단 정부군 수장…오락가락 휴전 입장에 국제사회는 불신

손우성 기자 입력 2023. 9. 24. 12:06 수정 2023. 9. 2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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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와 깜짝 회동…‘반러시아’ 연대 강조
유엔총회 연설·인터뷰 등 이례적인 공개 행보
“휴전 준비 완료”→“불가능” 말 바꾸기 논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압델 파타 부르한(왼쪽) 수단 정부군 수장이 23일(현지시간) 아일랜드 섀넌 공항에서 깜짝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프리카 수단 군벌 간 무력 충돌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수단 정부군을 이끄는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이 23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깜짝 회동하는 등 여론전에 힘을 쏟고 있다. 평소 대중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부르한 장군이 언론 인터뷰 등 이례적인 광폭 행보를 보이자 외신들은 그가 국제사회 지지를 얻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부르한 장군은 이날 아일랜드 섀넌 공항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예정에 없던 회담을 진행했다. 두 사람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참석 뒤 본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경유지였던 섀넌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대화 핵심 주제는 러시아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수단이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 보존을 일관되게 지지해준 점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며 “러시아가 자금을 지원하는 불법 무장 단체들의 활동 등 안보 문제를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부르한 장군은 지난 4월부터 수단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과 사실상의 내전을 치르고 있는데, 러시아 정부와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그룹은 RSF를 돕고 있다.

부르한 장군은 지난 21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RSF를 반군으로 칭하며 “그들은 살인과 방화, 강간, 강제추방, 약탈, 절도, 고문, 무기와 마약 밀매 등 테러 단체로 지정될 만한 모든 종류의 범죄를 저질렀다”며 “무력 분쟁의 위험은 국제 평화와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쟁의 불씨가 이 지역(아프리카) 다른 국가로 확산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압델 파타 부르한 수단 정부군 수장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외신들은 부르한 장군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만남과 유엔총회 연설에서 러시아를 걸고넘어진 배경엔 미국 등 서방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전략이 깔려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BBC는 “수단 정부군 수장인 그는 (2021년 10월 쿠데타 이후) 여전히 권력을 민간에 이양하지 않고 있다”면서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고, 리더십에 대한 일종의 정당성을 찾기 위해 전 세계 외교 여행을 하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수단 정부군 또한 RSF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민간인을 사살했다는 의혹을 받는 데다가 휴전 협상과 관련해서도 견해가 오락가락하는 등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르한 장군은 22일 BBC 인터뷰에선 “우리는 협상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며 “반란 세력 지도부가 정신을 차리고 군대를 민간인 주거 지역에서 철수하고 막사로 돌아가고자 한다면 우리는 그들 중 누구와도 함께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인 23일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선 “솔직히 말해서 휴전 협상은 불가능하다”고 말을 바꿨다. 부르한 장군은 RSF 수장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을 겨냥해 “정부군과 계속 싸워온 인물”이라며 “(지난 5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어느 정도 합의에 이르렀지만, 그는 이후 이행에 전념하지 않았다”고 책임을 돌렸다.

양측이 갈등을 거듭하는 사이 피해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무력분쟁 사건을 수집·분석하는 다국적 단체 ACLED에 따르면 지난 4월 15일 충돌로 지금까지 최소 7500명이 사망하고 500만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정부군과 RSF는 최소 9차례 휴전 합의를 이뤘지만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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