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내달 평양서 외교장관회담… 군사·경제협력 본격화하나
김정은 방러 및 정상회담 후속조치 논의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러시아 정부가 내달 북한과의 외교장관회담 개최를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지난 13일 열린 정상회담 이후 북러 간 '밀착'이 한층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진행한 회견을 통해 "정상 간 합의에 따라 내달 평양을 방문해 북한과의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며 이번 방북은 북러 정상 간 합의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북러 간 협력과제 등을 논의했다. 양측은 이번 회담 결과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진 않았으나, 무기거래·군사기술 이전 등 상호 군사협력에 관한 사항을 중심으로 경제협력 사업 등이 다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내달 라브로프 장관의 방북이 이뤄지면 북러 양측은 그에 따른 후속조치를 논의할 전망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러시아 방문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다음날인 지난 20일 주재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 "모든 분야에서 (러시아와의) 쌍무관계를 보다 활성화하고 새로운 높은 단계로 발전시키기 위한 건설적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실행해갈 것"을 지시했다.
김 총비서는 특히 이번 회의에서 "각 분야 협조를 다방면적으로 확대 발전시키기 위한 조로(북러) 해당 부문들 사이 긴밀한 접촉·협동을 강화해 두 나라 인민들의 복리 증진에 실질적으로 이바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제재 결의는 유엔 회원국들과 북한 간의 무기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또 북러 간 경협 의제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 송출 또한 안보리 결의 위반이긴 마찬가지다.
안보리가 앞서 2017년 12월 이사국 만장일치로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제2397호는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유엔 회원국들에 파견한 노동자들을 2019년 12월까지 돌려보내도록 했다. 러시아는 미국·영국·프랑스·중국과 함께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중 하나다.
그러나 현재도 중국·러시아를 비롯해 동남아시아·중동·아프리카 등지의 일부 국가엔 북한 노동자들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북한 당국이 중국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던 2020년 1월 말 북중 접경지를 통한 주민 왕래와 외국인 입국을 원칙적으로 중단하는 등 '국경 봉쇄' 조치를 취한 것과도 관련이 있다.
최근 북한 당국은 3년 넘게 유지해오던 '국경 봉쇄' 조치를 사실상 해제하며 중국·러시아와의 인적·물적 교류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지만, 북한 노동자가 다시 해외에 파견되고 러시아 등이 이를 묵인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결의 위반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이와 관련 러시아 당국자들은 이번 북러정상회담 이후 무기거래 등 군사협력 가능성에 대해 시종일관 "근거 없는 추측"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한미 당국 등은 여전히 그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22일 "러북 간 군사협력에 대한 우려는 소문과 추측에 기반을 둔 게 아니다"며 "러시아가 북한과 군사협력을 북한과 하지 않을 거라면 국제사회가 납득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설명하면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이번 북러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사항들을 공표할 필요가 있단 얘기다.
그러나 북러 간의 주요 협력 사항들이 다수의 안보리 제재 결의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러시아로서도 이를 대외적으로 공개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외에도 라브로프 장관의 내달 방북 과정에선 푸틴 대통령의 북한 답방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돼 귀추가 주목된다.
2011년 말 집권한 김 총비서는 2019년 4월에 이어 이번까지 2차례 러시아를 방문,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다녀간 건 2000년 7월이 마지막이다.
이런 가운데 김 총비서는 푸틴 대통령과의 이번 회담 뒤 만찬에서 방북을 요청했고, 푸틴 대통령 또한 이를 수락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실제 이뤄질진 미지수란 관측도 제기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러가 협력 모멘텀을 계속 살려가는 데 가장 중요한 건 푸틴 대통령 방북"이라며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 입장에서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를 오랜 기간 비우는 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의 방북 일정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으나, 내달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제78주년 전후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전망이 나온다. 라브로프 장관은 방북 기간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회담하고 김 총비서도 예방할 것으로 보인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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