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철퇴 맞은 카카오엔터…2차적 저작물 작성권 왜 문제되나

김경윤 2023. 9. 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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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드라마로 무한 확장하는 'IP씨앗' 웹소설 특성 고려된 듯
카카오엔터 "공정위 판단에 매우 유감"…'독점 작성권 vs 이용허락' 쟁점될 듯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4일 불공정한 계약 체결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총 5억4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문제가 된 것은 카카오엔터가 2018∼2020년 웹소설 공모전에서 당선된 작가들과 체결한 2차적 저작물 작성권 부여 계약이다.

'검정고무신', '구름빵'처럼 원작자가 히트작을 만들고도 제대로 된 대가를 가져가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권리를 침해받았다고 보고 공정위가 칼을 빼 든 것이다.

웹툰부터 드라마, 게임까지 무궁무진하게 뻗어나갈 수 있는 웹소설의 특성상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독점하는 것은 상당한 권리침해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엔터는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향후 법정에서는 문제가 된 계약이 독점적인 2차적 저작물 작성권에 관한 것인지, 아니면 독점적 이용 허락에 해당하는지를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웹소설 2차적 저작물 작성권 문제 되는 이유…'IP씨앗'에 초점

웹소설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제한이 중요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먼저 콘텐츠 업계에서 웹소설이 자리하는 위치를 알아야 한다.

웹소설은 스토리 지적재산(IP)의 씨앗과도 같다. 웹소설 그 자체로도 소비되지만, 한 번 인기를 끌면 웹툰, 드라마, 영화, 게임 등 다양한 형식으로 확장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네이버웹툰에서 매출 관련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화산귀환', 카카오엔터의 대표 IP '나 혼자만 레벨업'도 웹소설 원작 웹툰이다. 웹소설 원작 웹툰이 워낙 많다 보니 이를 지칭하는 노블코믹스라는 용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사내맞선' 등이 모두 웹소설을 원작으로 두고 있다.

이외에도 출판, 굿즈(상품) 등 인기 웹소설 IP이 확장될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이 때문에 원저작물을 번역·편곡·변형·각색·영상 제작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해 이용하는 권리를 뜻하는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은 웹소설 IP가 지니는 가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공정위도 이 같은 점들을 고려해 강력한 조처를 한 것으로 보인다.

구성림 공정위 지식산업감시과장은 브리핑에서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는 가장 엄중한 조처를 했다"고 밝혔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웹소설 공모전 [카카오페이지 갈무리]

'구름빵'·'검정고무신'과의 차이는?…"작품의 인생 결정권 가져가"

창작자와 기업이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놓고 갈등을 빚는다는 점에서 만화 '검정고무신', 동화 '구름빵'의 저작권 분쟁이 떠오르지만, 이번 사안 성격은 다소 다르다.

'구름빵'은 출판사가 작가에게 일정액만 준 뒤 저작재산권 등 모든 권리를 가져가는 매절 계약을 맺으면서 빚어진 문제였다.

'검정고무신'은 원저작자가 아닌 캐릭터 업체 대표가 만화 속 주요 캐릭터 9종의 공동저작자로 이름을 올렸고, 이를 악용해 2차 사업 과정에서 불투명하고 불균형한 수익 배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번 사안은 수익 배분이 아닌 권리 침해 문제가 중심에 있다.

카카오엔터가 공모전 당선 웹소설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독점적으로 가져갔다고 해도 2차 사업 수익은 원작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대신 작가가 언제, 어떤 상대와 어떻게 2차적 저작물을 제작할지 선택할 권리가 제한된다.

이를 두고 창작자 단체는 공모전 당선을 볼모로 작품의 인생 결정권을 가져가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하신아 웹툰작가노동조합위원장은 "사립초등학교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들어갔다는 이유로 학생한테 앞으로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직장, 결혼까지 결정하겠다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비유했다.

또 2차 저작물 작성권 부여 계약이 공모전 당선 직후 연재계약을 체결하면서 동시에 이뤄지는 데다가 포괄적이고 기한을 두지 않았다는 점에도 우려를 표했다.

하 위원장은 "다른 곳에서 웹툰화, 영상화할 기회가 생기더라도 카카오엔터가 발목을 붙잡고 있으면 무한정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 [연합뉴스TV 제공]

카카오엔터 법정싸움 예고…'독점적 작성권 vs 이용허락' 다툴 듯

'갑질' 딱지를 붙이게 된 카카오엔터는 공정위의 결정에 강력히 반발하며 행정소송 제기를 예고했다.

카카오엔터는 "법원에 항소해 부당함을 다툴 예정"이라며 "실제 창작자의 2차 저작물 작성권을 부당하게 양도받은 사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사 과정에서 이 부분을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정위가 제재 조치 판단을 내린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우선 카카오엔터가 2차적 저작물 작성권 부여 계약으로 실질적으로 가져간 것이 작성권 자체인지 독점적 이용 허락인지를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원저작자가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양도했다면 이후 관련 권리를 행사할 수 없지만, 이용 허락을 한 것이라면 원작자에게 저작재산권이 그대로 남는다는 차이가 있다.

문제가 된 계약 조항에서는 '작가는 카카오페이지(포도트리)에게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대상 콘텐츠를 기반으로 아래 각호와 같은 2차적 저작물을 작성할 수 있는 독점적인 권한을 부여한다. 다만, 카카오페이지(포도트리)는 제3자를 통하여 아래 각호와 같은 2차적 저작물을 작성할 경우, 카카오페이지는 작가에게 사전에 서면(전자메일 포함)으로 고지하고 승인받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 조항을 독점적 이용 허락권을 부여하는 취지로 볼 수도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앞서 카카오엔터는 2차적 저작물 제작 시 작가와 합의를 거쳐 사안별로 추가 계약서를 체결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해당 계약의 강제성 여부도 쟁점 사안이다.

다만, 카카오엔터가 웹소설 업계에서 차지하는 우월적 지위를 고려했을 때 작가가 공모전에 당선되고도 2차적 저작물 작성권 부여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에 따르면 공모전에서 당선된 28명의 작가가 모두 2차적 저작물 작성권 부여 계약을 체결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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