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무부장관, 배터리업계와 비공개 간담회…韓 "FEOC 불확실성 해소를"

돈 그레이브스 미 상무부 부장관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제2회 한미 첨단산업 기술협력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돈 그레이브스 미국 상무부 부장관이 방한 기간 우리나라 주요 이차전지 기업의 경영진들을 비공개로 만나 의견을 청취했다. 국내 배터리업계는 미국 측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사실상 거래 금지 대상이 될 '외국우려기업(FEOC)'을 명확히 해 사업 불확실성을 해소해달라고 요구했다.

24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그레이브스 부장관은 지난 2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주요 배터리 셀·소재 업체의 경영진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포스코퓨처엠, SK아이이테크놀로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 소재·부품 기업의 부사장급 임원들이 참석했다.

국내 배터리기업들은 공통으로 FEOC의 개념을 조속히 구체화해 대규모 투자 등에 따르는 불확실성을 해소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FEOC 범위를 정할 때 공급망의 복잡함과 세계적 상호 의존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서 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2025년부터 배터리에 비율과 관계없이 FEOC에서 조달한 핵심 광물을 쓸 수 없다. 미 재무부는 FEOC과 관련한 세부 지침을 아직 내놓지 않았다.

IRA는 외국 우려 기업을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정부의 소유·통제에 있는 기업으로 정의한 인프라법 규정을 원용한다. 따라서 해석하기에 따라 사실상 모든 중국 기업이 포함될 수 있다.

세계 전기차 업계에서 중국 기업들이 핵심 광물 채굴·가공 등 상류 산업에서 차지하는 절대적 비중을 고려할 때 중국산 핵심 광물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우려가 있다. 향후 미국이 엄격한 잣대로 외국우려기업 최종 규정을 내놓으면 조단위 투자가 예정된 한중 프로젝트들이 취소될 가능성도 있어 우리 업계는 현실성 있는 FEOC 최종 규정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달 보고서에서 "미국이 기준을 강화해 중국 기업과의 합작사도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최악의 경우 사업을 철회하거나 다른 파트너를 구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도 FEOC 배제 조항이 세계 이차전지 공급망에 예기치 않은 충격을 주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개진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에 낸 의견서에서 "FEOC 규정을 만들 때 배터리 공급망의 복잡함을 충분히 고려해달라"고 요구했다.박한나기자 park2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