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파전 속 라이칭더 ‘부동의 1위’… ‘反中’ 민진당 재집권 무게 [세계는 지금]
라이 지지율 38.2%·2위 허우유이 18.8%
폭스콘 창업자 출마로 “친중표 분열”
대만인 68% “야권 단일화 실패” 전망
천수이볜 때 ‘강경 독립노선’ 역풍 경험
국민 10명 중 8명 “양안 현상유지 선호”
라이도 차이 총통의 온건 노선 따를 듯
임금 정체·집값 폭등… 경제난 최대 과제
現정권 경제정책 지지율 3년새 23%P ↓
정계 미투 확산도 선거판 ‘또다른 변수’
이 나라 집권세력이 중요한 이유는 미국과 대치 중인 중국과의 관계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공공연하게 ‘대만 방위’를 천명하고 있고, 중국은 언제라도 ‘통일 대업’을 완수하겠다며 대만을 노린다.
대만 현지 매체들은 야권 후보의 단일화가 성사되면 라이 후보의 아성이 무너질 거라고 예상했다. 중국시보는 자체 여론조사 결과 허우 후보와 커 후보가 단일화해 각각 총통·부총통으로 출마한다고 가정했을 때 38.4%의 지지율로 오차범위 밖에서 라이 후보에 앞선다고 14일 보도했다. 라이 후보는 현재 부총통 후보로 급부상한 샤오메이친(蕭美琴) 주미 타이베이(臺北)경제문화대표부(TECRO) 대표와의 조합에서 29.8%의 지지를 받았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부 중국 정치외교 담당 교수는 16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100년 역사의 국민당이 자존심을 버리고 야권 단일화를 선택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 교수는 “1919년 설립된 국민당이 2019년 창당한 신생 정당 민중당과 손을 잡게 되면 정통성에 크게 흠집이 나 (국민당의) 존폐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외신은 1위 라이 후보가 민진당 내에서 상대적 온건파로 통하는 차이잉원(蔡英文) 현 총통의 양안 정책을 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외교 전문매체 디플로맷은 대만 국립정치대의 최근 조사 자료를 인용해 대만 국민의 82.1%가 현상 유지를 선호한다며 민진당이 독립에 대해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민진당이 과거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시절(2000∼20008년) 급진적인 대만 독립 노선으로 표심을 잃었던 경험이 있어 더욱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 전 총통은 임기 중 대만의 유엔 가입에 대한 국민투표를 여러 차례 추진했지만 모두 부결되며 정치적 역풍을 맞은 바 있다.
라이 후보는 7월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춰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글에서 양안 현상 유지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WSJ 기고문에서 “행정원장, 부총통, 그리고 현재 총통 후보로서 나는 전임자들과 같은 입장에 있다”며 “대만과 국제사회에 최선의 이익이 되는 양안 현상 유지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라이 후보가 차기 총통에 당선되더라도 대만 독립을 선언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리다정(李大中) 대만 담강대 교수는 SCMP에 “대만이 양안 전쟁을 유발하는 것을 경계하는 미국을 안심시키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다만 아직 라이 후보 앞에는 낮은 경제 성장률과 5월부터 이어져 온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운동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내년 총통 선거에서 대만의 암울한 경제 상황이 핵심 변수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대만 예산회계통계국은 2023년 성장률 전망치를 1.61%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대만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경기 위축을 겪고 있는 만큼 민진당이 힘든 재선 싸움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대만 여론조사 기관인 대만민의기금회가 올해 초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 정권의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35%로 3년 사이 23%포인트 줄었다. 또 응답자의 32%는 대만 경제가 나빠지고 있다고 답했는데, 이는 2019년에 비해 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선거 캠프에서 벌어진 성희롱을 다룬 인선지인은 4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직후 큰 인기를 끌며 미투운동이 대만 사회 전반으로 퍼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궈 후보는 출연진인 대만의 유명 여배우 라이페이샤(賴佩霞)를 러닝메이트로 14일 지명하기도 했다.
여성 인권을 강조해 온 민진당도 미투 파문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피해 여성들이 당 간부들에게 피해 사실을 보고한 후 묵살당하거나 2차 가해를 받았다는 주장이 이어지면서 민진당에 도덕성 비판이 쏟아졌다. 6월 민진당의 지지율은 한 달 사이 10% 가까이 곤두박질쳤고 차이 총통의 지지율은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라이 후보는 곧바로 잘못을 시인한 뒤 “성희롱 사건에 대해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며 무관용 원칙을 선언했지만, 선거 전 민진당 내 성추문이 또다시 불거지면 민심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고 현지 매체들은 내다봤다.
주 교수도 “젠더 문제가 선거의 큰 변수가 됐던 한국의 지난 대선처럼 이번 대만 선거도 흘러갈 수 있다”며 “도덕성 문제가 내년 총통 선거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예림 기자 yea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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