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잔에 320만원?…전쟁터에서도 끊지 못한 ‘악마의 와인’ 뭐길래 [김기정의 와인클럽]
1812년 10월 나폴레옹은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자 러시아에서 철수를 결정합니다. 그해 5월 60만 대군을 이끌고 러시아 원정에 나선 나폴레옹은 4개월 만에 모스크바를 점령했지만 보급로가 끊기고 겨울이 닥치자 퇴각을 결심한 것입니다. 간신히 프랑스 파리로 돌아온 나폴레옹은 다음 해인 1813년 그의 오랜 측근 르 마루아(Le Marois) 장군으로 부터 편지를 받습니다.
“독일의 마그데부르크 시를 적들로 부터 지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나폴레옹이 뭐라고 답을 했을까요? 이번 주 ‘김기정의 와인클럽’은 나폴레옹이 사랑한 와인 ‘샹베르탱’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샹베르탱이 어떤 와인이길래 나폴래옹이 그렇게 좋아했을까요.
최근 신세계백화점 부르고뉴 전문 와인샵인 ‘버건디&’에서 프랑스 와인 ‘샹베르탱’ 6병 한 세트가 1억원에 판매됐습니다. 한 병당 가격으로 치면 약 1600만원이고, 한 잔에 320만원 정도의 가격입니다.
아르망 루소가 만든 샹베르탱 그랑크뤼는 연간 생산량이 만 병이 채 되지 않습니다. 평론가들로 부터 맛과 희소성을 인정받아 가격도 매년 오르는 추세입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이 와인의 가격은 런던국제와인거래소(Liv-ex)에서 거래된 2001~2016 빈티지 와인 기준, 2년 사이 58%, 5년 사이 148% 상승했으며, 그 이후에도 꾸준히 올랐다”고 밝혔습니다.
먼저 아르망 루소는 와인 생산자 이름입니다. 로마네 콩티(DRC), 르루아, 앙리 자이에 등과 함께 부르고뉴를 대표하는 생산자입니다.
샹베르탱 포도밭이 있는 제브레 샹베르탱 마을의 원래 이름은 ‘제브레’였습니다. 루이 필립 왕이 1847년 마을 이름 뒤에 포도밭 이름을 추가할 수 있게 허락하면서 마을 이름이 제브레 샹베르탱이 됐습니다. 마을 이름이 길어지기 시작한거죠.
제브레 샹베르탱에선 샹베르탱 포도밭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주위에 있던 포도밭들이 원래 이름 뒤에 샹베르탱이란 명칭을 추가했습니다. 그래서 샹베르탱 외에도 샤름 샹베르탱, 마주에르 샹베르탱, 그리오트 샹베르탱, 샤펠 샹베르탱, 라트리시에르 샹베르탱, 마지 샹베르탱, 뤼쇼트 샹베르탱, 샹베르탱 클로 드 베즈 등으로 불리게 됩니다.
부르고뉴의 와인 등급은 포도밭에 부여되는데 최고급부터 그랑크뤼, 프리미에 크뤼, 빌리지(마을단위), 리즈널(지역단위)로 나누어집니다. 프랑스 와인은 라벨에 큰 지역명에서 작은 밭 단위로 좁혀 들어갈 수록 ‘고급’인 경우가 많아 지역 이름, 밭 이름을 알지 못하면 어떤 와인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도책을 펴놓고 찾아보면 큰 구역에서 작은 구역으로 순으로 부르고뉴(Bourgogne·지역명)-코트 도르(Cote d‘Or)-코트 드 뉘(Cote de Nuits)-제브레 샹베르탱(Geverey Chambertin·마을명)- 샹베르탱(포도밭명)이 되는 겁니다.
제브레 샹베르탱은 부르고뉴에서 가장 많은 9개의 그랑크뤼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는 마을입니다. 그다음이 본 로마네 마을입니다. 본 로마네에는 로마네 콩티 등 8개의 그랑크뤼 포도밭이 있습니다.
이번에 판매된 제품엔 ’아르망 루소 샹베르탱 그랑크뤼 버티컬 세트‘ 중 1995년부터 2000년까지 각 빈티지 와인 6병이 담겼습니다. 빈티지란 포도가 수확된 해를 의미합니다. 전체 버티칼 세트는 1995년 빈티지 부터 2018년 빈티지 까지 모두 24병으로, 6년씩 4개 세트로 구성돼 있다고 합니다. 전체 4세트 가격은 4억원이 조금 안됩니다.
