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선택, 이경도와 김건우를 뽑은 이유는?

이재범 2023. 9. 24.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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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SK 신인 선수 이경도와 김건우(사진 오른쪽)
[점프볼=이재범 기자] 서울 SK는 필요했던 포지션과 선의의 경쟁이 가능한 빅맨을 선발했다.

지난 21일 2023 KBL 신인선수 드래프트가 열렸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던 SK는 9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팀에서 뽑고 남은 선수 가운데 선발해야 한다. 가장 마음에 두고 있는 선수를 지명 가능한 순위가 아니었다.

SK는 9순위로 이경도가 밀려 내려오자 당연하다는 듯 호명했다. 이경도는 신장이 좋고, 스틸(대학농구리그 34경기 평균 2.5개) 등 수비 능력을 인정받는 포인트가드다. 다만, 낮은 3점슛 성공률(23/97, 23.7%)과 가드 치고 느린 스피드가 단점으로 꼽혔다.

이경도는 이주영(KCC), 박승재(DB), 박종하(소노) 등과 1라운드 중반에서 순위 경쟁을 했다. 장점을 더 높이 평가하면 좀 더 빨리 뽑히고, 단점을 더 우려하면 후순위로 밀릴 것으로 예상되었다. 스카우트 평가에서는 1라운드 막판으로 보는 편이었다. 뽑힐 순위에서 뽑힌 것이다.

SK는 1라운드 지명 순위가 늦은 대신 2라운드에서는 빨리 뽑을 수 있었다. 김건우는 2라운드 지명 후보에 올라 있었지만, 2라운드 초반은 아니었다. 드래프트 컴바인에서 빅맨으로 상당히 좋은 결과를 보여줬다고 해도 상당히 빨리 뽑힌 편이다.

그렇다면 SK는 두 선수를 왜 뽑았을까?

▲ 서울 SK 신인 선수 이경도(사진 오른쪽)
전희철 SK 감독은 23일 전화통화에서 “삼성에서 조준희를 안 뽑았다면 우리가 이경도를 못 뽑았을 수 있다. 대신 우리가 조준희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 (조준희를 뽑을 수 있었다는 건) 정확하지는 않다(SK보다 앞순위에서 조준희를 뽑으려고 했던 팀이 있음)”며 “1번(포인트가드)을 뽑을 생각이었다. 박승재와 이경도가 (후보로) 올라와 있던 선수다. 이경도는 9순위 안에 뽑힐 선수였다. 물론 트라이아웃에서 조준희가 잘 해서 (조준희의) 지명 순위가 올라왔다”고 했다.

이어 “1번은 아니더라도 이경도와 박승재, 이주영, 박종하 등 농구를 잘 하는 가드 4명 중 한 명을 뽑는 게 목적이었다”며 “1번이 남았으면 좋겠다고 여겼고, 경도가 좋다고 했다. 내려올 수도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고 덧붙였다.

SK는 9순위에서 팀에 필요로 하는 선수를 뽑았다. 그렇다면 이경도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을까?

전희철 감독은 “(이경도뿐 아니라) 대학에서 올라오는 선수는 모두 슈팅에서 손을 봐야 한다. 조준희는 오히려 슈팅에서 손을 안 되어도 된다. 다른 선수들은 조정이 필요하다”며 “1번의 역량은 감독이 많이 만들어주지 못하는, 타고나는 재능이나 센스가 필요하다. (이경도는) 대학 경기 때 그런 부분이 보였다. 사이즈는 1번 치고 괜찮다. 피지컬도 좋고, 몸이 탄탄해서 수비도 좋다. 9순위로 뽑아서 만족한다”고 했다.

전희철 감독은 이경도가 2023~2024시즌 출전이 가능하냐고 묻자 “장담은 못 한다. 내 스타일은 내 눈으로 확인이 안 되면 테스트 삼아 경기를 출전시키지 않는다. D리그에서 SK의 패턴 등 모든 부분을 소화해서 좋은 플레이를 보여준다면 올릴 수 있다”며 “1,2라운드까지는 힘들다. 그 이후 SK 시스템도 적응하고, 우리가 움직이는 패턴의 길을 익히면 후반기에는 D리그에서 역량을 보여줬다는 가정 하에 올릴 생각이 있다. D리그에서 보여야 한다(웃음). 우리가 (신인 선수를) 정규리그로 올릴 정도로 선수가 부족한 게 아니다. 조금 다듬어본 이후 생각할 거다”고 답했다.

▲ 서울 SK 신인 선수 김건우(사진 오른쪽)
김건우가 2라운드 2순위에 뽑힌 건 조준희가 4순위에 지명된 것만큼 놀라운 선발이었다. 더구나 빅맨이 필요하다면 이강현이 남아 있었다. 대학무대에서 보여준 기량을 따지면 김건우보다 나은 이강현을 건너뛰었다.

전희철 감독은 “우리는 (2라운드에서) 포워드를 생각했다. 우리가 데리고 있는 선수와 보강할 선수가 너무너무 비슷했다. 빅맨 쪽에서 김건우는 (SK 빅맨 가운데) 어린 선수 중에서 선상혁, 김형빈과 다르다. 다른 스타일의 선수를 뽑아서 경쟁을 시키며 키워볼 생각이다. 뽑으려고 했던 것에서 바꿨다”며 “김건우는 피지컬이 좋고, 신장은 (선상혁, 김형빈과) 비슷하지만, 농구 스타일이 다르다. 형빈이와 상혁이는 슈팅 능력이 좋은데 건우는 몸을 부딪히면서 피지컬을 이용하는 농구를 한다. 이 선수를 뽑아도 괜찮을 거라고 여겼다”고 김건우를 선발한 이유를 설명했다.

전희철 감독은 이강현을 언급하자 “이강현을 뽑았어야 하지만, 상혁이와 너무 비슷하다. 중앙대에서 상혁이를 보고 배운 듯 하다. 너무 비슷했다. 다른 스타일을 뽑아서 경쟁하는 걸 보고 싶었다”고 이강현을 지나친 이유를 들려줬다.

이어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안 좋은 습관이 있는 것보다 오히려 백지가 낫다. 앞선은 다양하게 움직이지만 빅맨들은 움직이는 라인이 외곽보다는 단조롭다. (백지인 선수에게) 길을 심어주기 쉽다. 그게 낫다. 그래서 (김건우를 뽑아서)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피지컬이 좋다. 컴바인 결과를 유심히 보는데 좋더라.

어린 선수 빅맨 3명이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다. 자기들끼리 할 수 있다. 건우가 빅맨으로 피지컬, 힘, 높이를 가지고 있다. 센스도 떨어지지 않는다. 프로에서는 오세근이나 이승현 정도 아니면 빅맨에게 1대1을 안 맡긴다.”

SK는 주어진 순위에서 선수층을 더욱 두텁게 만드는 신인 선수를 선발했다.

#사진_ 점프볼 DB(박상혁,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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