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일본 국대' 탈탈 털었다...'평점 8점' 이적 후 최고의 경기, '케인 해트트릭' 뮌헨은 보훔에 7-0 대승
[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김민재는 아사노 타쿠마를 경기장에서 없는 선수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23일 오후 10시 30분(한국시간) 독일 뮌헨에 위치한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3-2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5라운드에서 보훔에 7-0 완승을 기록했다. 이번 승리로 뮌헨은 승점 3점을 추가하면서 슈투트가르트를 제치고 1위를 탈환했다.
이번 경기에서 토마스 투헬 감독은 센터백 조합에 변화를 줬다. 김민재는 그대로 선발 명단을 유지했지만 다요 우파메카노 대신 마타이스 더 리흐트가 선발로 출장했다. 더 리흐트와 김민재 조합이 시즌 들어서 처음으로 선발로 가동되는 경기였다.
우측 풀백 자리도 콘라드 라이머가 아닌 누사이르 마즈라위가 출전했다. 대신 라이머는 레온 고레츠카가 뛰던 중앙 미드필더 자리로 이동했다. 자말 무시알라가 뛰던 자리에는 에릭 막심 추포-모팅이 선발로 출장했다.
핵심 주전 자원인 알폰소 데이비스, 조슈아 킴미히, 르로이 사네, 킹슬리 코망, 해리 케인 역시 선발로 등장했다.
김민재가 막아내야 할 보훔의 공격 조합은 크리스토퍼 안트위-아드제이와 아사노였다. 김민재가 주로 막아야 할 선수는 뮌헨의 좌측을 노리는 아사노였다.
아사노는 2015년부터 일본 국가대표팀에 꾸준히 발탁되는 선수다. 주전으로 활약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빠른 발을 앞세워 후반전 조커로 활용될 때가 많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독일을 상대로 극적인 역전골을 터트린 주인공이기도 했다.
최근 독일을 만났을 때도 아사노는 득점포를 가동했다. 지난 시즌은 리그에서 단 3골밖에 넣지 못해 다소 아쉬운 평가를 받았지만 이번 시즌에는 리그에서 5경기 만에 2골을 터트리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분위기가 좋은 아사노였지만 김민재한테 완전히 지워져버렸다. 뮌헨이 후방에서 공격을 풀어나가야 할 때 아사노는 김민재의 패스와 움직임을 견제해야했지만 그마저도 잘 이뤄지지 못했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김민재였지만 컨디션은 평소보다 더 좋아보였다. 전반 6분에는 아사노의 압박 견제가 느슨해지자 나폴리 시절처럼 순간적으로 공을 직접 몰고 전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전반 12분에도 아사노의 압박이 늦자 김민재는 여유롭게 데이비스에게 패스를 전달했다. 김민재가 반 박자 빠른 타이밍에 패스를 보내주자 데이비스는 직접 공을 몰고 전진할 수 있었고, 이는 케인의 득점으로 연결됐다.
전반 12분 만에 0-2로 수세에 몰린 보훔은 아사노나 안트위-아드제이를 향해 긴 패스를 넣어주는 방식으로 뮌헨의 넓은 공간을 활용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김민재가 튀어나와 막아섰다.
전반 15분 장면이 대표적이다. 아사노를 향해 롱패스가 전달되자 김민재가 나와서 커트했다. 커트한 공이 다시 보훔 선수에게 흘렀고, 안트위-아드제이를 향해 패스가 들어갔지만 이는 뒤에 머물고 있던 더 리흐트가 안트위-아드제이의 동선을 차단해 막아섰다. 두 선수의 완벽한 호흡이었다.
아사노가 김민재를 잠시마나 괴롭힌 건 전반 22분 상황이었다. 안트위-아드제이가 좌측으로 파고 들어서 크로스를 올렸을 때 김민재가 순간적으로 아사노를 놓치고 말았다. 아사노의 발 끝에 크로스가 걸리지 않으면서 실점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전반 24분에도 김민재는 아사노를 완벽히 틀어막았다. 아사노를 향해 롱킥이 전달되자 김민재는 압도적인 공중볼 능력으로 걷어냈다. 세컨드볼이 다시 아사노에게 전달됐지만 김민재는 용납하지 않았다.
