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보드가 휠체어로 변신' 현대차·기아 "미래 모빌리티는 약자 위한 기술"

김태환 2023. 9. 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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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따뜻한 기술' 주제로 아이디어 공모…총 15팀 아이디어 경합
시각장애·거동불편인 대중교통 편의 제공 기술이 대상 수

경기 화성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3 아이디어 페스티벌' 본선에 '햅틱 네비게이터'를 개발한 'H-sense'팀이 발표를 하고 있다. /김태환 기자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사례 1. 시각장애인이 버스를 타려하는데 버스가 정류장에서 정확히 어디에 서 있는지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한다. 번호를 몰라 물어보면 버스 기사가 불친절하게 대답하고, 일부 버스는 문조차 열지도 않고 출발해버린다.

사례 2.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 이동하려고 장애인 콜택시를 불렀는데 1시간 넘게 기다리라는 메시지가 떴다. 이마저도 예약 도중 취소되는 일이 잦았다. 대중교통을 타러 나가는 시간이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시간보다 오히려 길어 너무 불편하고, 전동휠체어는 툭하면 고장나기 일쑤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연구원들이 이러한 장애인들의 불편을 해소하는데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접목했다. 버스 안에 '비콘' 센서를 설치해 정류장에 시각장애인이 대기하면 불이 들어와 기사에게 알리고, 시각장애인은 기다리는 도중 지팡이에 진동이 와 버스가 온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도심 내 많이 있는 퀵보드를 휠체어에 결합, 빠르게 대중교통 수단까지 이동을 지원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22일 경기 화성에 위치한 남양연구소에서 임직원들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물을 직접 제작해 발표하는 ‘2023 아이디어 페스티벌’ 본선 경연을 진행했다.

올해 14회를 맞는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창의적인 연구문화를 조성하고, 임직원들의 연구개발 열정과 창의력을 장려하기 위해 2010년부터 매년 진행되는 행사다. 이번 페스티벌은 '세상을 바꾸는 마음 따뜻한 기술'을 주제로 개최됐으며, 총 15개 팀이 본선 진출팀으로 선발돼 이날 본선에서 경합을 펼쳤다.

올해 아이디어 페스티벌 대상의 영예는 제작 부문에서 '햅틱 네비게이터'를 발표한 'H-sense'팀이, 시나리오 부문에서는 '공유 킥보드를 활용한 휠체어 이용자의 이동성 향상 기술'을 발표한 '의좋은 오누이'팀이 각각 차지했다.

'햅틱 네비게이터'는 시각장애인의 버스 탑승 어려움을 해결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시각장애인들은 버스정류장의 불명확한 음성 안내, 어려운 정차 위치 판단, 출입문 탐색 어려움, 버스기사와의 소통문제로 인해 버스 이용에 불편을 겪어왔다.

'햅틱 네이게이터'는 버스에 설치되는 '비콘'과 시각장애인이 들고 다니는 '지팡이'로 구성된다. 시각장애인이 음성을 통해 탑승을 희망하는 버스를 지팡이에 대고 말하면, 지팡이는 가장 가까운 버스(비콘)를 탐색해 매칭 해준다.

매칭된 지팡이는 통신을 기반으로 실시간으로 버스와 거리를 측정하고, 거리정보를 활용해 가까워질수록 지팡이 진동을 세게 주는 방식으로 위치를 알려준다.

경기 화성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3 아이디어 페스티벌' 본선에 '심오헌모빌리티팀'이 'life delivery' 서비스 시연을 하고 있다. /이윤경 인턴기자

의좋은 오누이 팀의 시나리오는 도심 속 곳곳에 배치된 공유 킥보드를 활용해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이동을 지원한다.