이렇게 포도 생산년도가 다른 와인을 사서 마시는 걸 ’버티칼 테이스팅(Vertical Tasting)‘이라고 부르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와인이 어떻게 숙성되는지를 맛볼 수 있는 묘미가 있습니다.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선 ‘시간을 음미한다‘고 표현합니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나폴레옹은 혁명의 가치를 제도화하고 싶어 합니다. 나폴레옹은 1804년 프랑스인의 민법전을 제정하고 공포합니다. 함무라비 법전, 유스티아누스 법전과 더불어 세계 3대 법전으로 불리는 ’나폴레옹 법전‘의 탄생입니다.
나폴레옹 법전에는 불평등 상속에 대한 개선책도 담겨 있었습니다. ’법 앞에 평등‘을 명시하면서 상속에 있어 장자우선제도, 남성우선제도를 폐지하고 자녀에게 동일하게 상속하는 ’균분상속‘을 원칙으로 합니다.
보르도 지역은 귀족과 부르조아가 장악하고 있어서 포도밭 외에도 다른 재산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보르도 지역 포도밭은 여러 명이 상속을 받았지만 포도밭을 매각을 하지않고 공동 상속하거나, 자녀 중 한 명이 포도밭 전체를 물려받았습니다.
반면 부르고뉴 지역은 포도밭을 물려받은 자녀들이 포도밭 외에는 다른 재산이 없었기 때문에 포도밭을 잘게 쪼개 상속받게 됩니다. 예를 들어 부르고뉴 최고급 화이트 와인의 생산지인 몽라셰는 상속하면서 장남에게는 기사(Knight)를 의미하는 슈발리에(Chevalier)를 주어 슈발리에 몽라셰가 되었고, 첩의 아들에겐 서자(Bastard)를 의미하는 바타르(Batard)를 주어 바타르 몽라셰가 되었습니다.
김 회장은 ’나의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는 나폴레옹의 정신을 대한민국의 청소년, 젊은이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나폴레옹이 실제로 착용한 모자(이각모)를 26억원에 낙찰받기도 했습니다.
나폴레옹이 러시아 원정에서 수십만의 군사를 잃자 프로이센·오스트리아·러시아·스웨덴은 대프랑스 동맹을 결성하고 프랑스와 일전을 벌입니다. 독일이 전쟁터가 됐습니다. 전선이 위태위태하고 나폴레옹의 장군들은 전선을 방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합니다. 나폴레옹은 불같이 화를 내며 르 마루아 장군에게 답신을 보냅니다.
“당신은 불가능하다고 나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불가능이란 단어는 프랑스어에 없습니다(The word impossible is not French).”
후에 이 말은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는 나폴레옹의 명언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악녀의 자식, 자퇴해라”…‘의정부 교사사건’ 학부모 자녀 대학에 대자보 - 매일경제
- 故 이영승 교사에게 400만원 받은 ‘농협 학부모’…“돈 요구한적 없다” - 매일경제
- 이재명 단식 24일 차에 중단…與“꼼수 없이 사법절차 임해야” - 매일경제
- 펀드매니저도 주목한 투자로 인생을 바꿀 ‘3가지 업종’ [자이앤트TV] - 매일경제
- 6만전자 ‘털썩’에 SK하이닉스도 ‘심드렁’…증권가 반색한 이유 - 매일경제
- 대학 졸업 후 돈 가장 많이 벌게 해주는 대학은…‘하버드’ 말고 ‘여기’ - 매일경제
- “게임 30분하고 화상 입을 뻔”...최신 고급폰에 발열 논란 ‘무슨 일’ - 매일경제
- 직장인 10명중 4명 “월급 못 받았어요”…끝내 포기도 41% 넘어 - 매일경제
- 김기현 “개딸은 한 줌 흙에 불과…버텨봐야 찻잔 속 태풍” - 매일경제
- 디지털 불꽃놀이부터 가상 현실 점화자까지…볼거리 많았던 개회식 속 눈살 찌푸리게 한 ‘펄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