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와 질병에서 품격을 지키는 법에 관한 ‘죽음에도 지혜가 필요하다’[화제의 책]
의사의 시선으로 삶과 죽음을 성찰한 ‘참 괜찮은 죽음’의 저자 헨리 마시가 이번에는 ‘죽음에도 지혜가 필요하다’(이현주 옮김 / 더퀘스트)로 독자를 만난다. 전작과 궤를 같이하는 책이지만, 죽음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사뭇 다르다. 아울러 이 책은 저자의 마지막 원고일지도 모른다.
영국에서 존경받는 신경외과 의사이자 섬세한 문필가로 잘 알려진 헨리 마시는 70대가 돼 은퇴를 하고 전립선암 4기 판정을 받았다. 이후 자신의 삶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즉 이 책은 말기 암 환자가 된 의사가 우아한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 삶의 끝에서 가장 ‘나다움’을 되찾는 여정을 솔직하게 담고 있다.
사실 노화와 질병 속에서 자존감과 품격을 지키기란 쉽지 않다. 말기 암 환자가 된 저자도 거대 의료 시스템 속 약자로 전락한 자신의 처지를 솔직하게 인정한다. 자신이 특별할 것 없는 보통 사람이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기도 한다.
단지 병에 걸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자신을 믿고 찾아와 준 환자의 수술을 다른 의사에게 맡겨야 했을 때, 요실금으로 여분의 속옷을 항상 챙겨야 했을 때, 손녀들에게 줄 인형 집을 만들 때도 저자는 보통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나이듦을 느꼈다. 환자가 된 후에 나이듦과 죽음에 대한 생각은 더욱 깊어졌다.
‘참 괜찮은 죽음’이 삶과 죽음을 교차시키며 떠올린 통찰이었다면 ‘죽음에도 지혜가 필요하다’는 우아하고 지적인 죽음을 위한 명상과도 같다. 책에서 저자는 “오만함과 까칠함을 내려 놓고서야 비로소 편안해졌다”고 고백한다. 자신이 흠뻑 취해 있던 태양빛을 이제는 후배와 후손들이 누릴 차례라며 세상에서 한 발 비켜 서기도 한다.
저자가 책을 통해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하는, 즉 부정과 인내를 거쳐 행복에 도달하는 의식의 흐름은 나이가 들어가는 모든 사람이 거치게 되는 과정이다. 따라서 나이가 든 독자들은 공감하면서, 나이가 덜 든 독자들은 예감하면서 이 책을 읽다 보면 그 안에 담긴 의미들이 자못 진지한 울림으로 다가올 듯하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장재형 세렌디피티 인문학연구소 대표(‘마흔에 읽는 니체’의 저자)의 얘기처럼 모든 인간은 죽음을 피할 수 없다. 하루하루 늙고 죽음을 향해 가까이 간다. 하지만 자신이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애써 믿으려 하지는 않는다. 죽음이란 나 자신과 무관한 타인에게만 해당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원히 살 것처럼 먹고 마시고 놀고 일한다.
그런 우리에게 장 대표는 “죽음은 늘 우리 코앞에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다. ‘우리는 어떤 자세로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왜 우리는 죽음을 통해 삶을 바라봐야만 하는가?’ 등의 질문들에 관해 저자는 죽음에 다가갈수록 영원한 삶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고 말한다”며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죽음이란 단순히 삶의 의미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이란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귀띔한다.
오은 시인도 추천사를 통해 “‘죽음에도 지혜가 필요하다’는 다가온 죽음 앞에서 삶에 다가가는 책이다. 저자는 환자가 되고 난 뒤 ‘인간다움’에 대해 헤아리기 시작한다. 건강과 질병·노화, 의사와 환자, 수술한다는 것과 수술받는다는 것 등 반대편의 세계로 넘어와서야 시선이 바뀌고 이해가 시작된다. ‘사랑과 화해의 강렬한 감정’은 과거 환자들과의 관계를 돌아보는 과정에서 비롯됐지만 그 감정은 자기 삶과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을 기억하고 보듬는 쪽으로 나아간다”며, 몸을 살피기 위해 떠난 배가 생애의 파도를 넘고 넘어 마침내 희망이라는 항구에 도착하는 ‘씩씩한’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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