기존 장애인 전용 콜택시는 공급 부족으로 인해 호출시 1~3시간 지나서야 매칭이 되며, 당일 갑자기 취소되는 경우도 빈번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해도 버스나 지하철 이동시간보다 휠체어를 타고 정류장이나 역으로 가는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려 불편했다. 전동휠체어를 타면 그나마 낫지만, 고장이 빈번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의좋은 오누이 팀은 도심 속 공유 킥보드를 휠체어에 물리적으로 연결해 일반 휠체어를 전동 휠체어로 변신하도록 만들어준다. 저렴한 공유킥보드 이용요금을 활용해 이동성을 개선할 수 있고, 휠체어 전용경로를 안내해 안전성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제작 부문 최우수상은 심오헌모빌리티팀의 'life delivery', 선행개발팀의 '너의눈귀입', 중국 HV-PTC팀의 녹놀로지(Knocknolology)가 선정됐다.

심오헌모빌리티팀은 '구독형 투석 서비스'를 소개했다. 전기차에 신장 투석기 등을 설치해 필요 전력을 V2L 기술로 활용하고, 커넥티비티 기술로 원격 진료를 지원해준다. 지방 거주 환자들이 투석을 하는데 어려움이 큰 점을 감안, 전국 구석구석 찾아가는 서비스를 생각했다고 심오헌모빌리티팀은 설명했다.

선행개발팀의 눈귀입은 드라이브스루에서 청각장애인의 주문이 어렵다는 점을 해소하려고, 디지털사이드미러를 청각장애인 소통을 위해 사용하는 기술을 구현했다. 총 12개의 수화를 딥러닝으로 학습해 이를 인식하고, 이를 다시 가게에 음성으로 전환해 외부로 송출해준다. 중국 HV-PTC의 녹놀로지는 노크하는 횟수와 부위에 따라 다양한 동작을 시현하는 기술이다.

경기 화성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3 아이디어 페스티벌' 본선에 '선행개발팀'이 수화 통역 서비스 '눈귀입'을 시연하고 있다. /김태환 기자

이외에도 V2GO팀 'vehicle to go', 현대orbit팀 '현대orbit', V2s팀 '아이고다행이다', 중국 마카빠카팀 '스마트디지털키, 스마트케어', 중국 선행연구팀 '스마트인캐빈카메라'가 제작부문 우수상을 차지했다.

시나리오 부문 최우수상은 마블리팀의 h-sos, 중국 오토노믹스팀의 베리어프리모빌리티서비스가 선정됐다.

마블리팀의 h-sos는 가로등과 CCTV 사각지대에서 현대자동차와 기아 차량이 위험을 감지해 경고를 해주는 시스템이다. 블랙박스 확인 후 위험이 확인되면 차량 불켜기, 경적울리기, 위치와 영상 GPS 전송으로 초동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동작한다.

중국 오토노믹스팀 배리어프리모빌리티 서비스는 시각장애인이 외출했을 때, 외부 환경과 풍경을 차량이 말로 설명해 주는 시스템이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청각과 상상력은 일반인보다 뛰어나다는 점에 착안, 시각장애인은 설명만으로도 생생함을 느낄수 있다고 오토노믹스팀은 설명했다.

해당 서비스는 자율주행기능을 탑재한 차량이 주행센서들을 통해 감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형 언어 모델을 활용해 분석하고, 이를 말로 풀어 설명해주는 방식으로 동작한다.

김용화 현대차·기아 CTO 사장이 22일 경기 화성시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3 아이디어 페스티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태환 기자

시나리오 부문 우수상은 Tea100팀 '드렁크헌터', H.P.C팀의 '임-편한세상', 중국 뉴띵킹팀의 '프리 컴비 시스템'이 수상했다.

김용화 현대차·기아 CTO 사장은 "이번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모빌리티가 어떤 방식으로 선한 영향력을 펼칠 수 있을지 심도있게 고민한 임직원들이 만들어낸 결과다"며 "창의적인 연구개발문화 조성을 위해 이러한 도전의 장을 지속해서 운영 및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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