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강 첫 소설 ‘어느 날 은유가 찾아왔다’ 눈길[이 책]
소설가 박이강의 첫 작품집이 나왔다. ‘어느 날 은유가 찾아왔다’(교유서가)다. 앤솔러지 ‘폴더명-울새’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저자는 ‘안녕, 끌로이’로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최우수상을 거머쥐며 신인답지 않은 탄탄한 문장과 작품의 높은 완성도로 주목받고 있다.
9편의 단편을 모은 이번 작품집에서 저자는 관습처럼 이야기하는 ‘믿음’의 실체를 거침없이 파헤친다. 누군가에게 ‘믿음’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견디는 방패일 수 있다. 그런데 그 ‘믿음’이란 얻고자 하는 것, 보고자 하는 것, 결국 욕망으로 단단히 응고된 환상의 다른 이름일지 모른다. ‘헛된 믿음’이다.
저자가 건네는 무표정한 문장들은 한때는 ‘믿음’이란 이름으로 포장한 욕망을 비난하고, 한때는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던 위로를 건넨다. 특히 오피스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은 작가적 통찰이 끌어낸 인물의 형상화가 큰 공감을 준다. 이는 오랜 시간 직장인의 삶을 살았던 저자의 사유와 경험들이 작품 속에 알알이 박힌 때문일 듯싶다.
소설가 심윤경은 “회사생활에 영혼이 묶인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토록 정치하게 조망할 수 있는 작가가 탄생했다는 것은 한국문학의 축복”이라고 평했다.
날카롭게 인간의 욕망을 꿰뚫어 보는 눈과 그것을 세련된 문장으로 풀어낸 이번 작품집은 신인의 새로움만에 머무르지 않는다. “분명 두 눈으로 문장을 좇아 읽었는데, 매우 중요한 뭔가를 목도한 마음으로 놀라 눈을 뜨는 발견의 경험”(소설가 이만교)을 접할 수 있다. 하여 하루하루를 견디는 데 몰두하느라 충동이 멋진 추동이 되는 순간을 오랫동안 잊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작품집이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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