아사노는 측면으로 돌아뛰는 움직임으로 김민재를 괴롭히지 못하자 중앙으로 파고 들기도 했다. 전반 27분 아사노에게 크로스가 전달됐지만 이번에도 김민재가 막아냈다. 뮌헨이 일찌감치 대승의 분위기를 마련하면서 김민재는 여유롭게 경기를 펼쳐도 됐지만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전반 32분 보훔의 코너킥이 올라오자 김민재가 머리로 걷어냈다. 다시 보훔의 공격이 시작됐지만 김민재는 완벽하게 크로스를 차단해 수비에 성공했다. 뒤이어 시도된 아사노 방면 패스도 김민재는 먼저 차단해냈다.
김민재는 빌드업에 있어서도 더욱 안정감이 생긴 모습이었다. 뮌헨 이적 후 종종 하지 말아야 될 패스미스가 나오면서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완벽에 가까웠다.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3골을 실점한 보훔은 195cm의 필리프 호프만를 전반 36분 만에 투입해 만회골을 노렸다. 하지만 김민재 앞에서는 호프만 카드도 무용지물이었다. 전반 추가시간 안트위-아드제이가 우측에서 크로스를 시도했다. 김민재 몸에 맞고 크로스가 뒤로 흐르자 호프만이 슈팅을 시도했지만 김민재가 육탄 방어를 해냈다.
김민재는 자신보다 높이가 뛰어난 호프만을 상대로도 공중볼을 이겨내면서 무결점 수비력을 선보였다. 전반 추가시간 3분에 나온 수비 또한 일품이었다. 아사노가 측면에서 호프만을 향해 날카롭게 크로스를 배달했다. 센터백이 가장 수비하기 어려운 형태의 크로스였지만 김민재는 몸을 던져 완벽하게 차단했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더 리흐트 대신 우파메카노가 들어오면서 파트너가 달라졌지만 김민재의 수비력은 흔들리지 않았다. 우파메카노와 함께 번갈아서 전진해주면서 미친 수비력을 보여줬다. 후반 23분 보훔이 아사노를 활용해 측면 공격을 시도했지만 이번에도 김민재가 먼저 달려나가 아사노를 막아섰다. 아사노는 벽을 느낀 듯 무릎을 부여잡으면서 힘들어했다.
끝내 아사노는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채 후반 23분 교체되어 경기를 마무리했다. 아사노는 68분 정도 경기장을 누비는 동안 공을 단 13번밖에 터치하지 못했다. 슈팅 0회 시도, 드리블 0회 성공(1회 시도), 크로스 0회 성공(2회 시도), 지상 경합 1회 성공(6회 시도), 공중볼 경합 0회 성공(2회 시도)이라는 처참한 기록과 함께 경기를 마감했다.
아사노와 함께 선발로 등장한 안트위-아드제이도 마찬가지였다. 크로스 0회 성공(2회 시도), 슈팅 시도 0회, 지상 경합 1회 성공(4회 시도), 공중볼 경합 0회 성공(2회 시도)로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 채 후반 33분 교체됐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은 두 선수에게 각각 5.6점과 5.5점이라는 낮은 평점을 부여했다.
일찍 교체로 들어온 호프만 역시 경기 종료까지 1번도 슈팅도 못해보고 경기를 마쳤다. 그만큼 김민재 필두의 뮌헨 수비진이 완벽했다는 이야기다. '풋몹'은 김민재한테는 평점 8점을 부여했다. 공격 포인트도 없이 수비수가 평점 8점을 기록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축구 통계 매체 '소파 스코어'는 김민재에 평점 7.7점을 줬다. 풀타임을 소화한 김민재는 클리어링 10회, 가로채기 2회, 태클 1회, 그라운드 경합 성공 1회(시도 1회), 공중볼 경합 성공 7회(시도 8회), 터치 85회, 패스 성공률 94%(81회 시도, 76회 성공), 롱패스 성공률 100%(3회 시도, 3회 성공) 등을 기록하면서 철벽 모드를 보여줬다.
영국 매체 '90min'은 김민재에게 평점 7을 부여하며 "능숙하게 보이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보여줬다"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수비부터 빌드업까지 완벽했다. 뮌헨 이적 후 쉼없이 달리고 있는 김민재지만 투헬 감독이 계속해서 선발로 내보낼 때마다 더 강력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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