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편자 신고 뛰어보자 팔짝 [밀착취재]

남제현 2023. 9. 2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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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땅 땅.

한국마사회 소속 15년차 장제사인 장원 과장과 김정연 교육생이 말굽에 대어 붙이는 U자 모양의 쇳조각인 편자를 새로 부착하고 있다.

"확실히 힘들고 고된 일이지만 성취감만큼은 그 어떤 일과도 비교할 수 없을 겁니다. 편자를 새로 달자마자 말이 걷고 뛰는 모습이 개선되는 게 바로 나타나거든요. 장제사는 매년 규모가 성장하고 있는 국내 말 관련 산업에 꼭 필요한 필수인력이어서 젊은이들이 한번 도전해 볼 만한 직업인 건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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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렛츠런파크’서 말 신발 만드는 장제사들
말따라 제각각인 걸음걸이 맞춰 최소 한달에 한번 편자 교체작업… 국내 80명뿐인 극희귀직종
땅 땅 땅. 경기 과천시 렛츠런파크 서울 말발굽클리닉 내 장제소에서 경쾌한 망치질 소리가 들려온다. 한국마사회 소속 15년차 장제사인 장원 과장과 김정연 교육생이 말굽에 대어 붙이는 U자 모양의 쇳조각인 편자를 새로 부착하고 있다. 장제(裝蹄)란 말에 편자를 부착하는 작업을 말한다. 전문 기술직인 장제사는 국내에 80명뿐인 극희귀 직업이다.
말발굽에 장제사가 새로 부착한 편자가 반짝인다. 편자는 장제사의 손길을 거쳐 말발굽에 꼭 들어맞는 맞춤 신발로 거듭나게 된다. 장제사는 마사회 소속과 프리랜서 장제사를 합쳐 국내에 80명이 활동 중이다.
장제작업에 사용되는 각종 도구들.
장제소 벽면에 걸려 있는 각종 편자들. 승용마는 튼튼한 철 소재의 편자(왼쪽)가 사용되며 경주마는 가벼운 알루미늄 소재의 편자를 쓴다.
편자는 사람의 신발처럼 말발굽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말발굽은 발톱의 끝부분이 변형된 것이다. 한 달에 약 8㎜씩 자란다. 야생마는 자유롭게 달리는 과정에서 지면과의 마찰로 닳아 일정한 두께를 유지하지만 사육마의 경우는 그대로 자란다. 4주에서 8주 간격으로 발굽을 잘라서 다듬어주고 편자를 새것으로 교환하는 이유다.

장제 과정은 장제소에 들어서는 말의 보행 모습을 관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사람마다 걸음걸이가 다르듯 말도 걷고 달리는 모습이 제각각이라 말마다 각기 다른 편자의 모양이 나온다고 한다.

발굽을 만지기 전 먼저 말의 심기를 살피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다. 보통 몸무게가 600㎏ 넘게 나가는 말을 다루는 일이라 안전상 말의 상태를 확인하고 안정시키는 교감이 이루어진 뒤에야 말발굽에 손을 댄다.
장제사가 발굽에서 낡은 편자를 떼어내고 있다.
굽칼로 발굽을 다듬고 있다.
교정작업에 앞서 편자를 발굽에 맞춰보고 있다.
트리머로 자라난 발굽을 깎아내고 있다.
굽줄로 울퉁불퉁한 면을 갈아내고 있다.
장원 장제사가 발굽을 허벅지 사이에 고정하고 닳아버린 편자를 떼어내자 이물질이 우두둑 떨어져 나온다. 대부분 말의 배설물이라고 한다. 이어서 재빨리 커다란 트리머로 자라난 발굽을 잘라내고 굽칼이라는 도구로 내부를 깔끔하게 다듬었다.

앞발과 뒷발에 새로운 편자가 잘 맞게 울퉁불퉁해진 부분은 굽줄을 이용해 평평하게 갈아내는 작업까지 마치면 이제 편자를 부착하는 단계다.

화덕에 편자를 달군 뒤 망치로 두들겨 모양을 잡아간다. 말은 앞발과 뒷발의 모양이 달라 앞발은 타원형, 뒷발은 계란형으로 만든다. 벌겋게 달아 있는 편자를 집게로 집어 발굽에 대자 흰 연기와 함께 머리카락 타는 냄새가 진동한다. 편자를 고정할 위치를 잡는 과정이다.
달궈서 1500도에 달하는 화덕에서 편자가 달궈지고 있다.
달궈진 편자를 망치로 두드려 모양을 잡아간다.
 
맞춰보고 달궈진 편자를 발굽에 찍어보고 있다. 찍힌 자국을 보고 편자의 모양을 수정해 나간다.
다듬어 전동연마기를 이용해 편자를 매끄럽게 다듬고 있다.
조심조심 고정 못으로 편자를 발굽에 고정시키고 있다.
보통 두세 번 교정하면 드디어 편자가 완성된다. 편자를 발굽에 고정하는 작업은 가장 위험하고 중요한 과정이다. 구리로 코팅된 쇠못을 발굽에 박아 넣는데 잘못해서 신경이라도 건드리면 말이 고통에 날뛰어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편자를 모두 고정시키고 줄로 튀어나온 못 끝부분도 깔끔하게 다듬자 말발굽에 새로 부착한 편자가 반짝인다. 모든 작업을 마친 장원 장제사가 말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작업하는 동안 얌전히 있어 준 말에게 하는 고마움의 표시다.

장제사가 되기 위해서는 한국마사회가 주관하는 시험(말 생리 관련 필기와 장제 실기)을 거쳐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국내에는 장제 기술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이 없어 현업 장제사에게서 하나하나 도제식 교육을 통해 배워야 한다. 자격증 취득 후에도 제대로 장제사 일을 할 수 있기까지는 약 3년의 수련기간이 요구된다.
작업을 마친 장제사가 말을 쓰다듬고 있다. 말과의 교감이 중요한 직업이다.
새 편자를 부착한 말의 보행 모습을 살펴보며 이상 유무를 파악하고 있다.
한국마사회 장원 장제사와 김정연 교육생이 장제소 앞에서 편자를 들어 보이고 있다.
발굽에서 떼어낸 낡은 편자와 새 편자.
장원 장제사가 직업의 긍지를 말했다. “확실히 힘들고 고된 일이지만 성취감만큼은 그 어떤 일과도 비교할 수 없을 겁니다. 편자를 새로 달자마자 말이 걷고 뛰는 모습이 개선되는 게 바로 나타나거든요. 장제사는 매년 규모가 성장하고 있는 국내 말 관련 산업에 꼭 필요한 필수인력이어서 젊은이들이 한번 도전해 볼 만한 직업인 건 틀림없습니다.”

과천=글·사진 남제현 선임기자 jeh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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